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랑 만나게 된게

친한 누나가 자기 여.동생 소개팅 해주려다가 원래 받기로 한사람이 다리 부러져서 나 소개시켜준건데

생각해보니까 비단 원래 소개받으려던 사람의 다리가 부러진것뿐만 아니라

사소한 모든 우연들이 다 맞아서 우리가 만나게 된거임

내가 전 썸녀와의 약속에 늦잠으로 두시간 늦는 실수를 해버렸을때, 그때는 죽고 싶었는데 그래서 썸이 깨지지 않았다면 지금 여자친구를 만나지 못했을수도 있음

내가 첫 차를 사고 하필 보험 만기된 단 하루에 큰 접촉사고를 내서 천만원을 날려버렸을때, 그때는 잠깐 전방주시 안 했던 3초의 시간이 원망스러웠는데 그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운전에 경각심을 가지지 못했을거고, 훗날 소개팅 약속 가는 도중에 사고를 내서 소개팅이 취소됐을수도 있음

내가 2년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방황했을때, 그때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고 스스로가 쓰레기처럼 느껴졌지만 그렇게 하루종일 핸드폰만 잡고 있으면서 그 누나와 자주 카톡하며 친해졌고, 그래서 그 누나에게 지금의 여자친구를 소개받은걸수도 있음

내가 대구에 사는 여자친구를 만날줄 상상 못하고 엄청 먼 세종시에 집을 산거, 지금 이 순간도 후회스럽고 이렇게 강제 장거리 연애가 될 줄 알았으면 대구에 직장 얻고 대구에 집 살걸 싶지만

그랬다면 삶의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을거고,

세종시에서 새벽에 티비 보다가 소개팅 얘기를 듣고 1분만에 수락했다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결과가


대구였다면 하필 그 시각에 술자리 마치고 잠들어서 7시간동안 카톡을 못 읽고, 그러는 사이에 그 누나가 여.동생을 소개해줄 다른 남자를 구했을지도 모를 일임


이렇게 생각해보니 인생 후회할 필요 없음

그 당시에는 억울하게 느껴졌고 아깝게 느껴졌고 또 쉬운길 빙빙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든 우연들이

지금의 여자친구와 만나게 되는 운명을 만들어준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