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모가 겨울철엔 방한모처럼 따뜻하고 좋은데

여름철엔 모포나 다름없는 털모자를 쓰는 격이라서

베레모 안에 땀차고 열기 안 빠지고 어지러울 정도였다

베레모 초도보급 때 각이 안 잡혀있어서

병사마다 베레모각이 달라

군대 특유의 통일성이 많이 떨어졌다

미군이나 영국군 혹은 FPS 게임 캐릭터가 쓴 베레모에 환상이 있었는데

베레모를 막상 써보니까 흐물흐물하고 

베레모를 착용할 때마다 거울 앞에서 조정하지 않으면 

아주 꼴사납게 써져서 급할 때 착용하면 골치 아프더라

특히 베레모의 모표가 왼쪽 눈썹 위 1cm라는 군규정까지 있으니 

병사들의 원성이 정말 자자했다

장교, 부사관들도 썩 만족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베레모는 건빵주머니에 보관했는데

재질이 모포랑 거의 똑같아서

여름철에 아주 불편했다

베레모는 오래 쓰면 땀이 배여서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하는데

손세탁이나 세탁기에 돌리면 쪼그라들어서

비싼 드라이세탁을 해야하는 것도 큰 애로사항이였다

베레모를 오랫동안 세탁하지 않은 병사가 악취 때문에 비판 받는 모습도 종종 보았다

베레모는 암묵적으로 폐급을 구분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베레모각이 미숙하거나 모표가 왼쪽 눈썹 윗쪽에 위치하지 않으면

누구나 속으로는 폐급이라고 생각했다

베레모는 차양이 없어서 햇빛을 가릴 수 없었다

인사장교나 행보관이 툭하면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하는데

평시에 가장 많이 쓰는 군모가 베레모라서

일반인일 때보다 햇빛에 의한 눈부심에 더 취약했다

종합하자만 병사들의 원망이 심했고

나도 베레모야 말로 역대 군모 중에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예비군이 되면 바로 차양이 달린 전투모부터 살려고 했을 정도로

멋, 기능성 모두 떨어지는 군모였다

최근 몇 년전부터는 베레모 대신 전투모를 쓴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