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내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아내의 숨소리가 사랑스럽다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어느덧 여유롭고 당당해진 출근길이 좋다

20대 때만큼 곱상한 외모는 아니지만, 흰머리에 정장수트 명함지갑은 지금이 가장 어울린다

서당 개 3년의 좌충우돌을 6번 거쳤을뿐인데, 사람들이 나를 전문가라고 부른다. 일을 할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

퇴근길에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우리 아파트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가 이런 아파트에 살게될거라고 신혼부부때로 돌아가서 말해준다면 아마 믿지 못할 것이다

주차를 하고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왜 이리 늦냐고 빨리 와서 놀아달라고 한다.

늦은 밤까지 나를 기다려준 아내의 잔소리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집에 들어와보니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딸이 거실쇼파를 통째로 차지하고서 자고있다

내 유전자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예쁘게 자라는 딸을 보고 깨지 않게 조심하며 잠옷 주머니에 5만원 두장을 꽂아준다

거실 불을 끄고 아내와 함께 안방에 들어와 잠이 든다

이렇게 45살의 내 하루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만큼 행복하다

하루하루 우울함에 자존감 바닥으로 살아가던 20대 때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행복이다

앞으로의 인생에 이렇게 행복할줄 알았으면 20대도 조금 더 즐기면서 보낼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20대가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인줄 알았다. 그 황금기를 아름답게 보내지 못하는 나를 끊임없이 비하하고 채찍질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고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