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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제8-1편. {특집} 바둑 세계기전 총정리 One

판타마린 2005.08.09 01:41:28
조회 1229 추천 0 댓글 7


예고편대로 오늘은 바둑 세계 대회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1988년 제1회 후지쯔배를 시작으로 현재 가장 가까운 시일에 결승전이 끝난 제5회 춘란배 결승전까지의 우승기사, 준우승기사와 각종 세계기전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8-1편 :  {특집} 바둑 세계기전 총정리 One






우선 간단하게 훑어볼까요?

1988년 4월 2일 개최된 제1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전을 시작으로 올해(2005년) 3월 18일 끝난 제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까지, 메이저 세계 개인기전은 총 후지쯔배 17회, 응씨배 5회, 동양증권배 7회, 삼성화재배 9회, LG배 8회, 춘란배 5회, 도요타덴소배 2회로 총 쉰 세번(53회)이 치러졌습니다. 대전 방식은 모두 토너먼트 입니다.

※ 동양증권배 1회, 2회는 국내기전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규모가 우승상금 1천여만원 정도였으며 외국기사가 참가하기는 했지만 세계기전의 성격을 띠지는 못했습니다. 제3회부터 우승상금이 5천만원으로 상금 규모가 늘어나 비로소 세계 메이저 기전의 구색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메이저 세계 개인기전으로 취급되는 것은 3~9회, 즉 7번입니다.^^


총 53회의 결승전이 치러진 메이저 세계 개인기전의 국가별 우승 횟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후지쯔배 10회 + 응씨배 4회 + 동양증권배 6회 + 삼성화재배 7회
                     + LG배 6 회 + 춘란배 4회 + 도요타덴소배 2회 =  총 39회(우승률 73.6 %)

◈ 중국 ☞ 후지쯔배 한번 + 응씨배 한번 + 동양증권배 한번 + 삼성화재배 업ㅂ다
               + LG배 한번 + 춘란배 업ㅂ다 + 도요타덴소배 업ㅂ다 =  총 네번(7.5 %)

◈ 일본 ☞ 후지쯔배 여섯번 + 응씨배 업ㅂ다 + 동양증권배 업ㅂ다 + 삼성화재배 두번
               + LG배 한번 + 춘란배 한번 + 도요타덴소배 업ㅂ다 = 총 열번(18.9 %)





메이저 개인기전은 이정도고...그럼 국가대항전, 즉 메이저 세계 단체기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지요.^^

국가대항전 성격을 띠는 메이저 세계 단체기전은 1991년 제1회 SBS 세계 바둑 최강전을 시작으로 올해 2월 26일, <이창호9단의 마무리 5연승-상하이 대첩>으로 대 이슈가 된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 바둑 최강전까지, SBS배 1회, 진로배 5회, 농심배 6회, CSK배 3회로 총 열 다섯번(15회)의 대회가 치러졌습니다.

※ 이밖에도 중*일 슈퍼대항전, 롯데배 한*중 대항전이 있으나 바둑을 이끄는 삼국이 모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로 분류할 수 없기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총 15회가 치러진 메이저 세계 국가대항 단체기전의 각국 우승횟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SBS배 1회 + 진로배 5회 + 농심신라면배 6회 + CSK배 1회
                     =  총 13회(우승률 86.7 %)

◈ 중국 ☞ SBS배 업ㅂ다 + 진로배 업ㅂ다 + 농심신라면배 업ㅂ다 + CSK배 한번
               =  총 한번(6.7 %)

◈ 일본 ☞ SBS배 업ㅂ다 + 진로배 업ㅂ다 + 농심신라면배 업ㅂ다 + CSK배 한번
               =  총 한번(6.7 %)



총계...

메이저 세계 기전 총 68회의 각국 우승 횟수.


☞ 메이저 세계 개인기전 39회 + 메이저 세계 단체기전 13회 =  총 52
지나중국 ☞ 메이저 세계 개인기전 네번 + 메이저 세계 단체기전 한번 =  총 다섯번      
일본열도 ☞ 메이저 세계 개인기전 열번 + 메이저 세계 단체기전 한번 =  총 열 한번

메이저 세계기전 우승률 76.5 %
지나중국 메이저 세계기전 우승률 7.4 %
일본열도 메이저 세계기전 우승률 16.2 %





...대충 이렇습니다.^^

그럼 이제 세계 기전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전목록의 순서와 대회의 비중, 권위 등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무작위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아, 또하나...우승자/준우승자 명단의 단(段)위는 현재 기준으로 기록했습니다. 우승/준우승 당시의 단위가 아닙니다.^^


※ 1엔(¥) ≒ 10원   /   1달러($) ≒ 1000원(그냥 적어봅니다.^^;;)





Part. 하나 :  세계 개인 기전 [Major]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제16회 후지쯔배 우승자 이세돌 9단




후지쯔배는 가장 처음 열린 최초의 세계 메이저 개인기전이다.
1988년 대만 재벌 잉창치(응창기)씨가 세계 최초*최고규모의 국제기전을 창설하겠다고 선포하자 근대바둑의 본산지이자 바둑에 있어서는 최강을 자부하는 일본이 부랴부랴 후지쯔배라는 국제기전을 급조한다. 비록 시작은 좀 조잡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최고(最古)의 국제기전이라는 전통을 자부하는 대회로 발전하게 된다.

초대 대회에서는 '우주류'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중앙을 중시하는 기풍으로 인기가 높은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대만 출신으로 도일하여 그 특유의 끈질김으로 20세기 중반 일본기계 당대 최강이었던 '면도날' 사카다 9단의 시대의 종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이중허리' 린하이펑(임해봉)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

2회 대회는 1회 대회의 결승멤버가 재대결해 다시 다케미야 9단이 이겨 대회 2연패를 달성한다. 이후 5회까지 일본은 자국 기업이 주최하는 이 국제기전을 5연패하게 되는데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후지쯔배에서 큰 빛을 볼 수 없게 된다.

제6회 대회에서는 4강전 구도가 일본 2 / 한국 2 였는데 한국의 두 기사인 '전신' 조훈현 9단과 '최강의 공격수' 유창혁 6단(당시)이 모두 각각 필패의 흐름에 직면해 있다가 드라마같은, 두 기사 모두 극적인 반집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결승에 나란히 오르게 된다.
드디어 90년대 들어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한국에 유일하게 반(反)하던 후지쯔배가 한국의 품에 오게 된 순간이었다.

제6회, 제7회 대회는 결승멤버가 모두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이었고 6회는 유 9단이, 7회는 조 9단이 우승하였다. 특히 제7회에 우승한 조훈현 9단은 당시 존재하던 모든 메이저 국제기전 우승 트로피를 1회 이상 거머쥔(응씨배, 동양증권배, 후지쯔배, 진로배)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이룩하게 된다(사실 그랜드슬램이냐 사이클링 히트냐를 놓고 명칭에 관한 논쟁이 많았지만─그랜드슬램은 스포츠 관련 시사용어로서 통상적으로 1년 동안 모든 대회를 석권하는 것을 말합니다─...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최초로 이룬 조훈현 9단. 자랑스럽습니다^^).

제8회 대회에서는 중국의 '요도' 마샤오춘(마효춘) 9단이 일본의 1인자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을 꺾고 우승하여 이미 같은 해에 제패한 동양증권배를 포함, 국제기전 2관왕을 이룩하며 1995년 세계 랭킹 1위가 되는 영광을 누렸으나 바로 이듬해 '외계인' 이창호 9단에게 제9회 후지쯔배 결승에서 패하여 그 권세를 '세계 최강'이 된지 1년만에 잃고 만다.

제10회 대회는 잠시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는데 일본에서는 1인자로서 명성을 누렸지만 국제기전 우승이 없어 가슴앓이 하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자국기사 왕리청 9단을 꺾고 소원성취를 한다.

제11회 대회는 한국 최강이자 세계 최강인 이창호 9단과 마샤오춘 9단의 뒤를 이어 중국 최강으로 떠오른 창하오 9단이 결승전을 벌여 막판 역전승으로 이창호 9단이 우승을 하게 된다. 이후 창하오 9단은 올해 제5회 응씨배 우승을 하기까지 국제기전 준우승만 6번을 해 '만년 2위기사' 오명을 쓰게 되는 불운을 겪는다(지질이 우승복이 없던 창하오 9단도 올해에는 '독사' 최철한 9단을 꺾고 세계 최대 국제 메이저 개인 기전인 응씨배 우승을 차지해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바둑 열기가 엄청나지만 국제 기전 성적이 지지부진하여 속을 썩히던 중국 바둑팬들의 반응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이후 한국은 후지쯔배 독식 행진을 개시하게 되는데...
제11회 대회의 이창호 9단의 우승을 시작으로 12회 유창혁 9단, 13~14회 대회를 2연패하며 바둑황제의 면모를 재확인시킨 조훈현 9단, 15~16회를 역시 2연패 하며 '세돌열풍'을 일으킨 천재기사 이세돌 9단, 17회 '어린왕자' 박영훈 9단에 이르기까지 후지쯔배 7연패를 달성한 한국은 명실공히 세계 바둑 최강국으로서의 위세를 만방에 떨치게 된다.

현재 18회 후지쯔배가 진행 중인데 대회 8강에 이세돌 9단, 유창혁 9단, 최철한 9단, 송태곤 7단 등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기사들이 절반의 티켓을 꿰어찼으니 대회 8연패의 기록도 충분히 가능할 성 싶습니다.^^




◎ 기전(상금)규모 ☞ 1회~3회(우승─1천 5백만엔 / 준우승─7백만엔)
                           4회~15회(우승─2천만엔 / 준우승─7백만엔)
                           16회~현재(우승─1천 5백만엔 / 준우승─5백만엔)

◎ 대회규정 ☞ 제한시간─모든 대국 1인당 3시간
                     초읽기─1분 10회
                     덤─1회~15회(백 + 5집 반), 16회~현재(백 + 6집 반)

◎ 진행방식 ☞ 1회만 16강 토너먼트, 2회부터 본선 24강 토너먼트 / 선수권전 방식
                     모든 대국 및 결승전 단판승부
                     시드 :  전기대회 3위까지 차기 출전권 부여 / 전기대회 8강 1회전 면제

◎ 주최 / 후원 ☞ 일본*관서기원, 요미우리 신문 / 후지쯔(주), 일본항공

◎ 대회 우승자 / 준우승자 명단

제01회 ─ 다케미야 9단(日) / 린하이펑 9단(日)
제02회 ─ 다케미야 9단(日) / 린하이펑 9단(日) ... 다케미야 2연패
제03회 ─ 린하이펑 9단(日) / 녜웨이핑 9단(中)
제04회 ─ 조치훈 9단(日) / 첸위핑 9단(中) ... 첸위핑 결승전 기권
제05회 ─ 오다케 9단(日) / 왕리청 9단(日) ... 일본 5연패
제06회 ─ 유창혁 9단(韓) / 조훈현 9단(韓) ... 유창혁 국제기전 첫 우승!!
제07회 ─ 조훈현 9단(韓) / 유창혁 9단(韓) ... 조훈현 최초의 그랜드슬램 달성!!
제08회 ─ 마샤오춘 9단(中) / 고바야시 9단(日) ... 마효춘 WR 1위 등극
제09회 ─ 이창호 9단(韓) / 마샤오춘 9단(中) ... 이창호 WR 1위 탈환!!
제10회 ─ 고바야시 9단(日) / 왕리청 9단(日)
제11회 ─ 이창호 9단(韓) / 창하오 9단(中)
제12회 ─ 유창혁 9단(韓) / 마샤오춘 9단(中)
제13회 ─ 조훈현 9단(韓) / 창하오 9단(中)
제14회 ─ 조훈현 9단(韓) / 최명훈 9단(韓) ... 조훈현 2연패!!
제15회 ─ 이세돌 9단(韓) / 유창혁 9단(韓) ... 이세돌 최저단 국제기전 우승!!
제16회 ─ 이세돌 9단(韓) / 송태곤 9단(韓) ... 이세돌 2연패!!
제17회 ─ 박영훈 9단(韓) / 요다 9단(日) ... 박영훈 국제기전 첫 우승!! 한국 7연패!!
제18회 ─ 현재 8강전 진행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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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창치(응창기)배─잉씨(응씨)배─세계바둑선수권전






         초대 잉씨배 우승컵을 안은 조훈현 9단




             제3회 잉씨배의 우승자는 바로 유창혁 9단




                  제4회 잉씨배 우승을 차지한 이창호 9단





1988년. 대만의 재벌이자 바둑광인 잉창치(응창기)씨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기전을 출범한다고 발표한다.

이 거창한 세계 최초의 바둑 국제대회 창설의 이면에는 이제 막 바둑 신흥 최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우승을 이.뤄.주.려.는 잉창치씨의 속셈이 숨어있다...그렇게 기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사실 그건 공공연한 비밀과 다름 없었다. 그때 당시 한국은 거의 바둑에 있어서는 왕따였고 실질적으로 바둑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과 근대바둑 발전의 본산지로 자부심이 높았던 일본, 양국의 기세가 등등했는데 그 때 기계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대회가 바로 중*일 슈퍼대항전이었다.

1980년대 중반, 중*일 슈퍼대항전이라는 국가대항전이 처음 열렸는데, 방식은 지금의 농심배와 같은 연승제(엠겜 팀리그 방식)였다.
이 대회는 대국이라고 자부하던 중국이, 깔보던 상대인 일본에게 한 때나마 30년의 세월을 핍박받은 과거를 가지게 되고, 근래의 국제적 위상조차도 일본에게 밀리고 있는데서 생긴 뿌리깊은 자신들의 열패감을 치유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그 중심에 '녜웨이핑(섭위평)"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녜웨이핑은 흑룡강 돼지우리 반장까지 하던 불우한 과거를 안고 사는 기사로 굴곡이 크고 상처가 깊은 기억의 한을 중*일 슈퍼대항전에서 신들린 11연승으로 풀어헤쳤다(1회의 마무리 3연승, 2회의 마무리 5연승, 3회 마무리 1승, 4회 2승).

'최고'를 그 어느 누구보다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바로 중국은 자국의 명예를 드높인 이 남자를 극진히 대접하기 시작한다.

심장에 구멍이 뚫려 선천적으로 호흡곤란을 자주 일으키는 이 특이한 이력의 남자에게 중공정부는 '기성(棋聖)'이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사사하고 공산당 내에서의 서열도 상당한 고위수준의 직을 맡아 부와 명예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당시 녜웨이핑은 자국의 지지하에 공공연히 세계 최강으로 대접받던 기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한국이야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일본이 문제였다.
일본은 절대로 녜웨이핑을 1인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녜웨이핑은 진정한 1인자로 대접받지는 못한 것이다.

그즈음...잉창치씨가 세계 대회 창설을 발표하고 나선다.

비록 중국과 사이가 그닥 좋지 않은 대만이지만 결국은 한 동족인 어느 한 기사가 '최고'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것을 본 잉창치씨는 바로 그 녜웨이핑에게 공식적인 세계 바둑대회의 명예로운 우승자 칭호와 진정한 1인자의 왕관을 씌워주려는 목적을 가졌던 것이다.

우월의식.
단순히 머릿수만 많은 것들이라는 비하를 참을 수 없던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자국 민족(그런게 있기는 한지는 모르겠다만...)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바둑은 상상도 못할 경우의 수를 가진 진정한 두뇌*마인드 스포츠이다.
즉 중국은 '바둑을 잘 두는 나라'는 '지능이 우수한 나라'라는 논리를 스스로 입각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바둑 국제 선수권전은 1988년 초대 대회가 열리게 된다.

잉씨배가 창설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일본에서 부랴부랴 만든 제1회 후지쯔배에서 일본은 결승에 모두 자국 기사를 올려놓으며 '보험'을 들어놓는다.
하지만 잉창치씨나 중국은 개의치 않고 후지쯔배보다 규모도 크고 권위도 있는 바로 이 잉씨배가 진정한 세계 최고수를 가리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태연히 말한다.

1988년 8월. 제1회 잉씨배...그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가장 많은 본선티켓을 받았고 다음이 중국...
한국은...달랑 한장이었다. 바로 한국의 최강자 조훈현 9단.
미국, 남미같은 바둑으로서는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나라와 같은 수의 티켓을 받으며 '하수' 취급을 받았다.

제1회 후지쯔배에서 한국은 조훈현, 서봉수, 장두진이 모두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에...그에 따른 '합당한' 처사라는 것이다.
한국기원측에서 반발해도...주최측은 막무가내였다. 억울하면 참가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치욕...
조훈현 9단은 독이 잔뜩 올랐다.
그리고...기어코 일을 낸다.

제1회 잉씨배 결승 최종국...스코어는 현재까지 2 : 2로 타이...
'철의 수문장' 녜웨이핑 9단을 맞아 바람과 같이 빠르고 날카로운 착수로서 상대를 현혹시킨 뒤...휘청하는 녜 9단을 본 그 순간 작렬하는 결정타...
140여수에 이르자...얼굴 빛이 흙색이 된 녜 9단은 고개를 떨구며 돌을 던졌고...녜 9단의 아내 쿵샹밍(공상명)씨는 그대로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다.

시대를 갈라버린 조훈현의 섬광...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최종국을 절실히 기도하며 관전하전 한국의 모든 바둑인들은 승리의 축포와 환희의 눈물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조훈현...그는 한국 바둑계에 찬란한 빛을 초대한 인물이었다...

조훈현 9단은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프로기사로서는 최초로 카퍼레이드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조치훈 9단에 이어 두번재로 은관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

4년만에 한번 열리는...모든 바둑인들의 꿈의 기전인 잉씨배는 이후 2회 서봉수, 3회 유창혁, 4회 이창호로 이어지는 우승자들을 배출하며 세계 최강 한국바둑의 명위를 입증했다.
바둑 올림픽 4연패...정말 어이없기까지한 업적이었다.

비록 제5회 잉씨배 우승컵이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돌아가 '전통'이 깨지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4년 뒤를 기약합시다.^^



◎ 기전규모 ☞ 115만달러(우승─40만달러 / 준우승 10만달러)

◎ 대회규정 ☞ 제한시간─모든 대국 개인당 3시간 30분
                     초읽기─없음 / 제한시간 초과시 30분당 2점 벌점(최대 2회)
                     덤─8점(계가법 : 응씨룰)

◎ 진행방식 ☞ 1회만 본선 16강 토너먼트, 2회부터 본선 24강 토너먼트
                     준결승 3번기, 결승전 5번기
                     시드 : 전기 8강 진출자 차기 대회 2회전 진출 자격 획득
                     4년마다 개최

◎ 주최 / 후원 ☞ 잉창치 위기 교육기금회

◎ 대회 우승자 / 준우승자 명단

제1회 ─ 조훈현 9단(韓) [3 : 2] 녜웨이핑 9단(中) ... 조훈현 감격의 잉씨배 우승!!
제2회 ─ 서봉수 9단(韓) [3 : 2] 오다케 9단(日) ... 서봉수 염원하던 잉씨배 정상에!!
제3회 ─ 유창혁 9단(韓) [3 : 1] 요다 9단(日) ... 유창혁 대망의 잉씨배 우승!!
제4회 ─ 이창호 9단(韓) [3 : 1] 창하오 9단(中) ... 이창호 미지의 봉우리 등정 성공!!
제5회 ─ 창하오 9단(中) [3 : 1] 최철한 9단(韓) ... 창하오 첫 세계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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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제3회 동양증권배 이창호 9단 우승─최연소 세계챔피언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제4회 동양증권배 우승자 이창호 9단─동양증권배 2연패!!




         제9회 동양증권배 우승컵을 든 이창호 9단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바둑 국제 선수권전 창설의 흐름은 자연히 한국에도 찾아오게 되었다.
중국계인 대만과 일본이 각각 초규모의 세계기전을 개최하고 나서자 당시 상대적으로 바둑에 있어서 중*일에 낙후'되어야만' 했던 한국도 동양증권배라는 기전을 창설한다.

하지만 규모가 세계기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소하다 보니─당시 후지쯔배 우승상금이 한화 1억 5천만원 가량, 잉창치배 우승상금이 한화 4억원 가까이 되었는데 반해 동양증권배 우승상금은 1천 5백만원 정도─외국기사들의 참여도가 떨어졌다.
안그래도 바둑에 있어서는 자신들보다 몇 수는 아래라고 보는 일본과, 그런 일본을 쫓느라 한국에는 관심도 없던 중국의 기사들에게 더욱 참가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외국기사에게 특혜를 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동양증권배 1회, 2회는 국내기전으로 분류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의 조훈현 9단이 잉창치배에서 초대 우승을 일궈내며 챔피언으로 등극하자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서서히 한국바둑의 시대가 열리던 그 시점.
그 흐름을 놓칠 수는 없기에 동양증권배는 3회부터 우승상금을 한화 5천만원으로 대폭 올리며 비로소 본격적인 세계기전의 명함을 내밀수 있게 되었다. 사실 5천만원도 세계기전의 우승상금치고는 그리 많은 액수라 할 수는 없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정말로 한국바둑의 중흥기가 오는가...를 반신반의하던 주최측의 고민이 그러한 어중간한 금액으로 나오게 된것이다. 국내기전치고는 많고, 세계기전 치고는 좀 적은...주최측으로서는 일종의 '테스트'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기전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제3회 동양증권배는 1990년 하반기에 스타팅 테이프를 끊었다.

누가 우승할까...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제1회 잉창치배를 우승한 한국의 자랑 조훈현 9단...
제1회, 제2회 후지쯔배를 2연패한 우주류의 다케미야 9단...
비록 세계대회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대삼관(일본 기전 타이틀 중 가장 최고로 치는 세 타이틀 기전인 기성(大), 명인, 본인방(혼인보)를 동시에 획득하는 것을 말함. 유일하게 조치훈 9단만이 가진 기록)' 을 이룩하며 일본 최강의 기사로 평가받는 조치훈 9단...
조치훈이 교통사고로 슬럼프에 빠지자 곧바로 일본 최강자로 떠오른 고바야시 고이치 9단...
이 네명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중국의 녜웨이핑 9단, 일본의 린하이펑 9단, 오다케 9단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초대 동양증권배 세계기전' 의 우승자는 중*일의 바둑인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오직 한국에서만 가능성을 속으로 가늠했었다.

1991년 9월 18일. 제3회 동양증권배 세계 바둑선수권전의 대망의 결승 1국.

첫번째 결승진출자는 우승자 예상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던 제3회 후지쯔배 우승자 일본의 린하이펑 9단이었다.
일본은 초대 동양증권배 우승을 절반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막강한 조훈현만 떨어진다면...더이상 린하이펑의 앞을 막을 적수는 없다고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래도...조훈현인데...하며 어쩔 수 없이 조훈현이 결승 진출자가 될 것이라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린하이펑...이 기사는 바둑기사로는 상당히 모범적인 훌륭한 인품의 기사다.
때문에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비록 전성기가 지나 이미 지천명(50)의 삶에 접어든 노장기사였지만 아직도 쟁쟁한 실력을 자랑하는, 일본이 자신있게 내세우는 기사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조훈현 9단이 린하이펑 9단의 상대자가 아니었다.
두번째 결승진출자는...스승을 꺾고 올라온 정체불명의 소년...

바로 16세의 이창호(당시 4단)였다.

경악...
중국, 특히 일본은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약관도 채 되지 못한 중학생이 그런 깊은 수양을 쌓았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그동안 철썩같이 믿어왔던 하나의 절대적인 바둑에 대한 믿음을 부숴버리는 것이었다.

삶을 살아가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고 거기서 지혜와 끈기를 배워 수양을 쌓게 되며 그로인해 바둑에 대해 알아가고 숙련되는 것이...일종이 정설아닌 정설과도 같은 그 모든 절차를 모조리 생략하고 아무 표정도 없이 린하이펑과 마주 앉는 이 불가사의한 소년에게는 통용되지 않았다.
일본의 바둑관련 기자들은 이창호에게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붙이기에 이른다.
중*일의 소스라침을 보며 한국의 기사들은 이중적인 갈등에 휩싸인다.
하나는 그동안 스승 조훈현을 꺾고 한국의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이창호를 그동안 '자기 스승밖에는 이길 줄 모르는 철부지' 라  비웃어온 중*일에 대한 조소였고...
하나는 '정말로 올라갔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놀람과 탄식...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모든 감정들의 뒤로 한채...제3회 동양증권배 결승전은 시작되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결승전에 빈번한 '흑번필승' 징크스가 제4국까지 이어졌다.
두기사 모두 끈질긴 기풍이기에 1, 2국에서는 승자의 우세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제3국의 린하이펑의 흑 불계승(계가를 하지 않고 상대가 패배를 선언), 제4국의 이창호의 4집 반 승...잠시간의 격동이 지난 후 이제 최종전 제5국으로 우승컵의 향방이 가려지게 되었다.
린하이펑의 1국, 3국 승, 이창호의 2국, 4국 승. 모두 흑을 쥐었을 때 이긴 것이다.
당시만 해도 흑이 가지는 선착의 효용성을 고려하여 백에게 주어지는 덤이 5집 반이던 시절이라 모두 흑을 쥐고 싶어했다(보통 덤이 7집 반 이전까지는 모두 흑을 쥐고싶어 하는 경향이 있죠. 이에 잉씨배나 춘란배는 7집 반 이상의, 오히려 백에게 유리한 덤을 줍니다).
실력이 종이 한장 차이보다 미세한 초고수들의 대국에서 약간의 어드밴티지는 승률상승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러한 '흑번필승' 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드디어 대망의 최종국...모두가 설마설마...하는 가운데.
최종국의 돌이 가려졌다.
맙소사...이창호는 백을 쥐었다.
일본측 관전실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한국측에서는 반대로 더없이 아쉬워했다.
사실 린하이펑의 흑번은 어지간 해서 적수가 없었기에 이제 동양증권배 우승컵은 일본의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본측은 섣부른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었다.

실제로 대국 중반이 지나도록 린하이펑의 우세가 계속되자 일본과 한국의 희비는 극도로 엇갈렸다.
일본은 '이창호는 대단하다. 결승전까지 올라온 것도 엄청난 것이다' 하고 입발린 칭찬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고...반대로 한국측의 안타까움은 무거운 침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일본은 아직 이창호의 진면목은 종반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드디어 끝내기(대국 종반에 자신의 집의 경계선을 확보하는 것)...
역전이 힘들어진 상황에서도 도박을 걸지 않으며 묵묵히 린하이펑의 뒤를 쫓던 이창호...
린하이펑이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이럴수가...
어느새 이창호는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렇게나 깊은 숨을 가진 린하이펑의 정신이 결승 테이프를 불과 얼마 놔두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마비되는 그 순간...
이창호는 살짝...치고 나갔다.

백의 1집 반 승리.
최연소 세계 챔프의 탄생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결과에 일본은 넋이 나갔고 한국은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세계 최고를 향한 이창호의 행진은 바로 이 동양증권배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후 제4회 동양증권배에서 이창호는 다시 결승에 올라 스승의 심리적 라이벌이었던 조치훈 9단과 조우한다.
조치훈 9단...조국인 한국을 끔찍이 사랑하는 위대한 불사신...화염과 같은 뜨거운 정열을 가진 일본기계의 최고봉.

드디어 드림매치가 이뤄졌다는 바둑인들의 기대...
그러나 결과는 허무했다.
3 : 0  이창호의 스트레이트 우승.
그러나 세판 모두 이창호 9단의 역전승이었다.
그중 2국과 3국은 모두 반집 차.

첫판을 졌을 때만 해도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창호의 스승인 3살 위의 조훈현 9단에게 왜 제자를 더 엄히 가르치지 못했느냐고 하던 조치훈 9단은 이 허탈한 '반집'에 그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이창호를 만난 모든 최정상급 기사들을 악몽으로 몰아넣었던 '이창호의 반집'드라마 역시 이 동양증권배에서 시작된 것이다.

3회부터 9회까지 총 7회의 대회 중, 95년 마샤오춘 9단의 우승을 제외한 6회 중, 이창호 4회 우승과 조훈현 2회 우승. 동양증권배 세계 선수권전은 조*이 사제의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창호 9단의 세계정상 행보의 시초가 되었던 세계기전 동양증권배는 제9회 이창호 9단의 우승을 끝으로 중단되었다.




◎ 기전규모 ☞ 1회(총─9천만원 : 우승─1천 5백만원)
                     2회(총─1억 2천만원 : 우승─1천 7백만원)
                     3회(총─2억 5천만원 : 우승─5천만원 / 준우승─1천 5백만원)
                     4회~5회(총─3억 9천만원 : 우승─1억원)
                     6회~7회(총─5억 2천만원 : 우승─1억원)
                     8회~9회(총─6억 6천만원 : 우승─1억 2천만원 / 준우승─4천만원)

◎ 대회규정 ☞ 제한시간─개인당 3시간
                     초읽기─1분 5회
                     덤─5집 반

◎ 진행방식 ☞ 준결승 단판 / 결승 5번기
                     1회~2회─32강 토너먼트
                     3회~9회─24강 토너먼트
                     시드 : 전기 4강 진출자 차기 출전권 부여

◎ 주최 / 후원 ☞ 서울 경제신문 / 동양증권

◎ 대회 우승자 / 준우승자 명단

제1회 ─ 양재호 9단(韓) [? : ?] 장수영 9단(韓)
제2회 ─ 서봉수 9단(韓) [3 : 1] 이창호 9단(韓)
제3회 ─ 이창호 9단(韓) [3 : 2] 린하이펑 9단(日) ... 이창호 최연소 세계 챔프 등극!!
제4회 ─ 이창호 9단(韓) [3 : 0] 조치훈 9단(韓) ... 이창호 2연패!! 조치훈 7회까지 韓
제5회 ─ 조훈현 9단(韓) [3 : 1] 요다 9단(日)
제6회 ─ 마샤오춘 9단(中) [3 : 1] 녜웨이핑 9단 (中) ... 마효춘 첫 국제기전 우승
제7회 ─ 이창호 9단(韓) [3 : 1] 마샤오춘 9단(中)
제8회 ─ 조훈현 9단(韓) [3 : 0] 사토루 9단(日)
제9회 ─ 이창호 9단(韓) [3 : 1] 유창혁 9단(韓) ... 동양증권배 중단








※ 이 글은 www.leechangho.com 의 통계 및 자료 분석 전문가이신 아르마다님의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 ─ 위 주소로 가셔서 Data 탭에 가시면 자세한 자료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유게시판에서 '아르마다'로 이름 검색하셔도 많은 자료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기원의 기전정보를 참조하였습니다.

※ 통신 유머작가 둔남님, 중앙일보 바둑 전문기자 박치문님,www.leechangho.com 의 개인기자 fools1님의 글을 참조하였습니다.

※ 사진의 출처는 www.leechangho.com와 네이버 이미지, 사이버오로, 타이젬, 유창혁 9단 홈페이지와 조훈현 9단 홈페이지입니다.

※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3회에 걸쳐 나눠서 올립니다.^^;;...이게 뭐가 쉬어가는 건지...ㅠㅠ...혹 떼려다가 혹붙인...ㅠㅠ...3편이 다 올라간 후 1편으로 편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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