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외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부모님이 급하게 부산으로 내려가신다고 연락왔었는데

10분 있다가 할아버지 방금 돌아가셨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오늘 기온이 높았는데 무리해서 밭일하시다가 쓰러지셨나보다.

건강하던 분이 조짐도 없이 갑자기 쓰러져서는 손 써볼 틈도 없이 돌아가셨다는게. 참 인생 뭐 없구나 싶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슬하 1남3녀의 자식 내외의 긴 설득 끝에 내년쯤 신식 아파트로 이사 하시기로 했었는데.

할아버지는 좋은 아파트 한 번 못 살아보고 80세의 나이로 떠나셨고, 외할머니는 이제 홀로 여생을 보내게 되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언젠가는 돌아가시겠지, 하면서 장례식 치루는 상상을 막연히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죽음은 이렇게 예고없이 찾아오는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차라리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똥오줌 못가리고 요양원 신세지면서 자식놈들 개고생시켜가며 진득하게 살다가셨으면 외할머니도, 자식들도 쉽게 보내줄 수 있었을텐데.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었다. 자식들 모여서 마지막으로 본 날이 지난 설 연휴 때였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을 줄 아무도 몰랐겠지.

돌연히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다들 혼란스럽다. 슬픈 와중에도 친지에게 연락을 돌리고 장을 치르고 출상을 해야한다.

나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몰라.

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와닿지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