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초토박이 흙수저다
지방 사는 사림들이나 강북쪽 사는 사람들이 강남하면
마냥 부자일거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음
어쨌든 나는 그냥저냥 평범하게 살아온 30대 초 평범남인데 운이 좋은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근 몇년간 주식코인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어깨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전보다는 당당해지고 사는것도 재밌더라
인싸체질은 아니라 동창회같은것도 잘 안나갔었는데 여유좀 생기고 마침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권유하길래 최근에 고교동창회를 나갔었다
위드코로나라고 모임이 이것저것 많이 생긴 모양임
오랜만에 옛날 얼굴들 봐서 반가워서 기분좋게 술도 먹고 하는데 이제 나이좀 차서 그런지 다들 자연스럽게 경제력 얘기로 화제가 넘어가더라
야 얘는 이번에 이렇게 잘 됐다 쟤는 사업이 성공했다
쟤는 이번에 병원 개업했다 쟤는 사무실 차렸더라 뭐 이런?
근데
오래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이라기보다는 잡탕같은 인간관계들이 여럿 모이니까 서서히 나 잘났소 하는 인간들도 많이 보이고 뭐ㅋㅋ다들 의사검사변호사 뭐 직업들 화려하더라
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라 그냥 입닥치고 허허허 웃고 있었지
게다가 걔들은 원래 금수저라 집안도 빠방했거든
그러다 갑자기 화제가 나한테 돌아왔다
xx이는 요새 좀 어때 뭐 이런식으로?
그래서 나는 그냥 뭐 평범하게 회사다닌다하고 집도 뭐 원래 흙수전데 뭘 이런식으로 자학개그를 좀 치고 분위기를 좀 살렸다
근데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최근 내가 벌어들인 돈이 좀 뿌듯해서 어차피 이 인간들 다 한껏 자기자랑 했으니까 나도 조금은 괜찮겠지 싶어서 그냥 솔직히 얘기했다
평범한 직장 다니고 있긴한데 코인주식으로 운좋게 돈 좀 만졌다고
금액도 그냥 깠음 수익이 수십억원정도 된다고
왜냐면 걔들 어차피 돈 많은 애들이라 내가 내 돈 깐다고 귀찮게 파리꼬일일도 없기때문에
그러고나니까 대체로 오오 하면서 축하해주더라
근데 몇몇 애들이 은근슬쩍 야지를 주는거야
코인주식 그걸로 돈 번게 졸부새끼들 운좋게 운틔이는거라는 식으로 그리고 그걸로 돈 버는게 돈 버는게 아니라는 식으로
그냥 굳이 분위기 초치고 싶지 않아서
뭐 그렇지 이런식으로 대강 넘겼는데 계속 은근슬쩍 견제하고 꼽주더라고 좀 짜증이 났는데 계속 걔네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점점 주위애들도 동조하더라
걔네들은 원래 집도 잘 살고 그런애들이었거든 근데 만년 흙수저인 내가 코인으로 돈 벌었다고 하니까 어디가서 운좋게 돈 주은새끼 보는거마냥 아니꼬웠나 보더라고
그날 그러고 집와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더라
돈으로 계급서열 정하는 한국사회도 좀 신물나고
기존의 카르텔처럼 부자애들끼리 친목이 생겨나있으면 저렇게 배척하고 아니꼬워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근데 그냥 자기전에 계좌에 들어있는 돈 보고 씩 웃고 디비 잤다 어쨌든 나는 나에게 스스로 기대했던것보다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함
자존심 좀 굽히고 인맥 좀 넓히려면 걔네 계속 만나도 되겠지만 그냥 나에게 있어 고교 동창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던걸로 하려고
도움되는 인맥 그딴거보다 멘탈 건강한 친구 몇 명이 몇만배 나은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