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의 시비>

요즘 나는 삼삼에 두는 경우가 많으나 삼삼은 내 특허는 아니다.

오청원 씨가 5단 정도 때 화점이나 삼삼에 즐겨 두셨었다.

그것은 귀를 단 한 수로 끝내자는 생각에 근거를 둔 것 같은데, 나의 삼삼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 의한 것이다.

삼삼은 한 수로서 귀를 처리하고 안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잡힐 염려가 없다.

삼삼의 아래쪽에 침입당한 바둑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요컨대 삼삼에는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 시대에는 삼삼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인지 

화점과 소목에서 보는 바와 같은 복잡한 정석이라는 것이 거의 남겨져 있지 않다.

장차 더욱 연구가 진행될지는 몰라도, 내가 아는 한에서 삼삼은 정석으로서 체계를 갖출 정도의 어려운 변화는 없다.

정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환영받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삼삼은 이후의 포석이 굉장히 어려워 특히 덤이 있는 바둑과의 관련도 있고하여 현재는 연구의 과정에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그것은 그만두고 삼삼의 승률은 어떠냐 하면 1963년도의 명인위 도전시합에서 나는 7국 중 흑번 3국 백번 2국을 삼삼으로 두었다.

그 다섯 판 중 내가 이긴 것은 흑백 한 판씩 뿐이며 나머지 세 판은 졌다.

제7국째에서는 후지사와 명인(당시)이 흑번으로 삼삼에 두었으나 이 판은 내가 이겼으므로 

이 결과만으로 본다면 삼삼측의 전적은 신통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앞서 명인 도전자결정 리그전에서 둔 나의 삼삼은 압도적으로 좋았으며 오청원 씨와의 최종국도 내가 삼삼에 두어 이겼다.

그러므로 삼삼에 대한 시비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 할 수 있고 혹은 영원히 단정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흑으로 둘 때>

흑으로 둘 때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접바둑의 흑을 예로 삼는 것이 알기 쉽다.

접바둑의 흑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 견실하게 수비해서 두는 것이 좋다.

백은 그대로 진행되어서는 부족하게 되니까 시기를 보아 흑에 대해 교란전법으로 나가게 된다.

필연적으로 백은 어느 곳에든 허술한 곳이 생기든지 혹은 무리수가 나오든지 한다.

흑은 기민하게 그 허점을 찔러 싸우면 되는 것이며 처음부터 애써 도전적 태도로 나갈 필요가 없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제2권의 「하수의 전술」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호선일 때 흑의 작전은 약간 사정이 다르다.

흑은 처음에는 우세한 것이 확실하나 우세를 너무 과신하여 수비에만 골몰하면 어느새 대세에 뒤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수비도 좋지만 동시에 항상 공격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접바둑의 흑과 상반되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호선의 바둑에서도 덤이 있는 바둑이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흑이 유연하게만 두고 있으면 덤에 걸려 지고 마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호선의 바둑에서는 선착의 효를 살려 처음부터 급전을 각오하고 적극적으로 두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백의 태도는 그 반대여서 처음부터 급전 모양이 되지 않도록 유연하게 두어 미세한 바둑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른바 '덤이 말을 한다'는 바둑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전문기사들 사이에서는 5집 반의 큰 덤이 있을 경우에는,

물론 그 사람의 기풍에도 좌우되겠지만, 덤이 없는 바둑의 백과 흑의 태도가 정반대로 될 정도이다.

덤이 없는 바둑에서는 백은 상당히 강경한 태도로 능동적으로 두지 않으면 맞설 수 없으나 

큰 덤이 있는 바둑에서는 오히려 흑쪽이 적극적으로 두어 나가지 않으면 반면으론 이겨도 덤에 걸려 지고 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