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가 딥블루한테 지고 나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진건 흔히 말하는 필승수가 밝혀졌기 때문임. 게다가 이게 딥블루만 알정도로 기하급수적인 수가 아니라, 프로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어느정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한정적인 양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시함을 느끼는 거임. 정답을 알고 있는 문제를 누가 풀고 싶겠냐?



반면에 바둑이 알파고한테 진건 상황이 다름. 애초에 알파고한테 필승수라는 건 없음. 즉 정답이 없음. 이기기 위해서 변수를 삭감하는 과정만 있을 뿐이지. 그리고 이건 인간에게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울 수 있는 양도 아니지. 그니까 체스처럼 정답이 인간에게 완전히 공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 일로 바둑에 흥미를 잃진 않을꺼임. 오히려 흥미를 더 갖겠지.

물론 컴퓨터도 못이기는 프로기사들을 보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입신의 경지라는 것에 대한 신비감은 퇴색되겠지. 근데 나는 바둑계가 이점을 잘만이용한다면 오히려 바둑의 부흥이 한번쯤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함. 솔직히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이 아니었으면 바둑갤이 이렇게 난데없이 미어터지고 네이버창 도배되고 했겠냐?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바둑계는 이번이 마지막기회임.

대국 끝나고도 알파고 대 인간 마케팅 계속하고, 구글한테 알파고와의 이벤트성 대국신청도 해야됨. 물론 정상적인 대국은 답이 안나오고,  일대다 승부나 알파고 유일한 약점인  속기대결로 승부를 봐야겠지. 여튼 난 다른 건 몰라도 바둑에 있어서는 이번 일이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