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받았다. 영장 심사는 논란 속에 끝났지만 이 대표의 혐의들은 남은 법률 절차에 따라 진실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168석의 거대 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방탄 정국’에서 쏟아낸 무리수들이 남긴 상처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비명계 의원들을 상대로 색출 작업에 나섰다. 특히 이 대표의 영장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 국회의원 161명의 ‘영장 기각 호소 탄원서’ 참여를 강제해 7명의 불참 의원들을 낙인찍은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다. 원내대표 선거 하루 전에는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내용을 선언해달라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요구도 나왔다. 결국 “당 대표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다”고 선언한 홍익표 의원이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친명계의 ‘이탈자 색출’ 움직임에 대해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개탄했다. 그러자 이 대표 극성 지지층들 사이에서 김 의원을 겨냥해 ‘살해’ 협박을 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은 법원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탄원서에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국정 운영과 국정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행정 기능 마비 가능성도 거론했다. 영장 심사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부터 이 대표의 ‘옥중 공천·결재’ 등 상식 밖의 주장으로 법원에 부담을 안겼다.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재명 지키기’ 방탄으로 세월을 보냈다. 건전한 견제와 대안 제시라는 제1야당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국정 발목 잡기와 입법 폭주에 몰두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200여 건의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고 그 대신에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였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에는 총리 해임건의안과 검사 탄핵소추안도 강행 통과시켰다. 또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미뤄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