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 ☞ (제8 - 3편}-특집! 바둑 세계기전 총정리 Three
(제8 - 4편}-특집! 바둑 세계기전 총정리 Final
(제9편}-특집! 바둑 세계기전 총정리 : 통합 업그레이드편
(제10편}-제목 미정 : 본편 계속~
한 편이 늘어났네요...ㅠㅠ
제한시간 기록─대국시계
-제8-2편 : {특집} 바둑 세계기전 총정리 Two
★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
제3회 삼성화재배 우승자 이창호 9단. 부상으로 SM5 자동차를 받았다
제7회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거머쥔 조훈현 9단. 최고령 세계기전 우승기록^^
제8회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12년만에 두번째 세계기전 우승을 맛본 조치훈 9단
제9회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입단 9년만에 세계기전 4회 우승을 기록한 이세돌 9단
예전에 바둑 관련 사이트인 네오스톤에서 <가장 권위있는 세계(개인)기전은?>이라는 주제를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현존기전과 중단기전을 포함, 국제 개인기전은 후지쯔배, 잉씨배, 동양증권배, 삼성화재배, LG배, 춘란배, 도요타덴소배, 중환배, TV 바둑 아시아. 총 9개.
그 중, 현존하는 기전은 후지쯔배, 잉씨배, 삼성화재배, LG배, 춘란배, 도요타덴소배, 중환배, TV 바둑 아시아.
규모가 메이저급에 다소 미달되는 중환배, TV 바둑 아시아와 중단기전인 동양증권배를 제외한 6대 국제 메이저 기전이 실질적인 설문조사의 후보대상이 되었다. 물론 위 세 기전도 포함이 되기는 했지만.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세계대회인 후지쯔배.
4년마다 개최, 최고액의 우승상금,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권위를 가진 잉씨배.
세계기전 중 유일하게(당시까지) 아마추어에게도 대회 참가권을 부여하는 삼성화재배.
최고의 총상금 규모를 자랑하는 LG배.
격년제로 개최되는, 중국기업이 후원하는 유일한 기전인 춘란배.
역사는 가장 짧지만 격년제 대회임에도 잉씨배 규모의 메머드 기전인 도요타덴소배.
현재 우승상금 순위는...
잉씨배 ≒ 도요타배 >LG배 >삼성화재배 >후지쯔배 ≒ 춘란배 >중환배 >TV아시아
40만달러/3천5백만엔/2억5천만원/2억원/1천5백만엔/15만달러/2백만위안/2백5십만엔
* 동양증권배는 1억2천만원.
설문조사 결과는...
삼성화재배(42.37 %)가 잉씨배(37.59 %)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아마추어에게도 참가권을 주는 오픈기전이라는 고유의 특징과 총상금규모 12억원, 우승상금 2억원이라는─사실 1회 때는 40만달러로 최고액. 점차 줄어듦─세계기전 다운 규모...즉, 개성과 규모, 그리고 인지도와 흥미성에서도 최고의 점수를 받아 전통과 권위로 상징되는 잉씨배를 제친 것이다.
※ 이후 LG배도 삼성화재배와 같이 오픈예선을 도입합니다.
1996년까지 당시 3대 메이저기전인 후지쯔배, 잉씨배, 동양증권배와 단체전인 진로배, 마이너 속기(제한시간이 짧은) 국제기전인 TV 바둑 아시아선수권전까지, 개인기전 4개, 단체전 1개, 총 5개의 국제기전이 치러지던 그 때, 바둑의 세계화를 지켜보던 삼성은 또 하나의 초규모의 기전을 발족하게 된다.
우승상금만도 잉씨배와 같은 자그마치 40만달러. 더구나 잉씨배가 4년마다 한번 열리는 대회임을 가만한다면, 1년에 한번 치러지는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은 가히 최고의 대회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1996년 제1회 대회 결승에는 한국 4천왕(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중 한명인 "공격의 최고수" 유창혁 9단과 번번히 한국선수들을 꺾어 쇠약해진 일본기계에서 희망으로 떠오르며 "열도의 자존심" 이라 불린 요다 노리모토 9단이 최고의 기전, 삼성화재배의 첫 우승컵을 놓고 마주쳤다.
요다 9단은 세계최강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창호 9단에게 전적상 확실한 우세를 보이는, 당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기사 중 한명이었다.
일본인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호방한 성품에 한국을 좋아해 결혼식도 제주도에서 한,
그런 요다 9단은 96년과 97년에 걸쳐 유창혁 9단과 세계 최고의 양대기전인 제1회 삼성화재배와 제3회 잉창치배의 결승에서 도합 10번기를 펼치게 된다.
세계바둑계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두번의 대승부 중 첫번재는 초대 삼성화재배 결승.
한국의 바둑팬들은 제6회 후지쯔배 우승 이후 3년만에 국제기전 결승에 올라선 유창혁 9단이 화려하게 비상하기를 바랬다.
그러나...요다는 역시 "열도의 자존심" 다웠다.
제1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요다 노리모토 9단은 유창혁 9단을 토탈스코어 2 : 1 로 꺾고 초대 우승컵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당시 한*일 양국의 기대는 대단했다.
그러나 기세로 보자면 한번 세계무대 정상을 밟아본적이 있는 유창혁 9단을 지지하는 한국측 응원이 더 거셌다. 일본은 이미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었던 후지쯔배가 제6회에 바로 이 유창혁 9단이 우승한 이후로 거의 한국의 독무대가 되어오다시피 한 것 때문인지 큰 기대는 없었다. 아무리 요다가 한국기사들에게 그나마 성적이 낫다지만 중요한 승부에서의 한국기사들의 벽은 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당시 세계기계의 공공연한 중론이었기에...
그리고 요다는 94년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하지만 "바둑황제" 조훈현에게 노상 시달리다가 3 : 1 로 겨우 한판 건지고 패퇴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저런 이유로...아무래도 유 9단이 요다를 꺾어주리라 한국의 바둑팬들은 기대했지만...바라지 않던 결과가 나오고 만 것이다.
전혀 뜻밖인 것은 아니었지만...그래도 패배에 익숙해져 덤덤했던 일본 바둑팬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당시 요다 9단은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고 결승전을 치루었는데 여기저기 갖다붙이기 좋아하는 대중들은 왜 유 9단은 한복을 입지 않았냐는 둥의 어이없는 발언으로 유 9단을 비난했다.
유창혁 9단은 화사하고 경쾌한 공격바둑을 지향하는 만큼 성품도 온화하고 밝으며 낙관파인 편인데...당시로서는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유창혁 9단은 두번째 요다 9단과의 결승쟁패─잉씨배 결승에서 3 : 1 로 우승하며 개인적인 명예회복과 상대에 대한 설욕을 한꺼번에 하는 동시에 한국의 잉씨배 전통(1회 조훈현 9단, 2회 서봉수 9단─한국의 사천왕이 차례대로 우승하는 것이 일종의 징크스가 됨. 아니나다를까 3회 유창혁 9단이 우승한 이후 4회에서는 이창호 9단이 우승함으로써 그 전통이 확고해짐. 5회에서 깨진 것은 아깝긴 하지만...우리만 우승할 수는 없으니^^)을 이어가는 일거다득의 수확을 올리게 되었다.^^
제2회 삼성화재배는 이슈가 많았던 대회였다. 침체되었던 일본바둑이 1회 요다 9단의 우승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자 그 흐름에 따라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이 2회 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당시 조훈현 9단을 32강전에서 꺾어 파란을 일으킨 중국의 차세대 기주 창하오 9단을 다크호스 김승준 9단이 8강에서 떨어뜨리며 바둑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또한 이창호 9단, 마샤오춘 9단 등의 쟁쟁한 정상급 기사들이 4강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성도 보장한, 삼성화재배가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회로 새삼 각인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제2회 삼성화재배는 단 한판의 대국으로 최고의 흥행성을 가지게 된다.
제2회 삼성화재배의 희대의 명국, <1선상의 묘수─313수만의 반집>...
그 주역은 바로...
한국의 "세계최강"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요괴의 칼" 마샤오춘 9단이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 희대의 천재 재사인 주유라는 인물이 죽기 전 했던 말이 있다.
"하늘이시여. 주랑을 낳았거든 공명은 왜 또 낳으셨나이까..."
남다른 재주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제갈량에게 가로막혀 울분을 삼켜야 했던 주유...
그로부터 1700여년 후에 정체불명의 청년 이창호에 매번 쓴맛을 봐야만 했던 마샤오춘...
둘의 운명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1995년. 동양증권배와 후지쯔배, 그해 치러졌던 국제 개인기전 2개를 모두 석권하며 세계랭킹 1위로 자리매김한 마샤오춘 9단.
그 해는 섭위평의 중*일 슈퍼대항전 시대 이후 10년만의 중국바둑의 전성기였다.
95년에만 국제기전 2관왕이 된 마샤오춘 9단은 명실공히 중국의 영웅이 되었다.
때문에 기존의 영웅이었던 섭 9단과 마 9단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한다.
그러나...1993년 제4회 동양증권배를 우승하여 단일 국제기전 2연패를 이룩한 후 한동한 세계무대에 뜸하던 이창호 9단이 한국기계을 평정한 후 서서히 세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마샤오춘 9단은 "내 생에 봄날은 간다" 라는 불후의 명곡을 불러야만 했으니...
1996년, 한국의 최고수와 중국의 최고수는 동양증권배 결승과 후지쯔배 결승에서 연달아 만났다.
그때만 해도 마 9단은 최악의 악연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 두번의 승부는 팽팽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모두 이창호 9단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 후로 3년 넘게 이창호와 마샤오춘은 단골 결승대진멤버로 이름을 올리며 맞붙었지만 기어이 마샤오춘은 단 한번도 결승무대에서 이창호를 꺾지 못했다.
비단 결승뿐만이 아니라 만나는 족족 9연패, 5연패 등 계속 패점을 기록하며 2005년 현재 두 사람의 전적은 25 : 7 로 최고수들간의 전적치고는 마 9단으로서는 치욕적이리만큼 처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러나 그러한 악연의 기나긴 흐름 속에서 마샤오춘 9단이 아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다 한번 이긴 것으로는, 더구나 결승에서 완벽하게 꺾지 못하는 것은 승리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패배가 마 9단으로서는 너무나 가슴아팠기에.
마샤오춘이 이 지긋지긋한 악연의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는 두번의 결정적 찬스는...모두 삼성화재배에서 주어진다.
1997년 한글날 치러진 제2회 삼성화재배 준결승.
이창호 對 마샤오춘 * 김승준 對 고바야시 사토루의 대진.
예상보다 한국은 힘겹게 4강에 2명의 기사를 올려보낸다.
부동의 에이스 이창호와 다크호스 김승준.
한국 바둑팬들은 지난 1회 대회의 악몽을 가슴에 남겨둔 채 이번 대회만큼은 기어코 자국기사가 이 최고의 기전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마지 않고 있었다.
4강전에 올라온 한국기사들의 행보는 실로 험난했다.
이창호가 8강전에서 의외로 일본의 무명기사에게 고전하다가 끝내기에서 따라잡아 역전승. 그리고 김승준은 창하오의 사석작전에 말렸다가 겨우 살아나며 역전승.
정말 아슬아슬하게 올라왔기에...이제 액땜은 다했거니 하고 낙관하고 있던 한국이었다.
그러나...
이 4강전은 한국 바둑팬들에게는 지옥을 경험하기에 충분한 혈전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다크호스...기세를 앞세운 김승준 9단이 사토루 9단에게 먼저 선제공격을 가해 승기를 잡는가 싶었더니 이내 덜미를 잡혀 때이르게 투석해버린 것이다.
서서히 한국에게 불안감이 엄습하던 이 때...그러나 그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도 이창호가 있다...
이창호만 남았다. 그러나 이창호만 있으면 충분하다(이 신뢰는 10년째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창호와 마샤오춘의 대국은 초장부터 이 9단이 초반에 벌어진 눈사태형 정석에서 엄청난 착각을 범해 때이르게 위기에 놓이게 된다.
순간 한국측 검토실에서나 KBS TV 중계로 서봉수 9단의 해설을 듣던 한국의 바둑팬들이나 간이 콩알만해졌다.-_-;;
마샤오춘이 누구던가. 당시 이창호를 제외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던 그는 실제로 최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기사였다.
조훈현에 이어 두번째로 한 시즌 세계대회 2관왕을 이룩한 중국의 자랑이 아니던가.
아무리 전적상 말도 안되는 비세에 놓여 경기 외적으로 압박감을 받는다 해도 이번만큼은 단단히 벼르고 나왔던 마 9단인지라 예전에 이창호 9단과의 대국에서 보였던 다소 어이없는 착점도 찾아볼 수가 없어 소위 "떡수"를 바라던 한국측에게 굉장한 실망을 안겨줬었다.^^;;
이창호의 독보적인 강점 중 하나가 대개로 평이한 수를 두면서도 상대의 실수를 그 어느 기사보다도 정밀한 레이더로 캐치해 정확한 수읽기로 응징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완벽하다면 승패는 가려질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좋은 수를 두는 것이 승리로 이끄는 길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의 실수를 바로 집어내어 자신에게 이익을 쌓아가는 것 또한 '좋은 수' 가 되는 것이다.
얼마나 바둑이 어려우면 묘수가 그리 많겠나...하는 말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바둑이 한참이 진행되었는데도 이창호 9단의 절망적인 형세는 오히려 더 악화되어갔다.
애가 탔다. 또다시 한국의 최고의 기전인 삼성화재배가 외국기사의 품에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잉창치씨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할 듯 했다.
그래도 이창호니까...
슬램덩크에서...
마치 패색이 짙은 경기상황에서도 능남의 선수들과 코칭스탭진이 한결같이 윤대협이니까...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던 것처럼...아니 그보다 열배는 더한 신뢰감으로 한국은 이창호를 믿었다.
최고수들간의 대국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닥쳤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한국 바둑팬들의 간절한 바램에도 형세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중반에 이창호가 승부수를 던졌으나 마샤오춘의 훌륭한 응수로 인해 불발.
그리고 이창호의 영역인 종반에 접어들게 되었다.
검토실에서 형세판단을 해본 결과...
흑을 쥔 마샤오춘 9단의 2집 반 부동의 우세.
초*중반도 아닌 흑돌백돌이 바둑판에 촘촘히 늘어선 상황에서 2집 반의 차이라는 것은 거의 역전 불가능의 수치였다. 이창호가 이기려면 적어도 3집을 빼앗아오건 만들건 지어내야 하는데...상대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마샤오춘...오늘만큼 이창호와 마주 앉은 마샤오춘이 그렇게 커보일 수가 없었다. 반집을 다투는 기사들에게 종반에서 3집의 유리라는 것은 너무나 컸다.
그나마 그렇게나 불리한 형국에서 도박을 걸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참고 참아서 2집 반까지 따라잡은 이창호가 대단하다는 말...한국은 그렇게 가슴아픈 위안을 할 수밖에...
그런데 그 순간 반상에 돌연 지진이 일었다.
잠잠하던 이창호가 갑작스럽게 우상귀를 푹 찔러왔던 것이다.
확실한 우세 속에서, 환희의 물결을 가슴으로 내리누르고 있던 마샤오춘의 미간이 꿈틀한다. 마 9단은 감각과 기세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사. 즉각 그 바꿔치기를 결행한다.
마 9단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급작스럽게 몰아친 이창호의 거친 숨결.
한*중의 검토실은 갑자기 부산스러워진다.
역전의 희망을 꿈꾸는 측의 흥분과 불안한 기운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측의 손길이 어우러진다...
먼저 결승에 진출하여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대국을 지켜보던 사토루 9단도 이 일대 변화에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토실의 형세판단...계가 결과 발표는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열렬한 기대심을 가졌던 한국 바둑팬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여전히 흑 우세...2집 반 불변.
절망.
한국측 검토실의 기사들은 "다른 나라 기사들이 우승해도 의연해야 한다", "뭐 이기고 지고 할 때도 있는거지..." 하고 체념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KBS 중계의 해설을 맡았던 서봉수 9단의 "역전 불가입니다...더 이상 해볼 데도 없네요...안타깝군요..." 라는 말을 듣고 있는 한국 바둑팬들은 허탈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한국의 체념과 중국의 웃음이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던, 마샤오춘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던 그 순간...
반상에서는 경천동지할 기적의 서광이 비추고 있었다.
무난히 승리할 수 있었던 마샤오춘 9단이 무슨 이유에선가 그리 큰 이득도 없어보이는 패싸움을 결행한 것이다.
의욕을 상실한 채 잦아드는 목소리로 해설을 하던 서봉수 9단이 돌연한 이 변화에 마 9단이 또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식의 말을 했다.
검토실에서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팻감의 갯수를 따지며 필사적으로 승패의 윤곽을 잡아보려 애썼다.
하지만...팻감조차도 흑이 많았다.
벌써 네번째 좌절...그러나 이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검토실의 기사들, 관전기자들, TV 중계를 시청하던 바둑팬들도 장장 60여수에 이르는 초읽기 속의 피말리는 패싸움을 숨죽이며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361로의 바둑판을 거의 다 메워갈 300수가 지나서도 미세하게나마 흑 우세가 예상되던 바로 그때.
맨 아래 1선에 내려앉은 백의 한수.
검토실은 경악했고 마샤오춘 9단의 승리를 확신하고 싱글벙글하던 중국 관전기자 한명이 주저앉아 버렸다.
화면에 살풋 비친 마 9단의 얼굴은 어느새 창백해져 있었다.
이윽고 바둑이 끝나고 공배(흑*백 양자간 어느 영역도 아닌 곳)를 메우기 시작했다.
두 대국자의 손길이 바쁜 가운데.
마지막으로 공배를 메운 이는...
이창호 9단이었다.
제2회 삼성화재배 4강전 마샤오춘 9단(黑) 對 이창호 9단(白).
...313수 끝 백 반집 승.
이 대국은 이창호 9단의 최고의 명국인 동시에 마샤오춘 9단의 악몽의 결정체였다.
그 후...
이듬해 열린 제3회 삼성화재배에서 이창호 9단과 마샤오춘 9단은 1인자의 자리를 놓고 다시 마주친다.
이 끈질긴 악연.
이 결승전은 국제기전 결승, 아니 모든 결승 시리즈의 최고봉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결승전이었다.
결과는 3 : 2 로 또다시 이창호의 우승. 삼성화재배 2연패.
마샤오춘 9단의 악연 탈출기...그 두번째 결정적인 찬스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최종국을 해설하던 조훈현 9단마저 도대체 언제 그 절망적인 형세가 역전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했던...
<이창호의 마술>에 의해서.
이후 삼성화재배는 많은 바둑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세계기전으로 거듭났으며 수많은 명승부를 배출해 내었다.
우승상금은 1회 40만달러, 2회 3억원, 3회 2억원+SM5 자동차, 4회 이후 2억원으로 조금씩 내려갔지만 그 명위는 퇴색된 기미가 없다.
제4회 삼성화재배에서도 이창호 9단은 한국인 도일기사인 조선진 9단을 3 : 0 으로 완봉하며 단일 메이저 국제기전 3연패라는 초유의 기록을 달성했다.
제5회 삼성화재배에서는 유창혁 9단이 일본의 야마다 기미오 8단을 3 : 1 로 물리치며 1회대회에서의 아픔을 덜며 우승을 차지하였고, 제6회와 제7회 대회에서는 조훈현 9단이 2000년, 2001년 후지쯔배 2연패에 이어 삼성화재배 2연패를 달성함으로써 바둑황제의 건재를 유감없이 과시하였다.
제8회 삼성화재배에서는 불사신 조치훈 9단이 주최측의 추천티켓을 받아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며 박영훈 9단을 꺾고 1991년 제4회 후지쯔배 우승을 이룬 후 12년만의 국제기전 우승컵을 안는 기쁨을 맛봤다. 사실 후지쯔배 우승도 상대의 기권으로 이뤄진 것이라 조치훈 9단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명예로운 첫 세계대회 우승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벌어진 제9회 삼성화재배에서는 제7회 LG배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해 양이(兩李)시대의 서막을 예고하며 파란을 일으킨 이세돌 9단이 1년간의 침체기를 뚫고 네번째 국제기전 우승컵을 가져옴으로써 국내팬들에게 이창호 9단의 뒤를 잇는 첫 주자로 완전히 인정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세계기전이자 인기도 많은 기전인 삼성화재배.
이 대회의 명승부들은 바둑광이라면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멋진 승부가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기전규모 ☞ 1회(총─15억원 : 우승─40만달러 / 준우승─6천만원)
2회(총─15억원 : 우승─3억원 / 준우승─6천만원)
3회(총─13억원 : 우승─2억원+SM5 / 준우승─6천만원)
4회~현재(총─12~13억원 : 우승─2억원 / 준우승─5천만원)
◎ 대회규정 ☞ 제한시간─모든 대국 개인당 3시간
초읽기─1분 5회
덤─1회~3회(5집 반), 4회~현재(6집 반)
◎ 진행방식 ☞ 6회부터 완전 오픈예선
1회(준결승 단판/결승 3번기), 2회~5회(준결승 단판/결승 5번기)
현재─준결승*결승 3번기
시드─전기 4강+삼성화재배 랭킹순위 1~4위
본선 32강 토너먼트─시드자+한국 3+중국 2+일본 2+예선 16+추천 1
◎ 주최 / 후원 ☞ KBS*중앙일보사 / 삼성화재 해상보험(주)
◎ 대회 우승자 / 준우승자 명단
제1회 ─ 요다 9단(日) [2 : 1] 유창혁 9단(韓) ... 요다 세계대회 첫 우승
제2회 ─ 이창호 9단(韓) [3 : 0] 사토루 9단(日)
제3회 ─ 이창호 9단(韓) [3 : 2] 마샤오춘 9단(中) ... "이창호9단이 마술을 부렸나요?"
제4회 ─ 이창호 9단(韓) [3 : 0] 조선진 9단(日) ... 이창호 삼성화재배 3연패!!
제5회 ─ 유창혁 9단(韓) [3 : 1] 야마다 8단(日)
제6회 ─ 조훈현 9단(韓) [2 : 1] 창하오 9단(中)
제7회 ─ 조훈현 9단(韓) [2 : 0] 왕레이 8단(中) ... 조훈현 삼성화재배 2연패!!
제8회 ─ 조치훈 9단(日) [2 : 1] 박영훈 9단(韓) ... 조치훈 12년만의 국제기전 우승!!
제9회 ─ 이세돌 9단(韓) [2 : 0] 왕시 5단(中) ... 이세돌 국제기전 통산 4회 우승!!
※ 이미지는 한국기원, 타이젬, 사이버오로, 이창호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 www.leechangho.com 의 Data 방과 통계 분석 전문가 아르마다님/전날의 섬님의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 한국기원의 기전*기사정보를 참고하였습니다.
※ www.leechangho.com 의 개인기자 fools1님의 컬럼-<내가 본 최고의 명국>과 예전에 연재되었던 주간 바둑신문 바둑 361을 참고하였습니다.
※ 혹시나 퍼가실 때는 리플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덤이 5집 반일 경우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쪽이 승.
덤이 6집 반일 경우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쪽이 패.
제2회 삼성화재배 당시 덤은 5집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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