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내 인생에 기대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거 같다.

어릴 때 참 꿈이 많았는데. 나는 항상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처음엔 천문우주 쪽으로, 그 다음엔 인공지능 과학자, 그 다음엔 없다. 

내 꿈은 너무나도 컸지만 나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아주 어렵게 내 꿈을 버리고 나 자신을 낮추는 데 나름 성공했지만, 

그 뒤에는 새 꿈이나 새 삶이 아니라 끝없는 허무함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걸까.

다 타고 남은 아궁이처럼 내 마음엔 재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재미있지 않고 아무것도 즐겁지 않고 전혀 행복하지 않다. 그저 살아있기 위해서 고통받는 것이 힘들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을 오롯히 감내하고 살아갈 자신이 없다. 

길이 안 보인다. 여기가 앞인지 뒤인지 낭떠러지인지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걸어야 할지 뛰어야 할지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감도 안 잡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럴 의지도 힘도 없다. 너무 지쳤다.

나한테 손을 뻗는 사람도 없고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도 없다. 

다들 자기 살기도 바쁠 뿐. 그러나 저 사람들은 스스로 일어서 있지 않은가.

나의 청춘이 점차 노을이 진다. 이미 정오를 지났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있는가?

아무에게도 닿지 못할 소리를 질러봤자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내 목만 아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