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坂田 수필 15, 16

SG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9.03 22:59:17
조회 872 추천 11 댓글 5

<외길은 '수읽기'가 아니다>


전문기사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것이지만, 

'수수를 몇 수 앞까지 읽을 수 있습니까', '몇 수나 앞을 내다보십니까' 하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있다.

바둑 경력이 아예 없는 사람은 별도로 친다 하더라도, 아마추어로서는 상당히 강한 사람으로부터도 그런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읽기'라는 것을 매우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문기사나 고단자가 머리속에서 흑백의 추이를 따져나가는, 일종의 신비적인 힘을 지닌 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분들이 말하는 '읽기'라는 것은 단순한 외길의 추리와 기억 능력만을 의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들이 '읽기'라고 하는 것은, 반면의 형태를 기초로 해서 어느 정도 다음의 구도를 머리에 그려보고

그렇게 진행된 결과가 자기에게 유리한지 어떤지 형세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형세판단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가 생각한 구도가 옳으냐 어떠냐 하는 안목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구도는 하나뿐이 아니라 몇 개든지 만들 수가 있다.


외길로 나아가는 변화를 추리하는 '읽기'라면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도중에 다소 옆길을 따지는 경우까지 합치더라도 50~80수를 내다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눈 앞에 있는 형에서 반사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10~15수 앞을 내다보게 되는데

그것은 '수읽기'라고 하지 않고 '수보기'라고 한다.

이를테면 단순한 수상전이나 사활의 결과는 전문기사라면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다.



<수읽기의 배경>


'수읽기'라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이 '수읽기'라는 자체가 바둑의 본질에 관계 있다고도 여겨지므로 내 생각을 밝혀 보겠다.


우리들이 반면의 구도를 눈앞에 두고 장차 진행되는 구도를 머리에 그리는 경우

최초에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제1감의 구도인데 그것을 따르는 편이 대체로 좋으며

이어서 떠오르는 제2, 제3의 구도가 제1감의 구도보다 나쁠 때에는 제1감을 택하면 되므로 선택이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 제1감의 구도는 '적당한 피차의 균형'인 예가 많으며

과연 자기가 보다 유리한지 어떤지를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제1감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제2, 제3의 구도를 모색한다.

이와 같이 구도 그 자체가 여러 개 생긴다.


그 하나하나의 형세를 판단해서 다른 경우와 비교하고 최후로 그 여러 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되니 매우 어렵다.

그럴 때에 흔히 겪는 일이지만, 추리를 하는 동안에 백이 두면 백이 좋고 흑이 두면 흑이 좋은 것처럼 둔 쪽이 나아 보이는 일이 있다.

이는 형세가 피차간에 고르기 때문에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구도를 그릴 때의 기본적인 태도로서 실리를 취하느냐 세력을 펴느냐 혹은 강경책을 쓰느냐 온당책을 쓰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게 두어서 형세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되면 온당책을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의 형세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과감히 강경책을 택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읽기'의 배경에는 기풍이 있고 과거의 체험에서 오는 자신이 있고 또 제한시간이 있는 대국에서는 시간의 제약도 관계가 있다.

요컨대 '수읽기'에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역량이 지극히 압축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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