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2012년 2월 13일 오후 2시.

공군 병 712기 입영일.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후 지역별로 연병장에 모여 서서

수많은 인파속에 놓칠새라 계속 눈 마주치며

나는 괜찮다는 미소로 화답하던 그 날.

시간이 가는둥 마는둥한 행사가 끝나고,

부모님께 작별의 큰 절을 올리고 뒤돌아 줄 맞춰 전천우 아래로 걸어가던 그 날.

우리보다 한 기수 먼저 왔던 선임인지, 아니면 기훈단이 자대인 몇몇 선임 장병인지
전천우에 들어가기 전 박수로 맞이하며

'야 훈련 별거 아냐! 얼굴 펴고 힘내라~'라는 말 부터

'ㅋㅋㅋ 니들은 이제 좆됐닼ㅋㅋㅋㅋ'이라는 말 까지 들으며

정말 군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말을 조금이나마 알게되었던 그 날.

5초면 끝나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던 번호(-생활관 번호) 부여와 본인확인 작업을 위해

추운 2월달 중순에 차가운 모래바닥에 앉아 전천우 아래에서 5시간정도를 죽- 기다렸던 그 날.

첫 짬밥에 껍질도 안 깐 사과가 통째로 나오고

고기에 기름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정말 막막하면 밥에서 아무 맛도 안 날 수 있음을 실감했던 그 날.

저녁을 먹고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서

특유의 군대냄새가 배어있는 판초우의를 입었던 그 날.

생활관 입소 전 우리는 '조교'가 아니고 '분대장'이라고 알려주던 빨간모자들.

그와 더불어 공군의 경례구호는 우리들이 흔히 알고있던 '충성'이 아니라 '필승'이라고,

우리들이 공군으로 자원입대 한 이상 절대로 구호를 틀려선 안 된다는 첫 가르침을 받았던 그 날.

그렇게 생활관에 입소해서 나와 같은 빡빡이 23명이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던 그 날.

자기 직전엔 그나마 이름이라도 조금씩 트고, 이제 우리는 군생활 1일을 끝냈다며

서로 축하한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인 담소를 나누며 침상 위에 누웠던 그 날.

그 날이 바로 4년전 2012년 2월 13일.

국방부의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던 첫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