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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후기 (장문)앱에서 작성

꿀벌예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29 01: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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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바야흐로2020년12월3일 제인생첫번째수능이었습니다. 성적표를받아들었을때 가장많이보인숫자가 3이었죠... 3등급, 누군가는 만족할수도있겠지만 저는 아쉬웠습니다. 잡대 수시 최저를 맞추기에는 문제 없었지만 코로나 비대면 대학생활은 저의 반수 도전을 유혹했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재수를 허락해주십시오. 사실 그전부터 아버지는 재수를 권유하는듯한 스탠스를 보였습니다. 재수는 절대안된다던 어머니도, 막상 수능이 끝나고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셨었고 저는 별 트러블없이 여름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집중이 잘된다는 이유로 밤낮은 바뀌었고, 저녁에 일어나 하루에 한끼를 먹으며 책펴놓고 휴대폰만 붙잡는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11월까지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고, 수능 이틀전 부랴부랴 밤낮을 바꾸어 시험장에 갔지만 신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듯한 성적표로 저는 대가를 치루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한 달이 채 되기도 전, 아버지가 외출했을때 저는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삼수를 시켜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한게 아까워서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에 어머니는 분노 섞인 헛웃음을 내뱉었습니다. 잘 해보겠다고 마지막으로 말했고, 이번에는 어떤 성적이 나오든 대학에 다니겠다는 약속을 협의로 하여 삼수생활 허락을 받았습니다. 뭐든 될 것만 같았습니다. 스터디카페 장기결제를 하고 매일 9시에 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플래너에 쓰인 순서대로 나란히 놓인 인강교재들을 괜히 손으로 쓰다듬어보며 문제를 풀고, 강의를 듣고, 나름의 공부를 했습니다. 타임랩스도 찍어보니 휴대폰도 안하고 공부에 집중도 되고 좋더라고요. 그렇게 6월 모의고사를 응시했고, 썩 괜찮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뭐든 될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여름이었죠. 휴식을 빌미로 펑펑 놀았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비온다고 공부를 쉬었고 날씨 좋은 날이면 날씨좋다고 공부를 쉬었습니다. 언매 개념은 가물가물해졌고 수학 기초계산체력도 약해져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경각심을 느꼈습니다. 우스운 일이죠, 재수 수능 이틀 전날 밤을 샐때도 삼수하는 주제에 하루종일 롤만 했을 때도 느끼지 못한 경각심을 그때 느끼다니요. 마음을 다잡고, 기상 시간을 다시 맞추고 열품타를 켰습니다. 국어 기출을 시간맞춰 풀이하고 수학 강의를 듣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들은 수학 강의, 그때 풀던 수학 기출이 수능날에 저 스스로조차 모르는 사이에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말이죠, 그건 제 뇌가 아니라 제 손가락이 푼겁니다. 그래서 저는 백지복습을 맹목적으로 찬양합니다. 특히 과학탐구, 지구과학에서 그 효과가 확실함을 자부합니다. 지구과학을 꼭 백지 복습하십시오. 사실 제가 존경하는 차영진선생님 역시 수학 개념의 백지 복습을 강조하는 걸 보면 백지 복습법은 전과목에서 분명한 도움을 준다는거겠죠. 백지 복습이 재미없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뇌가 괴롭습니다. 우리는 뇌가 괴로운 공부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게 성공으로 가는 숏컷입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하는, 안주하는 공부방식으로는 결코 폭발적인 점수 향상을 얻을 수 없습니다. 뇌가 괴로워하는 걸 즐기십시오.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결론은 백지복습이라는 점을 알아두기 바랍니다. 아무튼 저는 뇌가 괴로워하는 공부법으로 여름을 보내고 9월 모의고사를 응시했지만, 막상 성적 향상은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 크게 좌절했던 것 같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란대로 했는데.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부심 있는 공부 방식으로 여름을 보냈는데 어째서? 이때 슬럼프가 와서 공부량이 줄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건 그렇다고 놀지는 않았다는 거죠. 국어와 수학은 기출에 매진했고, 탐구영역은 개념을 확실히 다졌습니다. 막판에는 수학 실모를 광적으로 풀어나가며 스퍼트를 냈습니다. 아마 수능 일주일 전부터 하루에 2개 이상씩 풀었던 것 같고, 단기간 수학 성적 향상에는 실모 양치기가 최고라는 점 명심하길 바랍니다. (오답은 해설이 납득 갈 정도만 하세요) 결국 그날이 왔고 세번째 수험표를 받아들고 시험장에 갔습니다. 홀수형인데다가, 현역,재수때와 다르게 집에서도 가까운 시험장이더군요. 모교에서 수험표를 받아들고, 시험이라도 끝난것마냥 웃으며 어머니께 소식을 알렸습니다. 마치 올해 대학을 가라는 운명같았습니다. 집에 가서는 당해 6월 9월 모의고사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풀고, 저녁을 잘근잘근 씹어서 소화가 잘되게 먹었습니다. 휴대폰은 알람을 맞춘 후 침대에서 떨어진 테이블에 놓고 8시~9시 사이에 취침하러 갔습니다. 수능 전날 밤 그 미묘한 감정은 세번째가 되어도 익숙하지 않더군요. 10시도 안돼서 잠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 5시 조금 넘어서 눈이 스스로 떠졌습니다. 아침밥을 가볍게 먹고 가방 매고 학교로 출발했습니다.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웠기에, 매일 지나던 그 거리를 수능 당일 해가 덜 뜬 새벽공기를 마시며 걸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지만 철학적인 무언가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수험표를 들고 교실에 들어섰을 때 학생 대여섯명은 이미 앉아있더군요, 화장실을 다녀오고 핸드크림을 바른 뒤 미리 준비해둔 이중차분법 지문을 꺼내들었습니다. 현역때는 a4로 가져갔다가 후회했기 때문에, 모의고사 시험지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챙겨갔었습니다. 문제는 풀지 않습니다, 지문만 읽습니다. 문제를 풀었다가 틀리면 멘탈 나갑니다. 읽는둥 마는둥 시간은 흘렀고, 교실 앞의 가방에 예열지문을 쑤셔넣은 뒤 수능 샤프의 샤프심을 빼내고, 3년을 함께한 아인샤프심을 하나 꺼내어 조심스레 집어넣었습니다. 예비령과 함께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았는데, 감독관이 파본 검사하라는 말없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손을 들어 요청했고, 다른 자리 수험생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시험지를 차륵차륵 넘겼습니다. 내심 뿌듯했지만 금새 정신차리고 독서 주제와 문학 작품명을 훝었습니다. 문학 지문이 꽤 익숙해보여서 만족했고, 독서는 '시간 부족하면 생명지문 버리자'라는 세팅을 해둔채로 시험치를 경건히 덮고 시험시작 본령을 기다렸습니다. 문학부터 풀기 때문에 문학 첫지문 페이지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가볍게 걸어두었습니다. 본령이 울렸고, 문학을 25분 내외로 풀어냈던 것 같습니다. 이어서 독서론을 폈는데, 1번 문제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선지를 5번까지 읽고 보니 다섯개 전부 / 표시를 한겁니다. 다시 읽었습니다. 또 오류가 보이지 않더군요. 이때 복통이 밀려왔고, 진짜 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봤을 때 내가 삼수생이 아니었다면 그때 분명히 무너졌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만큼 힘들었지만 2,3번을 풀고 돌아와서 침착하게 지문을 복기했고, 정답을 골라냈습니다. 귀신같이 복통이 사라지더군요. 가나형 지문은 난이도가 낮았기에 빠른 속도로 클리어했고, 법지문도 예외케이스(각 문단 마지막 문장)에 집중하며 정답/오답 선지를 가볍게 솎아냈습니다. 시간을 그리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20분 가량 남은 채 언매를 풀러갔습니다. 언어 문제들이 의외로 확신을 가진채 간단히 풀렸습니다. 스카에서 기출을 풀때보다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매체도 풀고 마킹을 마치니 7~8분 정도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일단 나머지를 다 맞았을거라는 자신감을 갖으니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지문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두문제를 끝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다 풀어냈고, 찍은 문제 없이 마킹하여 제출했습니다. 꽤 만족스러웠고, 쉬는 시간 동안 1등급컷이 얼마나 높게 잡힐지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수학 시험을 볼 때도 오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보다 문제를 보는 안목이 좋아진게 체감되었습니다. 14번을 제외하면 21번까지 완벽하게 발상하며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오히려 미적분에서는 쉬운 문제부터 주춤했지만, 공통을 잘 봤다는 느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채로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미리 챙겨둔 타우린 캔음료를 한모금씩 나눠마시며 잠깐 산책했습니다. (쉬는시간마다도 창문을 열거나 나가서 숨을 크게 쉬어 산소를 머리에 주입시켜야합니다.) 영어도 별 다를 것 없이 시험을 치뤘고 한국사, 물리, 지구과학도 연달아 봤습니다. 사실 오후가 되면 내가 지금 수능장이라는게 체감이 잘 안되고, 탐구를 볼때쯤이면 이것만 보면 다 끝이다라는 설렘과 약간의 긴장이 공존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설렘이 너무 크면 시험에 지장이 될 수 있으니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야되겠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휴대폰을 받아 국어 수학 채점을 맸고 만족했습니다. 어머니께 먼저 전화해서 끝났다고 알렸고 이미 대학생인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알리며 국어1컷이 97일 거라는 괴담을 퍼트리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집에 와서 과탐 정답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녁밥이 잘 안 넘어가더라고요. 속 시원하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아무튼 과탐 채점을 마치고 9시~10시까지 등급컷 계산을 뚜드리다가, 아무 의미없는 짓 그만하고 성적표 발표를 기다리기로하고 롤을 켰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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