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과 진화론에 의해 근세인들은 신으로부터 버림 받았다. 인간이 신에 의해 선택된 존재라는 믿음은 산산이 부숴지고, -키에르 케고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 '죽음에 이르는 병(존재의 상실과 절망)'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그리고 지금 인간은 또 다시 신에게서 버림 받았다. 그 버림 앞에 있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과거의 것과는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인간은 그 거대한 흐름으로 앞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인간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공포와 자신의 피조물이 자신보다도 뛰어나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무력감에 짓눌리기 되리라. 결국 인간은 또 다시 찾아온 죽음에 이르는 병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혹자는 기계의 반란으로 인한 인류 멸절을 말하지만, 이미 그 이전에 인류는 정신적으로 쇠퇴할 것이다. 필즈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인공지능을 흐리멍텅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