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 둘 먹어도 아버지한테는 철딱서니 없는 애새끼인가보다.

어제 친척 상갓집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엄마 차에 부모님이랑 내가 타고 가다가 중간에 엄마가 내리셨고, 운전을 내가 했다.

아버지 옆에 태우고 운전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운전대 잡는 순간부터 잔소리가 시작됐다. 백미러 조정하라는데, 난 잘 보인다고 그냥 갔는데 그거 가지고 계속 뭐라 하시고, 정차하기 전에 속도 줄인 상태에서 N단 넣었더니 기어박스 나가네, 브레이크 안 잡히네 또 잔소리...

운전하는데 옆에서 뭐라 그러는 것만큼 짜증나는 게 없는데 자꾸 이러시니 슬슬 화딱지가 남.

그러더니 집에 거의 다 도착할 쯤 돼서 궁극의 잔소리 폭발하심.

"너 요즘에도 오도바이 타고 다니냐?"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슈퍼리드 타고 다니는 거 아셔서 벼르고 있다고 엄마한테 듣긴 했는데 그게 이 상황에서 터지니 크리티컬이더라.

나이 서른 넘어서 무슨 오토바이냐

니 사촌형은 벤츠 끌고 다니는데 넌 언제까지 오토바이 사고 팔고 중고인생 살 거냐

얼른 팔아라, 팔아서 차를 사라

너 oo 아저씨(사고로 하반신 불구된 친척 아저씨) 알지? 너도 사고 나면 그 꼴 나는 거야

요즘에도 밤마다 그 폭주족 놈들하고 몰려다니고 폭주 뛰러 다니냐?

타다가 사고 나면 그냥 죽는 거야

집에 도착해서 아버지 내려드리자마자 차 돌려서 외곽순환고속도로 달렸다. 운전하는 와중에 아버지 전화 오고 엄마 전화 오고...

그러다 같은 동네 사는 대학교 후배랑 술 마시고 집에도 안 들어갔다.

사춘기 시절에도 안 하던 짓을 이 나이 먹어서 하고 있다. 나도 내가 한심하다.

근데 집에 차가 두 대나 있는데 또 차를 사라는 것도 이해 안 가고

내 인생 만족해하면서 잘 살고 있는데 사촌형이랑 비교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무엇보다 내가 뭘 하기만 하면 이해가 아니라 반대하는 아버지도 이해가 안 간다.

퇴근하고 들어가면 또 난리나겠지.

집에 들어가기도 싫다. 차라리 나가 사는 게 답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