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망난 사랑과 기습 키스, 똥칠, 그리고 업소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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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난 사랑과 기습 키스, 똥칠, 그리고 업소 흔적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1.98) 2025.02.14 20:38:48

조회 34 추천 1 댓글 0

춘자와 춘식은 요양원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었다. 기습 키스 사건에 똥칠까지, 둘이 함께 있는 곳에는 항상 소란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엔, 춘자가 진짜로 폭발할 일이 벌어졌다.

그날, 춘자는 우연히 춘식의 낡은 지갑을 발견했다. 평소엔 춘식이 꽁꽁 숨겨두던 물건이었는데, 이날따라 침대 옆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영감이 지갑을 왜 여기에 뒀지?"

궁금증이 발동한 춘자는 지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카드 몇 장과 낡은 명함들 사이로, 이상한 것이 하나 끼어 있었다.

"○○룸 - 단골 고객 VIP 할인권"

춘자는 순간 굳어버렸다.

"……뭐야, 이거?"

구석엔 작게 ‘2003년’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 영감… 2003년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바로 그때, 춘식이 휠체어를 밀며 들어왔다.

"춘자씨, 오늘 점심은 뭐요?"

춘자는 지갑을 덥석 들고 휠체어를 홱 돌렸다.

"야, 김춘식!"

춘식은 깜짝 놀라며 움찔했다.

"아니, 왜 이렇게 소리를…"

"이거 뭐야!"

춘자가 지갑에서 VIP 할인권을 흔들었다.

춘식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그, 그건…"

"룸? VIP? 단골 고객?"

춘식은 갑자기 기침을 하며 둘러댔다.

"아, 그거… 오래된 거요. 젊었을 때… 그… 친구들이랑 그냥 술 마시러 간 건데…"

춘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냥 술? 그냥 술 마시면 VIP 단골 할인권을 주나?"

"그게… 거기서 안주가 참 좋았소. 부침개가 아주 기가 막혔지."

"부침개?"

춘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 양반, 이제 와서 변명하려고? 어디서 누구한테 부침개를 얻어먹었길래 VIP가 됐는지, 한번 끝까지 들어보자고!"

춘식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아, 그게… 춘자씨, 사람이 살면서 이런저런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소?"

춘자는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실수? 이건 실수가 아니고, 과거의 흔적이요! 당신, 거기서 춤췄어, 안 췄어?"

춘식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알겠소! 인정하오! 근데 춘자씨, 그게 20년도 넘은 일 아니오? 지금은 오직 당신밖에 없소!"

춘자는 팔짱을 끼고 깊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갑자기 춘식의 휠체어를 홱 밀었다.

"앗! 어디 가는 거요!"

"너는 오늘 하루 종일 반성 타임이야!"

춘자는 춘식을 마당 한가운데 세워두고 뒤돌아갔다. 요양원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지켜봤지만, 춘식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다 혼잣말을 했다.

"이거 참, 87세에 연애하면서 과거까지 캐일 줄이야…"

춘자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지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래도… 20년 넘게 딴짓 안 한 걸 보면 봐줄 만하네. 근데 당분간은 반성 좀 해라, 김춘식!"

그렇게 노망난 사랑은 여전히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단, 춘식은 다시는 과거 흔적을 남겨두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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