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지 1년, 예비군
훈련 우편을 받으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당시를 추억하며 글 써본다.
나 복무할 떄도 선진병영이니 뭐니 하면서 악폐습이 많이 줄긴 했지만 부분부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고, 지나고 보니 그런것들 밖에 기억이 안나더라. 쇠사슬 자랑하려는게
아니라 그냥 그 때는그랬구나~ 지금 혹은 나랑은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재미삼아 봐주길 바래. 참고로 포대 방공포 출신이었다.
2013년 11월 xx일. 오전 06시 30분.
기상소리의 첫 음절이 들리는 동시에 기상.
우선 생활관의 취침등을 켠 뒤 빠른 속도로 침구류를 정리한다. 서두루는
와중에도 동이불은 공군마크가 보이도록 이쁘고 단정하게 접어야한다. 점호 후 선임들이 털러 왔을 때 제대로
개어 놓지 않으면 더 혼날 수 있기 때문. 30초안에 침구류를 정리하면 서둘러 깔깔이와 야상을 입고
모자를 쓴 다음 생활관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서 체련화를 가져온다. 생활관 안에 있으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그건 병장들이나 할 수 있는 특혜, 복도에서 신발을 신는 것도 건조장에 불려갈 수 있으니
다시 들어와 체련화를 신은 다음 슬리퍼를 가지런히 정리한 후 복도로 나가 현관 앞에서 대기한다. 06시
35분에 나오는 아침 점호 집합 오분 전 방송 전에 나와있지 않을 시 그날 하루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매우 불쾌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이라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우므로 외등을 켠 후 점호 집합 방송이
나오면 즉시 밖으로 나가 새내기 생활관이 점호를 받는 곳으로 가 차렷자세로 대기한다. 차렷자세는 부동자세이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날 당직병인 상병 or 병장이 밖으로
나오면 먼저 달려가 큰 소리로 미리 새내기생활관의 인원 현황을 보고한다. 숫자가 당직병의 인원현황판과
맞지 않을 시 전날 당직으로 이미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당직병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한다. 만약
틀릴 시 우선 큰 소리로 죄송하다고 말한 뒤에 인원 내용을 상세히 보고한다. 대부분 당직병의 실수가
원인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한다. 군대에서 짬찌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보고가 끝나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서 있으면 그제서야 병장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나온다. 추운 날씨에 오분 전부터 나와있어 벌벌 떨면서 그런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당직병은 병장 생활관장에게 그날의 인원현황을 상세히 보고한다.
06시 40분.
점호 시작. 당직사관, 혹은
부사관이 잠이 덜 깬 눈으로 나오면 당직병의 총인원 및 결원 현재원을 보고하면 새내기 생활관부터 짬 역순으로 각 생활관별 인원보고를 시작한다. “xx생활관 아침점호 인원보고 총원 x 결원 x 현재원 x 결원내용 취사 1 근무1 휴가1 외박1 오침1 자살1 탈영1 등등등…. 이상 xx생활관 아침점호 준비 끝!!” 위 사항을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막힘 없이 해내어야 한다. 그 후 주르르륵 인원보고가 끝나면 뒤로 돌아서 함성 지르고, 애국가
부르고, 군가도 부르고, 도수체조를 가장 큰 목소리로,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한다. 상병장들은 립싱크를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일이병들 목소리가 작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 날 하루는 엄청나게 불쾌해질 것이 뻔하므로, 열과 성을 다해 목이 째도록 노래를 부르고 구령을 넣는다. 이 때는
아직 전 참모총장인 최차규 씨꼐서 참총을 하기 전이라 구보는 뛰지 않았다. 점호가 끝나면 당직사관의
얼마동안 뭐라고 한 후에 해산한다. 해산하는 즉시 일이병들은 생활관으로 가지 않고 식당으로 향해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메뉴는 김치버섯국, 맛김, 콩나물무침, 열무김치로 이루어진,
국민의 피와 땀이 증발하고 남은 찌꺼지 같은 식사지만 불취식이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중범죄이기 때문에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는다.
07시 15분.
식사를 마치면 서둘러 생활관으로 돌아와 바로 세면 준비를 실시한다. 비어있는
세면대를 찾아 세면 세치를 신속히 마친 후, 바로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군복으로 환복을 마친 후 다시 한번 본인 관물함과 침구류를 정리하고 있으면,
문이 벌컥 열리면서 일말 상초 선임이 들어온다. 새내기생활관은 병영선진문화사업에 입각해
선임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선임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 새내기 생활관 최고참(그래봤자 2개월
차이나나)을 갈구기 시작한다. 레파토리는 똑같다. 똑바로 안하냐 선임들이 그러는데 요즘 애들 개판이라고 말이 많다. 점호시간에
왜 소리 크게 안내냐. 정신차려라 등등… 물론 좋은 말로
하진 않지만, 그래도 선진병영문화가 정착해 폭력은 절대절대 행하지 않고, 욕설도 앵간히 빡치지 않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충고” 혹은 “잘못을 지적하는” 정도이다. 최고참 이후엔 신병들을 한명 한명 지적해가면서 잘잘못을
알려준다. 너는 표정관리가 안된다. 왜 식당(취사장)에서 반찬을 조금밖에 안푸냐.
도수체조를 왜 큰 동작으로 하지 않느냐 등등의 주로 아주 사소하고 병신 같은 것들이다. 선임새끼들은
어떻게 저런 것들을 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여담으로 필자는 자대 전입 다음날 아침 제설점호를
했는데, 난생 처음 해보는 제설이 끝난 후 3기수 위 선임이
그 날 저녁 조용히 불러 신병이 제설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선임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07시 40분.
아침이기 때문에 아주 가볍게(?) 털리고 난 후에는 복도에 나가 부서
출근을 위해 선임들을 기다린다.(전 병사가 다같이 출근했었음) 우선
상황실로 가 당일과 전일 기상 기온 풍속등을 메모한 후에 다시 복도에서 대기하면, 일병과 상병들이 45분까지 슬슬 모이기 시작한다. 45분이 되면 위층으로 올라가 짬
역순서대로 생활관을 돌아가면서 선임들의 출근 상태를 확인한다. 물론 선임들의 기수와 생활관들은 머리
속에 입력되어 있어야하며, 근무상황에 따른 오프, 밥교대, 휴가, 외박 등의 일정 또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생활관 이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업데이트 또한 필수다. 해당
선임의 생활관을 찾은 뒤 조심스럽고 공손하게 노크를 한 후 나긋한 목소리로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문을 연다. 대부분의 선임들은 옷을 입고 있거나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으므로 곧 나간다고 하고, 최선임은 찾아가면 자기 의무실 들려야 하니 먼저 가라고 말한다. 그
후 내려와서 모든 인원이 모일 때까지 기다린 후, 모든 인원이 모이면 최선임에게 준비가 됐음을 알리고
출발한다.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의 맨 끝에 서서 이 사람들이 모두 전역해야 내가 나갈 수 있다는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 출근 길 중간에 있는 행정반에 들려서 국방일보와 한 달에 한번 나오는 HIM잡지가
있는지 없는지 챙긴다. 잡지가 있을 경우 행정반을 나가면서 1초
동안 후다닥 표지를 스캔한다. 짬찌가 힘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그 때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08시 00분.
부서에 도착하면 모자를 벗고 부서의 정리정돈 상태를 다시 확인한 후, 밖으로
나가 부서 주변을 정리한다. 그 사이 상병장들은 커피와 담배를 즐기며 노가리를 깐다. 그러고 있으면 간부 한 명과 함께 부서 조회의 일환으로 밖에 나가 함성을 지르고 군가를 부른다.(우리는 이런 것도 있었다.) 물론 막내가 가장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불러야 한다. 그 후 빗자루를 챙긴 후 각자 담당하는 장비로 뛰어가 일일점검을 하는 동시에 장비 주변을
청소한다. 인원이 많아도 장비가 많기 때문에 보통 한 장비당 2명내지
많으면 세명. 막내는 장비에 익숙해지기 위해 점검을 하고 주로 선임들이 어슬렁거리면서 청소를 (하는 시늉을)한다. 물론
점검 중간중간에 막내가 청소도 해야한다. 장비가 밖에 있기 때문에 추운 날 벌벌 떨면서 장비가 고장나지
않았기를 기도하며 점검을 마친다. 같이 점검하는 선임이 꼽창이면 점검 내내 매의 눈으로 노려보고 있으며, 절차 중 하나라도 버벅거릴 시 바로 털기 시작한다. 혹여나 자신의
실수로 장비가 오류라도 뜨는 날엔… 상상에 맡기겠다.
08시 30분.
부서장 회의에 다녀온 반장님의 주관 하에 조회가 시작된다. 나라의
안보와는 하등 상관없는 얘기를 한 후,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한다. 겨울철에는
실외작업이 별로 없기 때문에, 눈이 오지 않는 이상 특별히 시킬 것이 없으면 앉아서 대기를 한다. 신병입장에서는 할 일이 많아도 죽고싶지만, 부서가 한가해도 괴로워진다. 모든 선임들의 이목이 신병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신병은 앉아서 업무에
관련한 책자를 열심히 보는 척하면서, 주변 상황을 재빨리 캐치에 선임이 잡일을 하기 전에 날아가서 제가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온갖 잡일을 대신 해야한다. 만일 눈치없이 선임이 일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책이라도
보는 날엔 고문관으로 찍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졸음과 지겨움을 이겨내면서 묵묵하게 책을 보고
있으면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눈 앞이 캄캄해진다. 수첩에 필기하는 척하면서
슬쩍슬쩍 자신의 남은 군생활을 계산해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적어보기도 한다. 물론 들키면 사형^^
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 같네 ㅋㅋㅋㅋㅋ 디테일하게 쓰려다보니...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나머지 부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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