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 사발면 먹다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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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름만 되면 양산을 써달라고 해서 의문이 들었다는 지디 작성자 : ㅇㅇ

육개장 사발면 먹다가 울었다앱에서 작성

ㅇㅇ(110.70) 2022.01.02 13:54:23

조회 89 추천 2 댓글 1

대충 머리 감고 나와서 선반 열고 육개장 사발면 딱 하나 남은 거 꺼내 집어서 스프를 탈탈 털었다.

냄비에 수돗물 받고 불을 올리며, 주린 배를 잡고,

며칠전에 마트에서 컵라면 살 때 주인 아줌마 몰래 쌔빈 나무 젓가락을 꺼내고,

물이 끓으면 그대로 육개장 큰 컵 사발면에 넣고,

3분동안 차트 보다가 라면 다 익었길래 젓가락을 뜯았다.

한입

두입

세입

그렇게 먹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등신같이 컵라면 먹다가 이게 라면 맛이 짠건지 내 눈물 맛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2년전, 처음 주식 맛 좀 보고 1.2억으로 코인 판에 뛰어들고 2억까지 불렸다가 선물에 손을 대버려서

순식간에 재산이 3000만원빼고 남질 않았었다.

그때 정신이 그냥 반쯤 돌아버려서 작년 2월까지 남은 3000만원으로 계속 선물 거래를 했는데 재산을 죄다 잃진 않았지만 더 벌지도, 더 잃지도 않았다. 한번 벌면 한번 잃고 한번 벌면 한번 잃으면서 작년 2월까지 내 재산은 2800~3200선을 계속 오갔다.

난 재능이 없구나, 이 판에서 돈 벌어 나가는 건 2%라더니 정말이구나 생각하며 포기할까 고민도 많이 해봤지만

이미 눈 돌아가서 회사는 그만 뒀고, 주변 지인들 연락도 모두 단절해놓고 양주에 오피스텔 구해서 거의 이 짓거리에만 매진하고 있었는데 "내가 미쳤었구나"를 그때 처음 느꼈다.

내가 미쳤다는 걸 깨닫는 건 항상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고 나서더라.

이왕 돌이킬 수 없는 거, 남은 3000만원마저 잃어버리면 그냥 죽어버리자는 생각으로 다시 투자에 임하기로 했다.

이때쯤 부턴 머리가 그냥 차가워졌던 것 같다.

3개월만에 1.8억을 만들었다.

꾸준히 쌓아올린 게 아니라 그냥 큰 하락에서 소주 두병 빨고 20배 배팅 했다.

그 뒤론 3000만원 유지하던 걸 생각해서 수비적으로 트레이딩만 반복했다.

눈에 익는 차트가 나오면 비중을 늘리고, 아리까리 할 땐 줄여가면서..

아침에 라면 끓여먹고 저녁엔 아침에 끓여 먹고 남은 라면 국물에 밥 넣고 졸여서 먹었다.

1000달러는 작아보이는데

오늘 밥 먹는 데에 쓴 몇천원은 크게 느껴져서

그렇게 작년 10월, 그러니까 3개월 전 내 29번째 생일

31.2억을 마무리로 코인판을 떴다.

평생 주식 코인 말고는 해본 게 없어서 부동산이며 뭐며 아무것도 건들지 않았다. 안 해본 거 했다가 잃었을 때의 고통을 너무 잘 알아서.

오피스텔 계약 기간이 끝나서 이사 가기 전날인데 집에 식재료도 다 버리고 있는 게 사발면 밖에 없어서 끓여먹다 그때 생각이 나서 하염없이 울었다.

물론 개 좆구라고 난 300만원으로 숏 롱 5배씩 때리는 병신이다. 라면 먹다가 이러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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