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율 높아졌지만 자살 시도는 계속 늘어
심리치료 활성화 등 근본적인 대책 필요

안전 펜스가 설치된 서울 마포대교의 모습. 이 안전 펜스는 한강에서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중간의 케이블이 끊어지거나 10㎝ 이상 벌어지면 장력 센서가 작동해 즉시 119구조대가 출동하게 되는 지능형 펜스다. /연합뉴스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소방당국은 투신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 마포대교 육상부분에 철제 펜스를 치고 회전형 난간을 설치했지만, 자살 시도 자체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4일 서울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강교량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건수는 2500건에 달한다. 이 중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비율이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한강 다리에서 투신한 사람 3명 중 1명은 마포대교를 찾은 것이다.

김준철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마포대교는 2012년 생명의 다리 당시를 포함해 투신자살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언론, 미디어에 자주 보도됐고, 여의도-마포를 잇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투신 시도가 줄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서울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다리 난간에 센서를 설치해 보행자 움직임에 따라 응원 메시지가 노출되는 ‘생명의 다리’ 시스템을 설치했다가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지자 철거한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마포대교 수상구간 펜스 높이를 1m 높이고 장력센서를 설치해 펜스를 넘으려는 시도가 감지되면 119구조대에 신호가 가도록 했다.

올해 초부터는 마포대교 육상부분에 사람이 오르기 어렵도록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회전형 난간을 설치하는 등 투신자살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노력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한강교량 투신자 구조율은 지난 2010년 51.6%에서 2019년에는 약 96%로 크게 상승했다. 투신 시도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119구조대의 출동에 필요한 시간을 번 덕분이다.

하지만 구조율과 별개로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강 교량 투신 시도자 구조 업무를 하는 서울시119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수난구조대)에 따르면 마포대교가 있는 여의도 인근 인명구조건수는 지난 2018년 391건에서 2019년 574건, 지난해에는 584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펜스를 높이고 폐쇄회로(CC)TV, 장력센서를 설치해 확실히 초동조치와 구조가 용이해졌지만 투신 시도 건수는 변화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투신시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선미 아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살시도자들은 제발 확률이 높아 심리치료가 필수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심리치료 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치료가 잘 이뤄지지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난간을 높이는 등 오르기 어렵도록 하는 것도 자살하려는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후 조치가 없다면 다른 장소에서 재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자살시도가 줄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