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어떠한 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은 \'수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즉 \'수가 있다\'는 것을 실전에서의 사용 가능성으로 정의하느냐, 혹은 그 수 자체의 타당성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하네요. 전자의 정의를 따른다면 Siha님의 말씀이 더 옳고(실전에서 나오기 힘든 형태이므로), 후자의 정의를 따른다면 인슌님의 말씀이 더 옳다고 봐야겠지요(그 수가 가능한 상황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 이 형태가 자주 등장하는 2연성 포석을 봅시다. 첫 번째 진행도에서는 백이 B로 한칸뛰는 것이 아니라, A와 B를 맞보고 C로 갈라치는 것이 보통의 진행입니다. 이후 두 번째 진행도에서 볼 수 있듯, 흑이 이하의 수순을 밟게 되면 애초에 껴붙이는 수는 등장할 수가 없게 됩니다. 즉, 이 정석으로 생기는 흑의 세력을 백이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껴붙이는 수는 원천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적겠지요. 다음으로는 미리 우변에 흑의 기착점이 있어서 큰 모양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데, 예를 들어 세 번째 진행도가 그 예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백도 네 번째 진행도와 같이 이 모양을 피해 가겠지요. 애초에 흑도 9로는 10의 자리로 전개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는군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문제의 껴붙임은 실전에서 등장할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겁니다. 이 정석이 극단적인 세력과 실리의 갈림이 되므로, 이 정석을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고, 이 형태가 나와도 껴붙임이 나올 수 있는 형태로 유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그 껴붙임을 사용할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닐 테죠. 그렇다면 \'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 정의하지 않은 채 논쟁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시비를 가리는 일입니다만, 이것은 Siha님과 인슌님 모두 잘 하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좀 부드럽게 말하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요. 서로 사과하시고 앞으로는 두 분 모두 다른 사람을 조금씩만 더 배려하며 말씀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