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기수 773기들 수료 축하한다. 지금의 나는 6박 7일도 ㅈㄴ짧게 느껴지는데 2박3일 수료외박 기뻐했던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좀 소름이다; 지금 너희도 많이 기쁘겠지

그런데 너네 훈련소 때보다 처음 자대가서가 훨씬 마음 고생 심할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갖가지 대대 막내일은 왜이렇게 많은지 하나라도 빼먹으면 욕먹고 업무는 드럽게 어려운데 고참들 자유자재로 하는거 보면 자괴감 들고 선임들 얼굴 이름은 더럽게 안 외워지고.. 선임이 지나가면 오늘 경례했던 선임인가 아닌가 머릿속으로 수십번을 생각하고 그랬지. 그렇게 무서워했던 조교들보다 훨씬 고참들이 자대에 수두룩 하니까.
일병 달고 막내 탈출하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이젠 업무 조금만 못해도 엄청 혼나고 해야될 일은 더 많아지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보직이었지만 전화 받는 건 왜이리 어려운지 뭐라 하는지 하나도 안 들리고 쩔쩔 매고 계급 성명 잘 못들었다고 간부들한테 매일 혼나고. 전화 벨소리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매일밤 전화가 끊기지 않고 울리는 악몽을 꿨었으니까. 실수해서 혼날까봐 눈치만 보고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살다가 업무가 익숙해지고 짬 조금 차니까 들어오는 후임들은 퍼져 가지고 일도 제대로 안하고. 막내때 힘들었던 거 생각하면서 오냐오냐 잘해줬더니 선임 말은 귓등으로도 쳐 안 듣고 시키는 건 하지도 않는데 꼽창 소리 들을까봐 뭐라 하지도 못 하고.
이렇게 살다보니 계절이 여러번 바뀌고 다시 내가 처음 자대에 배치받았던 계절이 찾아왔다. 내가 훈련소에서 구르던게 엊그제 같은데. 아직도 핵짬찌 맞지만 그래도 아들 기수니까 이렇게 글 써본다.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은 앞으로 힘든 일 너희 생각보다 훨씬 많을텐데 잘 이겨내라는 거다.
갑자기 작년 이 맘때 생각나서 센치해져서 글 싸질러 봤다. 핵짬찌의 개소리니까 그냥 읽고 넘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