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역동성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흥분은 항상 여기에서 유래한다 도덕의 영역과 무관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예외는 없다 뛰어난 운동선수나 가수라 해도 경기 성적이나 노래 실력만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는 사회다 누가 더 높은 도덕적인 위치를 차지 하느냐의 싸움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올바르다', '제대로', '바람직하다'와 같은 질서를 지향하는 말들이 난무하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사회다 결국 이 사회는 1등에서 꼴찌까지 한 줄로 사람들을 쭉 늘어 세울 수 있는 철저하게 위계적인 사회가 된다 첫 만남 등에서 나이, 지위, 학력, 집안, 고향, 부 등이 상대방의 지표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동시에 극도로 반항적이며 혁명적인 사회이기도 하다 대접받기 위하여 자신의 삶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소리 높여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곳에서 권력 투쟁이란 곧 '도덕을 내세워 권력을 잡는 세력이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는가를 폭로하는 싸움'이 된다 상대의 도덕을 싸잡아 비난 할수록 조선시대 때부터 그렇듯 '훌륭한 선비'가 된다 이런 기질은 한국인에게 축복이자 저주다 결국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스스로를 던져 넣게 된다 자신의 출신 성분, 학력 등을 감안해 이 정도면 괜찮다며 적당히 체념하고 사는 서구와는 다르다 한국의 천민집단 '백정'은 이런 강렬한 상승 욕구에 힘입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국의 급성장은 이런 열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한국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살아가는 존재다 한국인만의 독특한 정서인 '한'이란 말은 이 열망이 좌절됐을 때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