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필요없어. 뭐 그렇게 대단한 선수도 아니고"

일억 달러의 사나이는 습관처럼 자신을 또 낮췄다.

시소의 밑, 그림자, 들러리, 동생의 형.

거리낌없이 그 표현들을 받아들이고 즐겼던 선수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도 신망이 두터웠던 리더가

지금,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를 선언한 그의 올시즌 성적은 결코

퇴물이란 단어로 치부될 수 없을 기록이었으나

아이와 함께 하고 싶다는 가장의 소망은

니케를 마주하길 원하는 선수의 소망을 꺾었다.

이 시애틀이란 도시를 떠날 수는 없었고

제값을 받을 수도 없었다

누구나 원하는 슈퍼스타의 길을 걷지는 못했으나

구차한 결말로 끝맛을 더럽히지도 않았다

남은 자들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겨야 할까

아무도 가을을 생각하지 못했던, 이 도시 시애틀에서

ㅅㅅㅐ하리라 믿으며 팀을 지탱하고 기어코 잔치의 문턱까지 다가갔던

ㅗㅇ

은거울보다도 빛나는 머리를 지녔던 최고의 선수가

지금, 은퇴를 선언했다.

Kyle Seager (2011-2021,Seattle Mariners)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