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도 먼 장래의 일을 생각해 봐야지. 집에도 그렇게 돈이 있는 게 아니니까. 올해는 심한 흉작이야. 너한테 말해 봤자 아무 소용 없겠지만, 우리 은행도 지금 위태로워져서 야단법석이야. 넌 웃을지 몰라도, 예술가든 뭐든 가장 먼저 생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봐. 이제부터 다시 태어난 셈 치고 힘껏 분발하면 돼. 난 그만 돌아갈게. 히다도 고스케도 내 숙소에 묵도록 하는 게 좋아. 여기서 매일 밤 떠들썩거리다간 난처해져.''
[넌 웃을지 몰라도, 예술가든 뭐든 가장 먼저 생활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봐.] 이 부분 ㄹㅇ 뭔가 격하게 공감하게 됨...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질 수 없는 그런 문제...
[이제부터 다시 태어난 셈 치고 힘껏 분발하면 돼.] 이건 뭔가 힘을 얻게 되는 느낌..
2. ''난 숙명을 믿어. 바둥거리지 않아. 사실 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못 견디게 그리고 싶어.'' 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었다.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하고 말했다. 게다가 웃으며 말했다. 청년들은 정색을 하고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특히 속마음을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여기서 엄청난 문장을 마주했다고 생각해서 바로 A4용지에 적어두고 두고두고 보려고 생각함... 이건 솔직히 작품 외적으로도 나 자신만 놓고 보더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 그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면.' 이렇게 스스로 생각이 적용돼버려서 나름 공감하고 무릎을 탁 쳤던 듯? 그리고 속마음을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이 부분은 평소에도 사람들한테 속마음 잘 말 안 할 때도 하는 행동이라 뭔가 반가웠다
3. 풍자화의 대가. 슬슬 나도 그만 질렸다. 이건 통속 소설이 아닐까? 자칫 경직되려는 내 신셩에 대해서도, 또한 필시 마찬가지일 여러분의 신경에 대해서도, 다소 해독의 의의가 있기를 바라며 착수한 한 장면이었는데, 아무래도 이건 너무 밋밋하다. 내 소설이 고전이 된다면-아아, 내가 미친 걸까?-여러분은 도리어 나의 이런 주석을 거추장스러워 하리라. 작가가 미처 생각치도 못한 데까지 제멋대로 추측해 대며, 그게 왜 걸작인지를 큰 소리로 외치리라. 아아, 죽은 대작가는 행복하다. 오래 살아남은 어리석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사랑받게 하려고 땀을 흘리며 빗나간 주석만을 달고 있다. 그리고 대충대충 주석투성이 성가신 졸작을 만든다. 멋대로 해! 하고 뿌리치는 강인한 정신이 내겐 없다. 좋은 작가가 될 수 없어. 역시 응석받이다. 그렇지. 대발견인걸. 뼛속까지 응석받이다 응석 가운데서야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아, 이제 아무래도 좋아. 내버려 둬. 어릿광대의 꽃도 그럭저럭 여기서 시든 것 같다. 게다가 천하게 볼품없이 지저분하게 시들었다. 완벽에 대한 동경. 걸작으로의 유혹. ''이제 그만 됐어, 기적의 창조주, 나!''
작가는 자신의 책이 고전이 될 것을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쓰는 책이 미래에 고전이 될 거라는 확신과 사실이 있는 작가가 있을까? 그것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함이 느껴진다. <만년>은 결국 고전이 되었다.
4. 어떤 소설을 읽어도 첫 두세 줄을 대충 훑어보고서 이미 그 소섷의 내막을 훤히 꿰뚫은 듯 코웃음치며 책을 덮는 오만불손한 남자가 있었다.
이건 뭐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나 책이나 대충 트렌드 파악 어느 정도 하고 나면 뭐 보자마자 아 이런 느낌이겠네~ 아 이렇게 되겠네~ 하는 사람들 생각났음ㅋㅋ
5. ''당신은 아까 직업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무슨 연구라도 하십니까?'' ''연구?'' 세이센은 장난꾸러기처럼 목을 움츠리고 커다란 눈을 빙그르 돌려 보였다. ''무엇을 연구해요? 난 연구를 싫어해요. 어정쩡하게 지레짐작한 주석을 다는 일이잖아요. 싫습니다. 나는 만들지요.'' ''무얼 만듭니까? 발명인가요?'' 세이센은 킥킥 웃기 시작했다. 노란색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한 장 차림이 되었다. ''이거 재미있어졌는걸. 그렇습니다. 발명이에요. 무선 전등의 발명이지요. 온 세계에 전신주가 죄다 없어진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요? 우선 말이죠, 칼싸움 영화의 로케이션에 엄청 도움을 줍니다. 난 배우예요.''
뭔가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는 등장인물의 능란함과 그걸 글로 표현하는 작가의 대단함이 느껴졌음
6. 이곳 고서점에는 <체호프 서간집>과 <오네긴>이 있을 터였다. 이 남자가 팔았으니까. 그는 지금 그 두 권을 다시 읽고 싶어서 이 고서점에 왔다. <오네긴>에는 타티아나의 멋진 연애편지가 있다. 두 권 모두 아직 팔리지 않았다.
뭔가 자기가 고서점에 팔은 책을 다시 되사간다는 그 상황이나 감성이 간략하게 써졌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와닿았음... 그리고 아직도 안 팔렸다고 얘기하는 건 인기가 없었던 걸까? 그런 추측도 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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