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때 국민은 철저하게 속았다.

바로 세월호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자들에게 속았다.

그 자들은 세월호 피해자들의 비극과 유가족들의 눈믈과 슬픔 그리고 아픈 가슴을 후펴 파서 똥파리처럼 빨아 먹었다.

죽음에는 적절한 손해배상이 없다.

돈을 잃었으면 잃은 돈 되찾아 주면 되고,

다쳤으면 상처를 치료해주고 트라우마가 생겼으면 정신적으로 치유를 해주면 된다.

그러나 죽음은 어떤 것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

돈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책임자를 찾아서 처벌한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붙잡아 두고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했던 자들이 말했던 것처럼

다시는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문화를 개선한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정부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만든다고 한들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상실감이 회복될 리 없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인간이 만든 사회제도나 국가기능 자체도 완벽하지 않다.

결국 회복할 수 없는 유가족들의 가슴을 계속 후벼 파서 정치적 에너지로 이용해 먹었던 악마들에게

유가족들은 물론 그들을 심정적으로 지지해 주었던 국민들도 철저하게 이용당했던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똑같은 길에 들어선 모양이다.

유가족협의회라는 게 만들어졌다는데 아마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겪었던 것처럼 겨울에는 찬바람 맞고

여름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얼굴이 빨갛게 타는 고생을 하면서 유가족들의 아픈 가슴을 후벼 파서 자신들의 정치적 에너지로 삼는 악마들에게 계속 끌려 다니며 학대를 당하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일베를 비롯한 일부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짓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신 이번에는 국민들이 철저하게 무관심해지는 것이 저 유가족 분들을 돕는 것이라고 보인다.

원래 장례식은 망각을 위한 행사다.

죽음은 절대로 돌이킬 수도 없고, 화복할 수도 없고, 죽음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없다.

그래서 장례식 자체가 유족들이 체념하고 망각하도록 돕는 행사의 의미도 갖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 때 유가족들은 적절한 장례식을 절적한 시기에 하지 못했고, 악마들의 가스라이팅에 걸려들어서 몇 년 동안을 거리에서 헤매며 치러야 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장례식에 갔더니 상주들이 장례를 치룰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면 문상객들은 그냥 무관심하게 떠나면 된다.

장례 치루지 않겠다는 상주들에게 장례를 강요할 권리나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집단적으로 장례를 계속하겠다고 한다면 세월호 때처럼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지원해 주었던 것처럼 하지 말고

무관심하게 관심 끄는 것이 저 분들이 체념하고 마음 가라앉히고 자기 일상과 삶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장례란 것이 바로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로부터 유족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자기 삶에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