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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내가 죽었다모바일에서 작성

야갤러(1.233) 2023.09.19 02:59:41
조회 190 추천 1 댓글 0


바로 어제까지의 내가 죽었다

학생때부터 다짐하였다
성인이 되어 기필코 성형수술을 하리라고
서카포연고의 공대중 한곳에 합격한 이후 가족 몰래 방문한 일곱 곳의 성형외과
끝내 400만원 중반에 코 성형수술, 300만원 초반에 눈 성형수술을 할 두 곳을 결정하였다.
도합 700만원 후반
돈이 필요하다
낮에는 비대면 강의를 듣고, 새벽에는 상하차를 했다
그대는 상하차 허브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퇴근 버스를 타는 그 기분을 아는가?
뇌가 심연속으로 잠식되는 듯, 온몸에 도사려지는 극한의 피로
그러나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웅장한 울림
"꿈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갔구나"
고3때도 흘려본적 없던 코피만 수십번째
OT에선 잘만 마셨던 술이 MT때가 되자 한모금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기필코 최후의 비대면이 될 1학기안에 돈을 모아서, 방학에 성형을 해야 했다
그래야만 지난 삶에서 외모로 인해 겪어온 슬픔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나의 학벌을 십분 활용해 과외도 했다
그래도 부족했다
그래서 교내 근로를 시작했다
그래도 부족했다
그래서 교내 근로를 하나 더 늘렸다
그러자 나의 시간표에 공란이 사라졌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이 차있었다.
그러나 장점도 있었다

교내 근로는 식사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제는 밥마저 사먹지 않았다
내 친구들이 한끼에 수천원 가량 하는 학식을 아침으로 먹을때, 나는 그 전날 챙겨둔 2차 교내 근로 제공 식사를 먹었다
내 친구들이 한끼에 2만원이 넘는 인스타 감성의 식사를 점심으로 먹을때, 나는 1차 교내 근로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먹었다
내 친구들이 1인당 3만원 정도로 N빵이 되는 저녁을 술집에서 먹을때, 나는 상하차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먹었다
근로나 상하차가 비는 날은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
어릴때 영화에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학생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쩌다가 각 과에서 신입생 대상으로 피자나 치킨, 도시락 등을 제공하는 설명회라도 있다면 귀신같이 신청해 허기를 채웠다

인간 관계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돈을 쓰지 않고도 친구들사이에 녹아들 기회는 있었다
특히 일종의 학생회에 가입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인간관계를 쌓는 것은 물론, 사무실에 비치된 간식을 회원 한정으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회에 가입한 이후 수돗물로 배를 채운적은 없다


1학기가 끝났다
몸을 혹사한 바람에 학점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복구를 위해 여름학기를 신청해야만 했다
돈도 아직 300만원 가량이 더 필요하다
심지어 기숙사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생동성 시험을 지원했다
약 한번 먹고 피를 수십회 뽑으면 100만원과 숙식을 제공하니 나로서 안할 이유가 없었다
간호사는 피를 뽑고, 나는 여름학기 교재를 공부한다
약기운이 돌아서 집중이 안되지만 해야만 한다


생동성 시험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 있다면 지속적인 방문 채혈이다
2박 3일의 숙식 기간이 끝난 후에는 10회 가량 매일 아침마다 방문을 해야한다
그래서 인근의 사우나에 1달 가량 이용권을 끊었다
그리고 내 몸을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오전 7시, 기상하여 지하철을 타고 신림동에 위치한 병원에 가서 피를 뽑는다. 그리고 병원 옆의 김밥천국에서 김밥 한줄을 먹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두 줄 이상은 못 먹는다
오전 9시, 관악구의 구립도서관에 가서 오늘 배울 내용을 예습한다. 스타벅스에서 세련되게 공부할 수는 없다. 커피는 비싸니까
오전 11시, 안암으로 이동하여 고려대 계절학기를 수강한다
오후 2시, 신촌으로 이동하여 연세대 계절학기를 수강한다
오후 5시, 서대문구의 구립도서관에서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오후 7시, 마포구로 이동하여 야간 쿠팡에 출근한다
오후 11시, 쿠팡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먹는다. 이때 일부 반찬을 제외하면 자율 배식이므로 토하기 직전까지 먹어야 한다.
새벽 4시, 퇴근하여 신림동의 사우나로 돌아가 짧게나마 잠을 잔다.
오전 7시, 다시 일어나 병원으로 간다
이 패턴을 3주간 반복하니 800만원이 모였다


바로 성형외과로 향했다
돈이 모일 시점을 계산해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모이자마자 할 수 있었다
비교적 부담이 적은 눈을 먼저, 최소한의 회복기를 거친 후 코를 다음으로 예약했다
우선 눈 성형을 위해서 300만원 가량을 데스크에서 결제했다
지난 수개월간 나 스스로와 대결하며 번 돈이다
데스크의 간호조무사가 기계적으로 부르는 수치만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피가 서려있고, 땀이 스며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가장 아팠던 순간이 있다면 눈위 피부에 마취 주사를 찌르는 것이다
마취액을 조금씩, 넓게 도포해야 하기에 천천히, 이곳저곳을 헤집는다
눈알이 찔리진 않을까 하는 공포마저 동반되기에 쌍꺼풀 수술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흥분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고통이 통과의례가 되어 나에게 새 삶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니, 고통이 클수록 기뻤다
나를 마조히스트라 불러도 좋다
그러나 난 그때 눈알을 대못으로 찔러도 그 기쁨에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그 이후는 마취가 작용하여 고통은 없었다
다만 전기를 통해서 살을 지지는 향이 마치 오징어를 굽는 것만 같아 재미있었다

최소한의 회복기를 거친 후 바로 다음 성형외과로 이동했다
첫번째 성형외과에서도 느낀 감정이지만 데스크에서 400만원 가량을 결제하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심정이다
간호조무사가 카드를 긁는 1초 가량의 짧고 미세한 동작,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주마등이라 해도 좋다
서적 위로 떨어지던 코피 방울, 물류창고에서 바라본 일출, 꼭 먹고 싶었던 편의점의 신상 컵라면, 친구들에게 교수님이 비대면 강의중 졸고있던 나를 무려 다섯번이나 불렀다는 것을 들었을때 느꼈던 공포, 상하차를 처음 배울때 들었던 오만가지 쌍욕들
수많은 이미지를 느꼈다
이후 세안을 마치고 수술실로 안내를 받아 담당 의사와 최종 디자인을 마쳤다
그곳에서는 수면마취를 하였기에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모든 실밥과 붕대를 제거했다
붓기가 대부분 사라져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를 볼 수 있었다
나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기에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내가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
담당 의사도, 옆에 있던 간호사도 매우 잘 되었다고 한다
서비스상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빈말로 들리진 않았다
영화 '아바타'에 내가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아바타의 주인공이 속한 나비족이라는 부족은 한번의 삶을 두번으로 바라본다
성년이 되기까지의 삶이 첫번째 삶, 그리고 성년이 된 후의 삶이 두번째 삶이라고 한다
그래, 내가 죽은 것이다
지난 20년을 살아온 미개했던 미성년의 내가 끝내 죽은 것이다
그리고 사람답게 살아갈, 존엄하게 살아갈 내가 오늘 태어난 것이다
성년의 내가 태어난 것이다
앞으로의 삶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겨우 눈, 코성형만으로 흔히 말하는 알파메일의 삶을 살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존엄하게 존중받으며 사람답게 사는 것을 바랄뿐이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지난 8개월을 회고하며, 나아가 지난 20년을 회고하며 쓴 글이기에 감정이 절제되지 못한 저열한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줘서 고맙다
나는 지금 너무 지쳤다
딸치고 자야겠다
부랄에 정액 찰 날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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