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상향평준화(?)라는 식의 이유로 2연패가 힘들다고 하긴 하는데

양민학살 모드라고 해도 현행의 32강 단판토너먼트에서는 결승가기도 상당히 어렵다.

박정환이 작년에 109전 83승 26패를 했는데 단순 승률로는 0.761 이다.

예전같은 본선시드 배려가 드물어진 시대라서 예선부터 둔 대회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보니 대국수가 굉장하다.

아뭏든 단순히 산술적으로는 랭킹1위도 8할 넘기기는 어렵고

더더욱 국제기전 본선 정도되면 예선멤버들과의 기대승률보단 훨씬 내려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인심 팍팍 써서 누구랑 둬도 승률 0.833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주사위가 정사각형의 6면체인데 그 중 1-5번까지 나오면 박정환이 이기는 걸로 하고 6번이 나오면 진다 라는 식의 도박과 같다.

그리고 LG배 처럼 32강 단판 시스템으로 준결승까지 둬야 한다면

32강, 16강, 8강, 4강 까지는 4연승 무패를 해야 한다. (결승은 3번기)

자신을 제외한 31명이 전부 기대승률 0.833을 충족시켜주는 양민만 나왔다 치면 (현실에선 전혀 안 그렇지만...)

단판승부가 아닌 매라운드마다 7번승부를 한다면야 상대가 대단한 이변을 일으키는 최악의 경우라도 박정환의 4승2패(승률 0.666) 정도는 보장이 된다. 

그러므로 탈락할 일은 없다.

그런데 단판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1승5패의 기대치를 가질 때의 그 1승이 0.166의 확률로 제1국이자 단판인 그 승부에 터져나오면 박정환은 그냥 탈락인 것이다.

기대승률 0.833으로 준결승까지 무사히 4연승할 확률은 0.833^4 = 0.4814 정도가 된다.

즉 결승갈 확률이 48% 정도에 불과하다.

자신을 제외한 상대 15명(반대편 조 16며은 제외하고)가 모두 자신에게 상대가 안되는 기대승률 0.166 정도 되는 양민선수만 모아놨다고 해도

단판 승부 하에선 2대회당 1번 미만으로 결승에 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현실세계 LG배 본선에서야 그 누구도 박정환의 기대승률 0.833이 보장될 정도로 말랑말랑한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2회전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확률론상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일인 것이다.

애초부터 단판승부 기전으론 최강자 내지 빅4 수준끼리 결승 맞대결하는 것도 상당히 성사가 힘든 시스템일 수 밖에 없다.

1년에 격년제기전포함 6개 정도 국제기전 개인전이 치뤄지는 데 거기서 1,2인자 급 결승맞대결이 몇번이나 일어나는 가?

거의 매번 다른 멤버끼리이다.

기대승률이 0.833이라고 해도 64강 단판도 생겨난 요즘에는 결승가기가 힘들다는 계산이 나오는 판에

기대승률이 극히 빡빡한 멤버로 모여진 요즘 시절에야

그 대회 직전에 치뤄진 다른 국제전 우승자가 다른 대회의 1회전이나 2회전에서 단칼 당하는게 오히려 확률상 더 자주 나와야 정상이라는 건 간단히 알 수 있다.

국내기전처럼 이동상으로 스케줄 여유가 많고 상금규모가 큰 소수의 기전에서나 스폰서의 인식수준에 따라 강자탈락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요즘은 국내기전 거의 모두가 최강자의 탈락이 더 쉬운 시스템으로 치뤄지는 중이라

단순히 1개 기전 우승으론 그냥 확률론상 누군가 살아남는 식의 최종 생존자의 의미는 있을 지 몰라도

우승자 = 최강자 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이다.

어쨌든 우승자가 잘 두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정도는 되겠지만 최강자 라는 증명을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다고 보이는 게 현행의 단판 방식이다.

만약 삼성화재 같은 더블일리미네이션을

매단계마다 다 하는 식으로 한다면 아마도 좀더 상위진 위주로 결승진출자가 모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화재배도 32강=>16강에서만 실시하고 다시 16강, 8강에선 단판이라 여기가 또 위험해진다. 4강과 결승은 그나마 3번승부라서 LG배에 비해선 상위진에 대한 배려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지만....

뭐 그렇더라도 이런 현실에 대해서 확률론이나 단판제의 폐해 이런 논의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랭킹1위만 맨날 우승하면 그게 뭔 재미냐 일부러라도 그렇게 해야 "꿀잼"이다.

라는 게 아마도 대세일 거라서...

그렇다면 대회는 왜 하는 걸까? 명목상으론 그 기전 우승자가 현존 최강자다 라는 걸 가리려는 것인데...

1위가 우승못하고 탈락하는 게 쌤통인 걸 보려고 만들었다 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진

대회진행 방식의 현실속에서 말이다.

하기야 예전 조-서의 도전기 독점 시절에는 정말 그런 말들이 많았다. (당시는 거의 모든 본선이 리그전이고 도전기 제도였다.)

단판제로 해야 그나마 조-서 결승(이나 도전기) 대결을 막고 나머지들에게도 기회가 생기니까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당시에는 드물었던 16강 단판제(결승만 5번기)의 박카스배라고 있었는데(박카스배 천원전 말고 그 앞에 별도로 있었던 구 기전)

그때 제4회때 조-서가 나란히 조기탈락하는 와중에 (조훈현은 8강에서 김동엽에게 패, 서봉수는 16강에서 정수현에게 패)

김인 vs 강훈 이란 당시로선 상당히 상상하기 힘든 조합의 결승매치가 성사된 바 있었다. (강훈 3승1패 우승)

조훈현에게 위험대결칫수고치기에서 2점으로도 굴욕패를 2년전에 당한 강훈이 정규기전 본선에서 조-서 모두를 피하고 우승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게 기전규모가 적은 하위기전이나 TV속기전에서야 이런 일도 좀 일어나야 기계 전체에 활력소가 되는데

요즘은 모든 기전이 다 이런 식이니 이젠 슈퍼스타의 출현 자체가 제도적으로 어렵다.

뭐....이래도 이 글 밑에 댓글이 달린다면

1인자가 떨어져야 꿀잼...이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요즘은 뭐 합리적인 제도개선 논의 이런 건 생각하기 귀찮으니 다 사절이고

그런 이상한 일도 일어나야 꿀잼 이란 말로 모든게 정리가 가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