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 ence Standards)을 활용한 채용이 확산되면서 고용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연초에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NCS 기반 채용을 공공기관부터 도입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내년까지 특성화고 475개 교, 2017년까지 100개 전문대학과 모든 직업훈련기관의 교육훈련과정을 NCS 기반으로 개편하고 학습모듈 및 교재 개발 활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등 130개 공공기관에서 올해 NCS를 활용해 3천 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NCS 기반 채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NCS는 학력이나 어학성적으로 대표되는 불필요한 스펙을 초월해서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산업별, 수준별로 잘 정리된 산업현장의 직무능력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은 학력, 어학 등 천편일률적인 스펙 쌓기에 많은 노력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에서는 스펙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도 직무 재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유니온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 1명당 취업스펙 쌓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등록금을 포함해 4천269만원에 이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 1명을 재교육하는 데 평균 6천88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청년 구직자들은 실제 쓰이지도 않을 스펙을 쌓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낭비한 꼴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874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실무에 필요 없는 스펙 쌓기를 비정상적인 취업시장의 현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NCS는 채용현장에서 기업과 구직자 간의 요구 수준에 대한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미 전 산업을 망라해서 857개의 직무능력표준에 대한 개발을 마쳤다. 또한 각각의 직무는 8개의 수준으로 등급을 체계화하고 있다. 기업은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를 해당 직무에 맞는 직무표준 및 등급에 따라 모집을 공고하고 구직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의 직무표준에 맞추어 역량을 개발하고 준비하면 된다. NCS 기반 채용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펙보다 해당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중심으로 평가함으로써 그에 맞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맞춤형으로 채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이와 같은 채용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LG, SK, 현대자동차 등은 이미 입사지원서에 외국어 성적, 해외연수 경험 등 스펙 기재란을 삭제하고 있다. 기존의 수치화, 계량화된 스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라는 것을 보증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직무와 연관된 필수적인 역량에 관련된 사항만을 기재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NCS 도입으로 인한 고용시장의 변화에 직면하게 된 청년 구직자들의 혼란과 부담도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NCS 홈페이지(www.ncs.go.kr)를 통해 채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NCS를 기반으로 한 자기소개서, 필기평가, 면접평가 등 전형 단계별로 각종 예문을 통해 NCS 기반 채용 프로세스 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NCS 기반 채용은 도입 초기에 우려되는 다소의 혼란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구직자들의 불필요한 노력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할 과제이다. NCS가 기업의 채용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훈련과정, 기업 내 인사관리 등에 폭넓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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