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단독으로 일본이 ‘강제동원’을 부정했다고 보도를 했다

과연 정말일까? 그런데 KBS 보도의 내용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기사가 인용한 일본 외무상의 발언을 보면 "(개별 도항, 모집, 관알선, 징용 등)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모집, 관알선과 징용을 인정하고 있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기사가 언급한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 영상을 직접 찾아봤다. 마찬가지로 징용 등을 부정하는 내용은 없다. 개별도항 외에 모집, 관알선, 징용이 있었고 이들 모두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용어부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흔히 말하는 일본의 ‘강제징용’이 대체 무엇인가?

1944년 9월부터 약 7개월 동안 실시된 노무자 징용을 말한다. 이때 징용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백 엔 이하의 벌금형을 받았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흔히 ‘강제징용’이라는 말로 쓰지만 사실 ‘징용’이라는 말 자체에 강제성의 의미가 있으므로 앞에 ‘강제’라는 단어를 또 붙일 필요가 없다*

* 왜 ‘강제징용’이라는 단어를 만든 걸까? 내 추측이지만 한국, 북한에서는 이미 수십 년 넘도록 징용제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그냥 ‘징용’이라고만 해서는 반일팔이 약발이 안 먹히니 일본의 징용만 특별히 다른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강제징용’이라는 단어를 만든 게 아닐까?

또한 1939년 9월부터 모집, 1942년 3월부터 관알선으로 조선인 노동자를 모았다. 모집은 말 그대로 응모를 받는 모집이고 관알선은 일종의 직업소개소의 형태로서, 둘 다 법적인 강제가 아니었다. 이 시기의 노무동원을 한국에서는 위의 징용과 같이 묶어서 ‘강제징용’이라거나 ‘강제동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모집과 관알선은 강제성이 없었기에 진실과 거리가 멀다.* 굳이 같이 묶어서 말해야 한다면 노무동원이란 단어가 더 적절하다

* 왜 강제성 없는 노무동원까지 ‘강제징용’, ‘강제동원’이라고 싸잡아서 표현하는 걸까? 이것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지금도 징용을 실시 중이기 때문에 7개월의 징용으로는 반일팔이 약발이 안 먹히기 때문이 아닐까?

징용과 모집, 관알선에 대해 살펴봤다. 이것들을 한국에서 뭐라고 부르든 간에, 일본은 징용 등을 실시했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주장은 이것들이 국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1932년에 국제노동기구 강제노동 협약을 비준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주장이 옳다. 국제노동기구 강제노동협약을 보자:

(d) 전시 등 비상 상황에서 동원하는 것은 강제노동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조선인은 한일합병 이후 독립 전까지 엄연히 일본 국적이었으며 ‘일본인’으로서 법에 의해 징용되었다. 당시는 본토 일본인도 징용되던 시기이며 따라서 조선인도 ‘일본인’으로서 징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조선인 징용은 국제조약상의 강제노동이 아니다

일본에 합병됐던 게 아무리 치욕스럽다고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본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국제법상 강제노동이란 게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지 못하면서 열을 내봤자 우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