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고대 인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이행하는 과도기.
높고 아름다운 건물들, 완벽하고 질서정연한 도시, 훌륭하고 찬란한 문명.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곳에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문명은 브라만교의 가르침 하에, 카스트 제도에 의해 움직입니다.

숭고하고 경건한 '브라만인',
브라만인의 훌륭한 하인 '크샤트리아인',
밭을 일구고 국가에 세금을 내기 위해 태어난 '바이샤인',
짐승과 대등한 존재인 '수드라인'.

국왕 '애옹 제왕' 과 그의 신하들은 숭고하고 경건한 브라만인이며, 사회를 주도하고, 모든 부를 독차지할 권리가 있으며, 아랫 존재들의 삶과 죽음까지 좌우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드넓은 저택과 많은 일꾼들과 최신식 무기인 철 장비들이 있습니다.

'단데기' 등은 짐승과 대등한 존재인 수드라인이며, 이들은 말을 할 수 있는 가축과 같다고 합니다.
이들은 '인간'들을 돕기 위해 존재하며, 주인이 가난할 때는 농기구가, 주인이 위험할 때는 충성스러운 개가, 주인이 굶주릴 때는 맛좋은 고기가 되어야만 합니다.

한편, 네 개의 계급 아래엔, '불가촉천민'이 존재합니다.
'의찬41'로 대표되는 이들은 짐승보다도 더 열등한 존재라고 하며, 극도로 천하기 때문에,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애옹 제왕'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들은 땅에 뿌릴 비료가 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계급에 의해 정해지는 삶.
당신은 어떠한 계급으로 태어날까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카스트 시티에서 태어난 이상, 당신은 당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당신이 지배층으로 태어났다면, 기쁜 일입니다.
당신은 아마도 평생토록 지배층일 것입니다.

당신이 피지배층으로 태어났다면.
지배층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수행하고, 평생토록 그들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입니다.
혹은, 돌 괭이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지배층과 목숨을 건 대결을 하는 방법 또한 있습니다.
이전에 그러한 시도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 가혹한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들은 알몸으로, 최신식 철제 무장을 갖춘 지배자들을 쓰러뜨리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카스트 시티는 세 개의 미래 중 하나를 맞게 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도시의 '안정과 번영'입니다.
지배층은 오래토록 부귀영화를 누리며, 체제 전복의 움직임은 모두 간단히 격파하였습니다.
이것은 모두 지배층이 훌륭하고 탁월한 존재들인 덕분입니다.
피지배층은 지배층을 위한 '유익한 노동'을 하다가 끝내 죽음을 맞았으며, 이는 그들의 당연한 운명이였습니다.

두 번째는, 지배층의 교체입니다.
피지배층 내에서 영웅이 등장해, 생각보다 아둔하고 무능했던 지배층을 격파하였으며, 그들을 노예로 삼고 자신들은 왕과 귀족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사회의 건설보다는 현 체제의 유지를 원합니다.
또다른 불합리한 계급 제도를 만들고, 오랫동안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누립니다.

세 번째는, 사회의 전복입니다.
모든 민중이 들고 일어났으며, 지배층은 이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격노한 민중들에게 갖가지의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당했고, 이들의 유산은 모두 불타거나 강에 던져졌습니다.
불은 도시 전체로 번졌으며, 궁전, 도서관과 곡물 저장고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문명은 석기 시대로 퇴보하였으며, 긴 암흑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수백 년 전의 그들의 조상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사회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역사는 예측 불가하고 변덕스럽습니다.
카스트 시티는 어떤 미래를 맞을까요?
어떠한 도시로서 역사에 기록될까요?
과연 기록될 수 있을까요?

미래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