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시리즈 7차전.

4:1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

그리고...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홍원기 감독의 한마디.

'병호 내'

박병호. 그가 누구인가. 히어로즈에서만 300개의 홈런을 때려낸 명실상부한 히어로즈의 레전드. '시즌이 끝난후 은퇴하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홍원기 감독은 박병호를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박병호는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박병호는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박병호는 덕아웃에 있는 후배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관중들은

오오오오! (홈런) 오오오오! (홈런) 히어로즈 박병호~ 오오오~ 오오오오오오 히어로즈 박병호

박병호메들리를 부르고있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공에 배트가 나가고만다. 박병호는 언제나 그랬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 4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그는 속지않는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콜은 들리지않는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상대팀 마무리투수가 던진 슬라이더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좌중간으로 높게 떠오른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박병호는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1루를 돌아 2루로 가려는 순간 상대팀 좌익수가 담장 앞에서 공을 잡았다. 한국시리즈 대타끝내기만루목런. 롯데의 통합우승이 달성되는 순간, 덕아웃에 모든 상대팀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후배들에게도 미안하지만 홍원기 감독을 먼저 찾아간 박병호.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하.. 병호야..'

그리고 이듬해 그의 등번호 52번은 팀이 스폰서를 찾지 못해 해체되면서 영구결번으로 남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