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바둑 1년에 한판도 안둬주신다;;

실력차이 많이 나면 대국이 무의미하다고 하시면서 항상 도망만 가심ㅠㅠ (나 타이젬 4~5단임)

아버지한테 실력 어떻게해야 느냐고 여쭤보면 하시는 답변은 딱 이거임...

"너와 실력 비슷한 놈과 둔 바둑을 고수한테 복기받아라" 이말 하시고 아버지 자신은 복기 안해주심ㅋㅋㅋㅋㅋ

고수의 기준이 뭐냐고 여쭤보니까 최소한 타이젬 9단에서 버티는 수준은 돼야한대.

그리고 고수한테 복기받는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고,, 진짜 성의있게 가르쳐주는 사람을 만나야 된대. 그런데 이런 사람 쉽게 못 만난다고 하심

저번에도 글 남겼었지만 난 오프라인과 온라인 개인지도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정성은 개뿔 그냥 시간때우려고 하는 게 팍팍 느껴지더라;;

하여튼 아버지가 나랑 하도 상대를 안해주셔서 내가 어제 아버지에게 도발함

내가 이렇게 말함.. "아버지는 고수가 아니시라서 제게 바둑도 안 둬주시고 복기도 안 해주시는 거죠?" 라고 도발해봤는데

0.1초만에 "이제 알았냐"라고 시크하게 말하시며 담배피러 나가심...

참고로 우리 아버지는 성적으로 먹고 사시는 프로기사는 아니시지만 그래도 정말 자랑스러움

내게 바둑만 안 가르쳐 주신다뿐이지 그 외에는 나무랄 것 없는 아버지이심

그런데 건강이 안 좋으셔서 늙어가는 속도가 눈에 너무 보여 너무 슬프다...ㅠ

저번에 바갤 조금 눈팅해보니까 실력없는 프로들 제명시켜라 등등의 얘기가 많이 오고가던데 너무 그러지 마라.

프로기사이시면서 성적을 잘 못내시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자체에 자존감이 이미 많이 떨어지신 것 같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프로기사 연령에 제한을 두어서 은퇴제도 확립하는 건 시대의 흐름상 맞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나를 더 쓸쓸하게 하는 건... 아버지가 약주 한잔 하시면 이런 말씀을 나에게 하심..ㅠㅠ 

막상 아버지가 은퇴해야 하는 당사자이신데도, 그 당사자가 이런 말을 하니 엄청 슬프다. 더군다나 우리 아버지이고.

어쨌든 난 아버지와는 전혀 무관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바둑은 취미로 배우고 있는데 바둑은 정말 신이 만든 게임같다.

#세줄 요약

1. 아버지에게 잘하자

2. 바둑은 성의껏 가르치는 고수를 만나서 복기를 받아야 는다.

3. 바둑은 안 늘어도 재밌어서 못 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