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퇴근에 타고 다니는 버스는
시외버스라서 역 간격이 매우 길고 사람도 많이 타고 다님




몇년전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그날도 역시나 꽤나 지옥 버스였음

그런데 저 앞에서 어떤 여자가 "기사님 저 좀..." 이러더니
말도 다 못 하고 쓰러지는거임
앞으로 철푸덕 쓰러진건 아니고 그냥 주저 앉은 수준이었지만 ㅇㅇ


날도 더운데 지옥버스였으니 현기증이 날만도 했지

문제는 이때가 언제였냐면
그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한창 시끌시끌 할때였거든?

그 여자가 비틀 하는 순간
"와 저거에 닿으면 큰일 나는데"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

그리고 이건 그 버스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했어

그 여자가 쓰러지는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모두가 그 좁아터진 버스에서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여자를 피하는지
난 이 날 하이브 마인드가 가능하다는걸 깨달았음

당연히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
부축해주는 사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 같은거
아무도 없었음

그 여자는 그 주저앉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지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아무 일도 없었음

그냥 그 여자가 주저앉은 상태로 버스는 계속 운행했고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자 그 여자는 기다싶히 했지만
아무튼 부축하는 사람 없이 혼자 힘으로 버스에서 내렸어

그 여자는 혼자 힘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어

이 상황에서 누가 "괜찮아요?"하면서 터치하면
그건 진짜 기분 나쁘게 되는거 아닐까?


여자들도 혼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괜히 도와준답시고 깝치다가 무슨 죄 무슨 죄로 고소당하고
억울해 하지 말고 도와주지 말자

도와 주는게 아니라 깝치는거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