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승상은 반나절을 곡하다 겨우 울음을 멈추고 말하였다 "어찌 나를 두고 먼저 떠나시나 문약. 일개 촌부의 도둑질에 충신을 잃었으니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


코를 훌쩍이며 눈물 흘리는 승상의 모습에 좌우 제장들이 앞다투어 청하였다


"비적을 찢어죽여 승상의 원통함을 만분의 일이라도 덜어드리고자 하니 부디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치졸하게 나의 부덕을 일개 촌부에게 돌릴 수는 없느니라. 내가 백성을 배불리 먹였다면 어찌 찬합의 음식을 탐했겠느냐. 내가 백성을 올바르게 교화시켰다면 어찌 남의 것을 훔치는 이가 나왔겠느냐"


"현명하지 못한 나의 부덕으로 문약에게 빈 찬합이 갔으니 이는 내가 보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내 벗을 일개 촌부 따위에게 죽임을 당한 백면서생으로 기록할 수는 없다. 사관은 그저 내가 문약을 죽인 것이라고 기록하여라"


"실성한 역적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문약은. 나의 벗의 명예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사서에 악인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