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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와 구좌파

노른자거품소스(110.20) 2017.04.22 05:49:00
조회 190 추천 3 댓글 5

이 글은 <왕따의 정치학>에 포함된 내용이었는데 혹시라도 갈등의 소지가 될까 삭제했었는데 지난 토론을 계기로 공개합니다.

<노무현과 심상정>

심상정 대표가 2017년 초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에 ‘친노親勞정부 수립하여 사람사는 세상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은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을 만나 농담으로 할 수 있는 말일지는 몰라도, 묘역의 방명록 글귀로는 예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야 단순한 견해의 차이이니 나는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나를 화나게 한 건 이 사건으로 다시 조명받게 된 2016년 5월 23일에 노 대통령을 기리며 쓴 심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다.

"한·미FTA, 비정규직법 등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했고, 그것이 노동자, 서민을 대표하는 정당의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미숙한 점이 없진 않았겠지만, 지금도 당시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후회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정치, 사람 사는 사회를 향한 노무현 대통령의 처절한 분투와 진정성을 너무 당연하고, 또 쉬운 일로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보수 정권 8년을 지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습니다."

뒤 문단의 후회하는 대목을 보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감동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앞 문단에서 지금도 자신들의 입장이나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대목을 보고 무척 놀랐다.

유시민 전 장관은 정의당에 입당하면서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들과 하나가 되려면 우리 측 누군가는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유시민 작가에게 잘했다고 말했다. 그 사과를 정치적인 수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유시민 본인도 그런 심정으로 했다고 내게 말했다. 만약 유시민이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나는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것이다. 한·미FTA를 통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계산서도 뽑아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과를 했다면, 노무현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참모들과 《진보의 미래》라는 책을 쓰고 있었다. 그때 “내가 뭐 잘났다고 정파의 이익은 생각지도 않고 나라를 위한 대통령이랍시고 한·미FTA를 했는지. 나로 인해 진보진영의 분열이 심각해졌다”며 반성했다. FTA 체결을 반성한 게 아니라 정파의 이익을 고려치 않아 진보 세력의 분열을 가져온 게 아프다는 의미였다.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후회하며, 돌아가실 때까지 유럽의 노동운동사를 읽고 또 읽었다. 나는 노 대통령으로 인해 진보진영이 분열된 게 아니라 분열의 잠재 요인이 이미 내재해 있었다고 본다. 대다수 유럽의 정당이 지금 구좌파와 신좌파의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다. 세대교체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이지 우리라고 특수한 과정을 겪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 임기 말에 비정규직보호법이 통과되었는데 나는 이 법이 임기 초 정부가 힘이 있을 때 통과됐다면 정말로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리라고 본다. 임기 말에 통과됐음에도 이 법의 시행 1년을 맞아 실시한 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 중 정규직 전환 조치를 시행한 기업은 63%로 나타났다. 인원 대비로는 해당 기업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43.2%가 정규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영화 〈카트〉의 배경이 되었던 홈에버처럼 2년이 되기 전에 미리 해고를 한 곳도 있었지만 그게 일반적인 기업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법을 국회에 상정도 하지 못하도록 2년씩이나 저지한 건 민노당이었다. 비정규직이 양산된 것은 금융위기 때 IMF의 권고를 받아 김대중 정부 때 통과시킨 근로자파견법 등의 결과였다. 참여정부는 그 법을 방치하거나 제대로 개정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교정하기 위한 것이 비정규직보호법이었는데 민노당의 방해로 시기를 놓쳤다고 본다. 내가 노동 문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참여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 담당자에게 조언을 청했더니 그가 들려준 내용이다.

신좌파와 구좌파는 서로 손을 잡아도 아직 소수다. 분열을 치유하려면 서로 반성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연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민노당이나 민노총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있더라도 노 대통령은 먼저 사과를 했던 것이다. 그러면 같이 반성을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노 대통령도 사과했으니 문재인이 책임지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이 또한 권위주의 문화의 특징이라고 본다. 수평적인 문화에서는 상대가 먼저 반성하면 “나도 잘한 건 없지. 나도 잘못했어”라고 응하기에 사과가 화해로 이어진다. 그런데 권위주의 문화에서는 사과하는 걸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정의당의 공식 표어는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다. 정의당을 만들어낸 진보신당계와 참여계라는 두 세력을 상징한다. 하지만 정의당에서는 참여계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심상정 대표는 1987년 노무현 노동변호사와 심상정 노동운동가의 만남이 2016년 정의당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세월의 흐름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은 1987년 당시로부터 무려 한 세대가 지났다. 노무현은 이미 2002년에 21세기로 달려갔지만 심 대표는 아직도 1987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왜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머리에 붉은 띠 매고 시위하는 노동자와 진보정당을 구태로 표현하며 웃음거리를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구좌파는 늘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니 성찰하지 않으며,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노동자를 위한 세상이 요원한 것 아닐까.

구좌파와 신좌파가 문화적으로 갈등을 빚는 것은 구좌파의 시대가 지났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서로의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면 실제로 협력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많다고 본다. 구좌파는 경제적 문제가 모든 것이지만, 신좌파 중에서는 경제 문제에 대해 실용주의자도 있고 약간 우파도 있고 구좌파와 유사한 사람도 있을 만큼 다양하다. 현재 우리 현실에서 분배의 양극화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신좌파와 구좌파가 공감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구좌파처럼 완전히 좌로 가서는 곤란하고 중도에서 약간 왼쪽에서 손잡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표 또한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구좌파가 원하는 곳에서 손을 잡을 확률은 거의 없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구좌파가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구좌파가 자신들은 늘 옳고 잘했다고 주장한다면 신좌파와의 연대는 불가능하다. 독일의 사회민주당SPD이 독일 좌파당Die Linke과 연대하면 과반의석이 되기 때문에 공동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사민당이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DCU과 대연정을 한 이유는 반수 이상의 독일 국민이 사민당과 좌파당의 소연정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구좌파의 정체성을 이해한다면, 민주당은 정의당에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잘못을 생각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였다는 정치공세를 거두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태도로 나오면 좋겠다.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이 아니면 걷어차려는 태도로는 노동자의 삶을 조금도 개선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지금 심 대표를 다시 만난다 해도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국가의 발전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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