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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헤비 관련해서 생각해볼만한 글앱에서 작성

ㅇㅇ(175.122) 2021.05.26 15:52:25
조회 92 추천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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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 A는 두산 팬, 엄밀히 말하면 박건우 선수의 팬이다. 야근을 하면서도 핸드폰으로 두산경기를 언제나 챙겨보고, 한달에 서너번은 잠실야구장을 찾는다. 네다섯벌의 유니폼, 베어스 모자, 베어스 패딩 또는 점퍼와 함께. A의 핸드폰 케이스에도 두산베어스가 있고 에코백에도 두산베어스가 있다. 야구장에서 맥주한잔 마시고 소리치며 응원가 부르는게 너무 좋고, 박건우 선수가 너무 잘생겼단다.

하지만 A는 야구를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6-4-3병살과 4-6-3병살을 구분하지 못하고,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왜 좌투수가 올라오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wRC+와 WAR를 들이밀며 2017년의 박건우는 mvp를 받을만 했다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홈런 20개 밖에 못쳤는데 왜 mvp야? 그래도 A는 언제나 잠실 1루에서 목청이 터져라 두산베어스를 응원하고, 박건우 안타를 외치며 즐겁게 야구를 본다.



친구 B는 야구라면 다 좋아하는 진성 야구팬이다. 크보를 넘어서 메이저리그도 일일히 챙겨보며, NPB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경기를 틀어놓으면 재밌게 잘 본다. 선수들의 성적을 논할 때면 wOBA와 FIP를 이야기하며 타율과 방어율은 볼 필요도 없는 스탯이라 절하한다. 크보에 제대로 된 UZR통계가 없다는 걸 아쉬워하고, kWAR보다 sWAR가 우월한 이유를 설명하며 열변을 토한다.

B는 투수의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야구장 보다는 집에서 TV로 야구보는 것을 선호한다. 공 하나하나의 무브먼트와 볼배합에 감탄하고 분석하며 야구를 본다. 연례행사 정도로 B와 야구장을 가게 되면 언제나 야구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포수 뒤쪽 3층, 아니면 외야에 자리를 잡는다. 경기는 뒷전이고 몰래 숨겨온 소주나 홀짝 대다가 금세 취해버린다. 야구가 좋고, 야구와 함께 술마시는 것이 마냥 좋단다.



나는 언제나 키움팬 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은 크보팬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맞는것 같다. 집 TV에서 안 나오는 스포티비2에서 키움경기를 하는 날이면 불편하게 컴퓨터로 응원팀 경기 시청하는 것 보다는 TV로 타팀 경기 보는 것을 차라리 선호한다. 가끔은 황금사자기나 대통령배도 챙겨보며 결승전 정도는 목동에서 직관하기도 한다, 드래프트 시즌에는 1차나 2차 1라운드 지명을 얼추 맞추기도 하며, 타팀팬인 친구들 보다 그 팀의 유망주 선수들을 더 잘알고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야구장을 가지만, 응원팀의 홈인 고척은 멀어서 안가고 집에서 가까운 잠실로만 간다. 왠지 돈이 아까워서 굳즈는 굳이 사지 않고, 강윤구가 마킹되어있는 서울히어로즈 유니폼 하나를 10년 가까이 입고다닌다. 미리 예매하지 않고 현장에서 티케팅해도 표를 구하기가 쉽다는 이유로 팀과 상관 없이 언제나 3루에서 경기를 본다. 클리닝타임 전까지 소주 두팩에 맥주 세잔을 후딱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서 그날의 원정팀을 목빠지게 응원한다. 어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고 오늘은 내 고향 충청도를 부른다.



생각해보면 나는 A를 은근히 낮추어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야구를 알지도 못하는 애가 이상한 바람이 들어서 야구장을 다닌다며 무시했다. 너는 야구를 즐기는게 아니라 덕질을 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반면 B는 나보다 더 수준높은 야구팬이라고 생각해왔었다. 리그나 팀 상관없이 야구 그 자체를 좋아하고, 세이버를 토대로 세밀하게 야구를 분석하는 B야 말로 진정으로 야구를 즐긴다고 여겨왔었다. A와 비슷했던 나의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했고, B와 같은 야구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다.



오늘 업무차 근처에 들렀다가 시간이 나서 간만에 혼자 고척돔을 다녀오게 되었다. 비인기팀 키움과 비인기팀 KT의 경기이다 보니 딱히 크지도 않은 고척돔은 텅텅 비어있었고, 1루 응원석 근처에만 얼마 되지 않는 관중들이 모여있을 뿐이었다. 쓸쓸하다 못해 적막한 고척돔 외야에서 혼자 야구를 보고있는데 문득 A와 B가 떠올랐다. 크보에서 선호하는 관중은 누구일까. 구단에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진정한 야구팬은 과연 누구일까. 방구석에서 입으로만 야구를 논하는 나와 B가 진성 야구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가 저물어가고 있는 중에도 크보가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나와 A, B 중 어떤 사람들 때문일까.


오늘따라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영웅출정가를 따라부르며 A에게 카톡을 보냈다.

내일 잠실더비 같이 갈래? 나 야구보는법 좀 가르쳐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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