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낮시간 길거리를 거닐다 보니 영화관이 하나 보이더라.

마침 할 일도 없고 오랜만에 영화나 한편 볼까 싶어 영화관에 들어갔다.

새로 나온 영화가 뭔지 알바생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큰소리로 한 알바생과 싸우고 있는 노인이 보이는것이 아닌가?

무슨 일인가 싶어 노인에게 물으니 알바생이 자꾸 말 뜻을 이해 못한다더라.

'이창호'라는 영화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알바생이 자꾸 그런 영화는 없다고 한다는 것 이였다.

나도 어떻게 된건가 싶어 그 영화관에서 현재 상영중인 영화 목록을 봤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창호'라는 영화는 어디에도 없었다 

노인에게 말했다, '그런 영화는 여기 없어요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한참을 생각하던 노인이 말한다

그런 영화가 실제로 없을지 몰라도 이창호 9단의 활약을 보는 건 내겐 영화와도 같았다고

이창호 9단이 비록 지금은 전성기에서 내려와 큰 활약을 펼치진 못하지만,

내 이 가슴속에는 남아 있다고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바둑을 모르던 알바생은 노인을 미친 사람 취급하며 바로 신고하려 하던 찰나

너무 울분을 토한 탓일까, 원래 심장 쪽에 문제가 있던 노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알바생 휴대폰의 키패드는 112에서 119로 바뀌어

급히 병원으로 이송 되었지만 끝내 사망했다

향년 87세, 바둑과 이창호 9단을 진심으로 좋아하던 평범한 한 사람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