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됐나 전역한지 얼마 안 지나서였으니까 그쯤
대학도 안나오고 마땅히 배운것도 없어서 그냥 집에서 놀고있을 때였지
물론 지금도 놀고있음.
한창 인터넷친구들이랑 히오스달릴때라서 새벽까지 달리고
대낮은 돼야 일어날 때라
꾸역꾸역 일어나서 폰으로 볼거없나하고 이것저것 찾아보고있는데
장애인 성 자원봉사 이런 카페가 나오더라
이런거 들어가보는 나도 참 병신인데
맨날맨날 똑같은 일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라
앞뒤 안가리고 바로 가입하고 정회원신청하면서 정보작성하고 게시글눈팅좀햇음
진짜 도움필요한 장애인들이나 보호자들이 쓴 글이 눈에 띄긴 했는데
사실 나처럼 호기심에 들어와보거나
장애인도 아닌데 발정나서 기어들어온 인생 탈락한놈들이 대부분이었음.
나도별다를건없지만 ㅋ
좀 더 둘러봐도 딱히 알아갈 정보도 없는 것 같고
얻을 것도 없어보였음
그냥 딱봐도 운영잘 안하는 망해가는 카페느낌이었음
그래서 바로 히오스키고 영리돌림
한 한달쯤지났나 저녁에 pc방가서 히오스하고있는데
모르는번호로 카톡오더라
내 번호는 10년정도 넘게써서 번호 틀리는 일이 잘없어서
항상 모르는번호로 오면 설렌단말이지
카톡열어보니까 웬 아줌마가 카페보고 연락했다고함
한달전에 가입한 그 카페가 생각나면서 기분좀이상해짐;
사는동네랑 나이랑 대충 확인하더니 나중에 시간될 때 연락달라고 함
뭔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 기분이 달라서그런가 카톡차단하려다가
그냥 빠대조졌음
근데 며칠 안지나서 머릿속에 히토미 자동재생되고 개꼴려서 내가먼저카톡함ㅋㅋ
통화했는데 진짜 현실감느껴지고 가슴속에서부터 먼가 터질듯이 올라오더라
통화해보니까 22살짜리 장애인 딸때문에 연락준건데
선천적인게 아니라 고등학생 때 사고나서 장애인됐다고 함
아주머니의 조심스럽고 떨리는 목소리가 귀에 팍꽂히면서
아 씨발 이건 진짜 리얼 현실이구나 하면서
맨날맨날 똑같은일상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생각에
머리부터 등줄기타고 꼬리뼈까지 찌릿찌릿하더라
다음날 카페에서 아줌마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곱상하심
말랐는데도 허리랑 엉덩이라인이 꽤 잘빠지셨고 가슴은 좀 작으신
그야말로 딱 내취향이었음 슬렌더같은
긴머리인데 내려묶어서 차분하고 원래나이보다는 어려보였음
스타일도 촌스럽지않고 우아하다고해야되나 이미지에 딱 맞게 입으셨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옷가게 일하시는 분이었음.
맨날 방구석이나 피시방에서 디코만 하다가
다른사람하고 심지어 여성하고 대화해보는 것도 오랜만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쪽에서 대화를 이끌어가주시더라고
편안하게 분위기 만들어주셔서 금방 어색한 건 없어졌음
그리고 내얼굴 보시고 착하고 바르게 생겨서 마음이 놓인다고 하시더라..
흔히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외모에 대해서 칭찬할거리 없을 때 듣는 말인데
오늘은 먼가 도움이 되는 느낌이었음..ㅋ
대충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
군대다녀오고 가끔알바도하고 직장구하고있다고 대충 둘러대고
나에 대해 더 얘기해봤자 좋을 거 없다고 생각해서
딸래미에 대해 물어봤음
고등학교다닐때까진 건강했는데
버스랑 사고나서 부분적으로 마비가있고
머리를 심하게다쳐서 대화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고함
사진보니까 양 눈동자 시선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있더라고;
고딩때 사진은 그래도 귀엽고 풋풋한 외모였는데
돌보느라 고생했을 아주머니가 안돼보였음 딸래미도 안타까웠고..
본격적으로 봉사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는데
임신 위험이 있으니까 안에다가 사정하면 안되고 꼭 피임해야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부모가 자식 관계하는데까지 들어오긴 좀 그렇잖아..
그래서 자리비우시기로하고
딸래미가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것 같으면 멈춰주고
딸래미앞에서 표정관리나 말투같은것도 조심해달라고 당부하셨음
거사..를 마치게 되면 아마 저녁시간대라
저녁이라도 사주고싶은데 거사마치고도 할일있다시면서
끝나고 저녁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오마넌짜리두장건네주시더라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참 착잡하다고해야되나 암튼 묘했음
카페를 나서서 아줌마집으로 향했는데
아파트라 아줌마랑 나랑 단 둘이 앨리베이터 탔는데
공기가 무거웠다...
하아... 뭔가 좆된거같은기분들고 무섭고 막상보면 거부감들어서 못할거같고
표정관리안돼서 딸래미기분상하게할거같고 이건잘못된거아닌가싶고
근데 아주머니 표정에서 나오는 그 에너지가 내 등을 떠밀더라..
이미 앨리베이터 문이 닫힌 순간 돌아갈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오만원 두 장을 받은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봐야지...
띵
하는 앨리베이터소리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문이열리면서
아주머니께서 현관문까지 안내해주시고 문열어주시고
끝나고 연락하라시며 앨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시더라
착하고 바르게생겼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어떻게 딸래미랑 낯선남자를 빈 집에 두나 싶었다...
집에 들어서서 심호12흡을 하고 신발을 벗음과 동시에
삐리릭 하고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에 정신차려보니
낯선 집의 풍경이 눈에들어오고 다른 집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니까
멘붕올거같더라
그와중에도 내 발걸음은 그 딸래미 방으로 머뭇거리며 향하고 있었다...
2부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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