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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전에 고양이 하수구에 빠져있다고 글 쓴 사람이야모바일에서 작성

Peropero(119.201) 2024.12.04 08:00:01
조회 1547 추천 17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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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4m 깊이의 하수구에 고양이 빠젓다고 119 신고해도 되냐고 같잖은 소리 했던 사람이야. 오늘 황당한 일이 있었어서 일기장 헝식으로 글좀 써볼게.

어제 저녁 여섯시? 일곱시쯤에 내가 구해준 새끼고양이가 밖에서 미야옹!!!하면서 울길래 여자친구가 무슨 일이지 하고 문을 열었더니 새끼고양이 엄마랑 새끼고양이랑 서로 얼굴 부비면서 인사하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더라고.

난 그것도 모르고 게임 졸라하다가 여자친구가 날 부르길래 호다닥 가봤는디 정말로 집 안에 애기가 들어와 있더라 ㅋㅋ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우선은 전에 이 집에 살던 고양이들이 썻던 화장실 깨끗하게 씻어서 모래 깔아주고 새끼한테 간식 조금 먹이고 있다가

문득 생각을 해보니까 집에 도그피아라는 강아지 사료는 있는데 고양이 사료가 없는거야. 그래서 배민으로 바로 고양이 사료도 주문했어

사료는 어디 싸구려 브랜드인데 2키로에 만오천원인가 그러더라
로얄캐닌 사주려다가 기름지다는 평이 엄청 많기 있길래 혹여나 안좋을까봐 안샀어

어쨋든 그렇게 있다가 애기가 침대 위에서 구토도 하고 이불 빠는동안에 내려놓으니까 구석진 곳에 가서 설사해서 애기의 온 몸에 똥 다 묻고... 나는 냥빨하러 가고.. 똥 냄새 진짜 지독하더라

강아지는 여러번 씻겨봐서 익숙한데 새끼 고양이를 씻기는건 처음이란 말야.
일단 얘 몸집보다 살짝 더 큰 다라이에 조금 따뜻한 미지근한 물 받아서 씻기는데
나는 얘가 처음에 물을 맞고 3초동안 가만히 있길래 수속성 고양이인줄 알았어 ㅋㅋ 근데 아니더라고. 상황 파악이 안되니까 가만히 있는 거더라고

정확히 3초 지나니까 존나 야옹거리고 나 존나 할퀴고 내 손에서 360도 턴 하길래 감탄하면서 호다닥 씻겼음 ㅋㅋ

감기 걸린 애라서 얼굴까지 씻으먼 문제 생길까봐 얼굴빼고 몸만 씻겼는데도 5분 좀 덜되게 걸리더라. 그동안 내 팔엔 상처가 존나 늘어만갔지 ㅜ

다 씻기고 드라이기로 말려주는데 어찌나 지랄하던지 어휴 좆냥이새끼..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그래도 내가 구해준놈인데 가만히 있어주면 얼마나 좋아.
결국에는 다 못말리고 전기장판 틀고 이불에 감싸주니까 그동안의 삶이 엄청 고단했는지 바로 풀잠 때리더라.

나는 새끼라서 몸집이 작은건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만져보니까 애기가 뼈밖에 없는거야. 심지어 그 날 저녁에 밥도 잘 안먹길래 감기때매 의욕이 없어서 그런가 했는데 새벽에 존나 야옹거려서 장단좀 맞춰주니까 밥 잘 먹더라. 너무 기뻣음 ㅎㅎ

근데 밥 다 먹고도 계속 야옹 거리길래 밖에 나가고 싶어서 그런가...? 해서 문을 활짝 열어줬거든? 근데 쳐다도 안보더라. 지금 생각을 해 보면 얘가 원래 자기 말고 두 마리의 형제가 더 있으니까 그 시간대에는 걔네랑 놀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야옹거린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내 이불 위에서 존나 잘 자다가 내 이불에 오줌도 존나 싸고ㅎ 시발새끼ㅎㅎㅎㅎ 지금은 그렇게나 많이 잤는데 아직도 많이 졸린지 내 옆에서 잘만 잔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내 얼굴 한 번 보고 다시 자고..

그 날 얘를 구했던건 단지 지나갈때마다 하수구에서 새끼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그냥 지나치기 뭐하기때문에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구했는데
이 아이가 직접 우리 집을 선택할 줄은 몰랐네.

이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살 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집에 온 이상 살도 많이 찌고 건강해져서 행복한 인생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노력 해야지

비추 주는 애들도 고맙고, 추천 해주는 애들도 똑같이 고맙다.
모두 올 한해 한 달 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민 모두 고생 많았고, 남은 한 달도 너희에게 뜻 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래.
다가오는 새해에 복 많이 받고. 모두의 인생이 잘 풀리기를 정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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