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강사가 문제 하나를 풀며 말했다
"고수들 풀이법 하나 보여드릴까요?"

이렇게 말하고는 단 두 줄로 뚝딱 풀어버리는데
그건 전체적 내용의 이해가 완성되고
완벽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 가능한 풀이법이었다
접근법 자체가 아예 달랐다 신선했다
강사가 덧붙여 말했다
"근데 여러분들. 이렇게 푸는 사람 보면 어때요?
대단해보여요? 짠~하죠?
여러분들은 이거 이렇게 풀 수 있을 때까지 이 바닥에 남아있음 안 돼요"

재미있는 모순이었다
실력이 필요이상으로 높다는 거
그거 자체가 서러움이 될 수 있을 법도 하다
아마대회를 휩쓰는 입단지망생의 케이스와 마찬가지일까

당연하겠지만 온라인세상에선 나보다 고수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내 주위사람들은 바둑 둘 줄 아는 이도 손에 꼽지만서도
나보다 상수는 없다
나도 까마득한 하수고 부끄러운 기력이지만 이게 또 그렇게 되었다
그럼 그들도 나를 짠하다 여겼을까
난 타이젬5단을 벗어나보겠다 맘먹은 그 3년전을 후회한다
바둑은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이다
내 주위사람들도 다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프로가 아닌 다음에야 바둑 외적인 요소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그거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거
정말 당연한 거
그래 정말 당연한 거....
그래도 난 외면했었으니 내 세상수읽기는 14급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