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신은 바둑을 룰을 지켜가며 두었을 때 언제나 가장 좋은 수만을 두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알파고가 바둑의 신이라면, 알파고 vs 알파고 대결은 언제나 결과가 같을 것이고, 이것은 바둑이 "풀렸다 (solved)"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은 바둑보다 훨씬 경우의 수가 적은 체스조차도 기물이 매우 적게 남아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15줄 오목은 풀렸다고 한다. 그럼 바둑도 언젠가는 풀리지 않겠냐고? 전산학 공부를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초광속 은하간 우주여행 급의 (현재로서는) 허황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전공자들은 경우의 수의 크기를 과소평가하고 컴퓨터의 계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컴퓨터의 계산, 혹은 어떤 종류의 계산도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모든 가능한 바둑판의 상태의 경우의 수인 3^(19*19) ~= 10^172 (실제로는 10^170 정도)개의 상태를 단순히 "세는 것"조차도 1초에 10^12개씩 (실제로는 빛/전자의 속도 때문에 물리학적으로 불가능) 할 수 있다고 쳤을 때 우주 나이의 10^150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틱택토나 15줄 오목처럼 모든 경우를 세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신이 아닌 이상 물리법칙을 적용받는 먼 미래의 인류나 외계인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인데 (혹은 풀 수 없는 문제 (undecidable)라고 증명), 적어도 21세기 안에는 안된다고 본다.

물론 알파고가 엄청나게 강한 건 맞다. 현실에서는 정확한 답보다는 정답에 근접한 답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N개의 도시를 각각 한번씩만 방문하면서 총 여행거리를 가장 짧게 하는 문제 (traveling salesman problem)는 대표적인 NP-complete 문제로, 도시의 수 N이 커지면 정확한 답을 구하는 것은 바둑과 마찬가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정확한 답이 아닌 정확한 답에 근접한 답을 일정 오차 범위 이내로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알파고도 바둑을 완전히 푼 것은 아니므로, 바둑의 신과 대결하면 호선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