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큰곰유니

2009.08.20 23:32:46

조회 618 추천 0 댓글 7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승단 하던날 무한히 즐거워 밤잠을 설치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흑을 잡으면 어린애처럼 즐거워하지만 백번을 부담스러워하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부득탐승의 교훈을 대국 5분도 채 안되어 까먹어 버리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기울어 버린 바둑을 못내 아쉬워 던지지 못하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저의 패배를 미워하는 저는 4단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깨끗하지 못한 승리 앞에서 자기를 정당화 하려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棋道를 모르고 즐기지도 못하며 추한 모습을 보이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두판만 두어야지 하고도 어느새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는 저는 4단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책임지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바둑으로 보여주는 저는 4단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하지만 되지도 않는 기력이지만 나름대로 서너명 제자를 거느리는 저는 4단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늘 다짐하듯 오늘은 추했지만 내일은 반듯한 格을 갖추려하는 저는 4단 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바둑을 너무 사랑해서 지금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외롭게하는 저는 4단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두명의 애인을 가지고 두개의 종교를 가지고 사는 저는 4단입니다.

저는 타이젬 4단 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바둑도 모르고 인생도 모르며 천지도 모르는 4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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