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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관련 마지막 글) 그래플링은 지루한가?

무명(128.134) 2008.10.31 03:40:27
조회 402 추천 1 댓글 14

* 장문의 글을 작성하는 편의를 위해 존칭을 생략합니다.  널리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복싱팬들의 종합에 대한 이해를 돕고 거리를 줄이기 위해 가볍게 시작한 글이 벌써 세 편째가 되었다.  더 이상 종합에 관련된 글을 복싱겔러리에 쓰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가능하면 이 글을 마지막으로 종합에 관한 이야기는 접고 싶다.

아래 \'제이\'란 분은 내가 본인이 던진 화두에 개인적으로 답변하셨다고 생각하시지만, 난 \'제이\'란 분으로 대표되는 \'복싱팬\'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내 첫번째 글의 요지는 종합이란 것은 결국 \'실전성\'을 추구한 복싱을 포함한 모든 무술이 공통의 관심을 통해 창조해낸 \'적자\'이자 적수공권에서의 최고의 실전성을 추구해온 인류 무술사의 획기적 발견이자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즉, 2류 짬뽕의 혈통을 가진 기술의 조야한 집합이라는 시각은 종합을 보는 바람직한 시각이 아니라는 것이 요지였다.

내 두 번째 글의 요지는 종합에서 때어놓을 수 없는 \'그래플링\'과 종합의 롱텀 스포츠로서의 수명에 대한 상관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즉 종합에서 보여지는 \'지루한 광경\'은 다른 어떤 격기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며, 종합은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이를 제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종합의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초기 그래플링 일변도의 경기방식이 변화하여 더욱 다양성이 추가되었다는 점, 현 시점에서 그래플링은 종합의 중요한 한 요소로 자리잡았지 이젠 그래플링 일변도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래플링을 보고 즐기는데 필요한 \'시청도 내공\'은 그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두 번째 글의 요지였다.  때문에 종합이 그 태생적인 지루함 때문에 조만간 사장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이 세 번째 글 또한 \'제이\'님의 글에 대한 답변이자 동시에 다른 복싱팬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로 맺고 싶다.

\'제이\'란 분의 댓글의 요지는:

1. 그래플링이 비중이 지금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 - 스탠딩에선 킥, 펀치, 그래플링이 가능하지만 그라운드에선 그래플링만 가능하기에 그래플러들은 계속 시합을 자신에게 유리한 그라운드로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때문에 그래플링의 빈도는 초창기 때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2. 다시 말해 \'그래플링\'을 완전 배제하지 않으면 언젠가 종합은 초창기와 같은 \'그래플링\' 위주의 경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타격은 그래플링을 위한 사전동작으로 비중이 작아질 것이다.

3. 그래플링이 주는 지루함을 막기 위한 룰 변경은 그 자체로 종합의 철학에 위배된다.

4. 펀치와 킥이 있어야 지루하지 않으니까 룰 변경을 통해 \'그래플링\'을 50% 이하로 끌어내려 배제하는 것은 MMA라고 할 수 없다.

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써온 두 가지 글은 현실과 과거에 근거하여 쓴 현 상태에 대한 글이고, \'제이\'란 분의 주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즉, 개인의 생각이고, 1번과 2번만 보면 굉장히 비약적인 주장이다.  사실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다는 것은 논쟁을 시작하자는 뜻이고, 그것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닌지라 1번 주장에 대해 한 마디만 하고 논점으로 돌아갈까 한다.

\'제이\'란 분의 1번 주장이 있고서야 나머지 3개 주장이 성립되는 것이니 1번 주장에 대해 나도 \'제이\'란 분의 방식을 빌려 화두를 하나 던지는 것으로 문답을 마무리하겠다.  1번 주장은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종합의 기술적 측면이기도 하기에, 객관적인 응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탠딩에서 상대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는 그래플링이 아니라 킥, 펀치 등 타격이다.  또한 그라운드에서 상대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는 그래플링이다.  \'제이\'란 분이 주장한, 스탠딩에서 쓸 수 있는 \'그래플링\'이란 결국 \'테이크다운\'을 의미하는 것일 탠데, \'테이크다운\'은 결국 서 있는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기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다 (슬램등 타격을 주는 테이크다운은, 빰클린치에서의 무릎과 같이 그래플링이 섞인 타격과 마찬가지로 예외라 하겠다).  그리고, 이 테이크다운을 통하지 않고는 그라운드로 갈 수가 없다.

\'제이\'란 분의 말대로 그래플러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기에 테이크다운으로 타격가를 눕히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타격가들은 스탠딩에서 자신의 모든 기술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자기에게 유리한 스탠딩에서 계속 싸우기 위해 \'테이크다운\'을 저지하려 들 것이다.  그래플러들은 테이크다운이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고, 타격가들은 한번 넘어져도 계속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그래플러가 시합을 그라운드로 끌고가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있는 것처럼, 타격가들은 시합을 스탠딩으로 끌고갈 이유가 있다.  즉, 그래플러들이 시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그라운드로 끌고가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점점 그래플링의 빈도가 늘어날 거라는 주장은, 타격가들이 시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스탠딩으로 끌고가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점점 타격의 빈도가 늘어날 거라는 말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결국 승패는 테이크다운 vs 테이크다운 디팬스로 갈린다.

\'제이\'란 분의 가정이 성립하려면 \'그래플러\'가 위 승부에서 유리하다는 또 하나의 가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위 승부에서 조건은 타격가와 그래플러에게 공평하다.  어차피 종합에서는 순혈의 타격가라고 해봐야 종합격투가라고 할 수 없는 그래플링 초짜가 아닌 이상, 설령 맬빈 만호프처럼 그라운드에 잼병인 종합타격가라도 "타격 8: 그래플링 2"의 비율이다.  또한 자카레처럼 순혈의 그래플러라도 그 비율은 "타격 2: 그래플링 8"을 넘지 않는다.  즉, 서로 상대방의 기술에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극단적으로 9: 1의 그래플러가 존재한다면 9: 1의 타격가도 존재한다.

현대 종합타격가들은 그래플러가 타격거리 밖에서 원거리 텔레폰 테이크다운을 시도한다고 넘어가지 않는다.  이 친구들 모두 그래플링은 기본 몇 년씩 한 친구들이고, 테이크다운 디팬스엔 이골이 난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을 넘기기 위해선 타격거리 안까지 접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플러들은 타격을 익힌다. 

그런데 2의 타격으로 8의 타격을 뚫고 들어온 테이크다운 시도는 아무래도 8의 테이크다운이 아니다.  자세도 제대로 잡을 수 없고, 체중이동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격투기가 공식도 아니고, 약간 조야한 비유겠지만, 2-8은 -6이고, 때문에 8의 타격을 뚫고 들어온 그래플러의 8의 그래플링은 2가 된다.  그렇게 되면 타격가의 2의 그래플링으로도 상대할만 하다.  적어도 순간적으로 벌어지고 순간적으로 끝나는 테이크다운 다툼에서는 평수를 이룰 수 있다.

물론, 타격가가 맘 놓고 내지른 타격의 타이밍을 잡고 깨끗하게 테이크다운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타격가가 테클 페이크를 주고 점핑니나 수퍼맨 펀치로 유술가를 깨끗하게 원샷으로 뉘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있는 일이 아니고 여러가지 조건이 따른다.  복싱으로 따지면 카운터 펀치라고 할만 하다.

나보다 타격이 월등하지만 그래플링이 모자란 사람과 싸우거나, 나보다 그래플링이 월등하지만 타격이 모자란 사람과 싸우면 반드시 위와 같은 그림이 나온다.  사실 \'MMA\' 스파링이나 시합에서는 누구와 싸우건, 정말 평행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의 벨런스가 일치하지 않는한 한 바탕 공방을 교환한 후에 \'아 이 놈 상대로는 \'타격/그래플링\'으로 승부를 봐야겠구나\'하는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총체적인 기량이 같다면 타격으로 그래플링을 저지하고, 그래플링으로 타격을 저지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결국 최종 승패는 내 첫번째 글에서 말했듯이, 누가 더 \'조합\'을 잘 하느냐로 갈린다.

그럼 \'제이\'님의 가정에 대한 답변은 이 정도로 하고, 또 하나 \'제이\'님 뿐 아니라 많은 복싱팬들이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가정\'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다.

그것은 즉, \'그래플링\'은 지루하다는 것이다.

물론, \'개비기\'는 지루하다.  L&P는 종합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런데, 내 두 번째 글에서 나왔듯이 \'개비기\'가 지루하다는 것은 종합 뿐 아니라 모든 무술에 다 통용되는 말이다.  그래플링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개비기\'가 지루한 것이다.  복싱도 일명 \'수면제 시합\'이라 불리는 시합들이 얼마나 많은가?  올림픽 태권도의 경우 \'발팬싱\'이란 오명을 어떻게 뒤집어쓰게 되었는가? 

그래플링은 무조건 재미가 없고 타격은 무조건 재미가 있다면, 3라운드 내내 타격전이 90% 이상이었던 UFC 90의 앤더슨 실바 대 코테의 경기가 그런 야유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90% 이상이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본 사쿠라바 대 카를로스 뉴튼의 시합은 길이 남는 명승부로 꼽힌다.

박진감 넘치는 그래플링 승부는 분명 문외안이 보아도 재미가 있다.  효도르와 노게이라는 3번을 싸워 두 번을 승부를 냈다.  둘다 판정승이라는 결과였다.

효도르 - 노게이라 1차전은 90% 이상 그라운드에서 진행되었다.
효도르 - 노게이라 3차전은 90% 이상 스탠딩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내가 문외안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더 큰 호응을 받은 것은 1차전이었다.  노게이라가 끊임없는 서브미션 시도와 효도르의 무차별적인 파운딩이 섞일 때 오는 긴박감이, 호쾌한 타격전과 일방적인 throw를 보여준 3차전보다 더 어필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는 내가 노게이라의 관절기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기 위해 노게이라의 다른 시합을 서너 편 보여준 후 보여주어,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 탓도 있다.  그러나 배경지식을 안다는 것은 종목을 막론하고 시합의 흥미를 높힌다.  조지 포먼과 마이클 무어의 시합을 배경지식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았다면 거대한 덩치의 사나이가 자신보다 훨씬 작은 복서에게 10 라운드 동안 줄창 두들겨 맞다가 결국 한방으로 끝낸 시합이라는 생각 이상을 하기 힘들 것이다.  사람들이 조지포먼의 나이와 과거의 영광과 굴욕을 알기에, 그 시합에 건 노장의 집념을 알기에, 그 시합은 \'It happened!\'란 멘트를 끌어낸 드라마틱한 감동의 앤딩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효도르-노게이라 3차전도 충분히 재미 있었지만, 긴박감은 1차전이었다.  왜 그럴까?  그것은 3차전에서 효도르는 자신에게 철저히 안전한 시합을 했지만 (우월한 테이크다운 실력으로 스탠딩을 유지하고, 우월한 타격으로 승부했다), 1차전에서는 상대방이 가장 강한 가드에 뛰어들어 자신의 전가의 보도라 할 수 있는 파운딩으로, 서로에게 가장 위험한 영역에서 정면승부를 했던 것이다.  효도르도 시합을 끝낼 키를 쥐고 있었지만 노게이라도 시합을 끝낼 키를 쥐고 있었다.  3차전에선 오직 효도르만 시합을 끝낼 키를 쥐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고 두 파이터 모두가 승부에 적극적이라면 그래플링이 재미가 없을 리가 없다. 

Complete Fighter라 불릴 정도로 벨런스가 좋은 효도르가 아니라 종합타격가와 종합그래플러와의 싸움이라면, 이 긴박감은 스탠딩 상태까지 이어진다.  그 예가 크로캅 - 노게이라 전일 것이다.  1라운드 내내 노게이라를 두들기던 크로캅은 2라운드 시작 노게이라의 기습적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패배한다.  또한 밥샵 - 노게이라 전에서, 밥샵의 괴력에 고전하던 노게이라는 극적인 암바로 승리를 거둔다.  노게이라 - 팀 실비아 전도 마찬가질.  팀 실비아의 긴 리치에 두들겨 맞던 노게이라는 한 순간 박력적인 그래플링으로 서브미션 승을 거둔다.

그래플러와 타격가의 입장을 바꿔보면, 카를로스 뉴튼과 앤더슨 실바의 경기에서 (이때까지 앤더슨은 경기를 중계하던 스티브 콰드로스가 \'pure breed striker\'라고 부를 정도로 타격가였다) 앤더슨 실바는 카를로스 뉴튼에게 깔려 있다가 스탠딩으로 전환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잉 니로 KO승을 거두었다.  히스헤링도 순수 타격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자신이 \'타격가\'의 입장일 수밖에 없었던 거대한 레슬러 톰 에릭슨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라운드 내내 깔려서 맞다가 일어난 뒤 곧바로 돌려차기 두 번으로 때려눕히고 리어네키드 쵸크로 승리를 마무리 짓는다.

\'그래플링\'이 재미있어 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서브미션\'에서 나온다.  타격의 KO와 마찬가지로, 서브미션은 시합을 끝내는 멋진 한판이다.  또 카운터에 카운터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예술적인 광경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래플링은 \'서브미션\'까지의 과정이기에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다.  호쾌한 서브미션이 재미없기란 호쾌한 KO가 재미가 없다는 말과 같다.

호쾌한 서브미션의 예를 보고 싶다면 효도르 - 후지타, 효도르 - 마크 콜먼 1차전을 추천한다.  (첫손에 꼽히는 예가 모두 효도르인 것을 보니 효도르가 왜 최고로 꼽히는 지 알 것 같다).  

그래플링이 있기에 종합이 더욱 재미있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음의 예로 증명해 보고 싶다.

어느 시합이나, 가티-워드 1차전, 또는 효도르-노게이라 1차전과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상대를 stop시키는\' 시합이 화끈하고 재미있는 법이다.  또 상대를 \'끝내기 위해\' 경기한 시합은 설령 판정까지 갔다고 해도 재미가 있다.  따라서 상대를 \'끝내는\' 비율이 얼마나 높으냐는 절대적까지는 아니라도 상대적인 재미의 측정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유명 복서들의 KO승 확률이다.

                             KO 률
오스카 델라 호야:   68.18%

플로이드 메이웨더: 64.1%

매니 파퀴아오:       67.31%

마이크 타이슨:       75.86%

조지 포먼:              83.95%

유명 복서들 답게 강적들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상대를 끝장내는 비율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비하면 종합에서 타격으로 상대방을 끝내는 확률은 매우 떨어진다.

아래는 유명 종합선수들의 KO승 확률이다.  

                            KO 률    
  
BJ 팬:                   38.46%    

효도르:                 21.43%    

GSP:                    41.18%    

앤더슨 실바:          60.87%   

크로캅:                  73.91%    

타격가인 크로캅과 앤더슨 실바를 제외하면 정말 낮은 KO률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종합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것은 \'그래플링\'은 아예 배제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래플링 또한 \'개비기\'가 목적이 아닌, 시합을 끝내기 위한 \'서브미션\'을 위한 셋업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MMA의 재미는 확 틀려진다.

아래는 서브미션 률을 더한 각 선수들의 finish 확률이다.

                            KO 률       서브미션 률
BJ 팬:                   38.46%     38.46%       = 78.92 % (천재 답게 케오와 서브미션 확률이 똑같다)

효도르:                 21.43%     53.57%       = 75 %

GSP:                    41.18%     23.53%       = 64.71%

앤더슨 실바:          60.87%    17.39%        = 78.26%

크로캅:                  73.91%    13.04%        = 86.95%

* 위 서브미션은 파운딩에 의한 승리도 포함.

즉 시합의 재미란 측면에서도, \'그래플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최정상급 그래플러들의 서브미션 기술을 보면 예술에 가깝다.  윤동식이 멜빈 맨호프에게 건 암바나 노게이라가 팀 실비아를 길로틴으로 잡기 위해 들어간 셋업 및 연계기를 보고도 \'수준이 낮다\'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무지하거나 편견에 사로잡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서브미션의 묘미는 압도적으로 몰리던 상대가 단 한 순간에 전세를 뒤집어 역전하는 것에서 나온다.

(여담이지만, 위 일류 MMA 선수들의 승리비중을 보면 타격과 서브미션 승리가 고르게 분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MMA에서 타격과 그래플링이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반증이다.)

메이웨더가 상대방의 펀치를 피해 자신의 펀치를 꽂는 모습은 복싱을 전혀 모르는 문외안에게도 경외감을 주는 육체적 예술이다.  마찬가지로 콜먼 - 효도르 1차전에서 효도르가 보여준 리버스 암바는 그래플링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경탄할 수밖에 없는 예술이었다.

그래플링이 비록 향후 종합을 지배하진 못할지언정, 그래플링이 없이는 종합은 없다.  그리고 그래플링은, 충분히 재미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겔에서 쓰는 종합관련 글을 아래와 같이 맺고 싶다.

종합은 신흥무술이고, 아직 넘어야 할 큰 산이 많은 무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층이 얇다는 걸 들 수 있을 것이다.  매번 나오는 사람이 거기서 그 사람이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흥미가 빨리 떨어진다.  물갈이를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또 일류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 선수들의 시합은 문외안이 보았을 때에도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육체적 예술\'의 경지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일류 선수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가 않다.

그 점에서 복싱은 분명히 우월한 점이 있다.  일류 복서의 펀치는 스크린을 통해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니까.  K-1의 펀치와 복서의 펀치는, 복서를 K-1의 링에 올렸을 때 확연히 구분이 된다.  쉐논 브릭스, 프랑소와 보타, 레이 머서의 펀치는 그간 강타자라 불렸던 K-1 선수들의 펀치가 기실 2류라는 걸 같은 화면을 통해 보여주었다.  또 복싱에선 일류 선수들이 해마다 등장한다.

종합이 복싱과 같은 위치에 오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복싱처럼 두 선수간의 시합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거대한 경기장이 만원이 되고, 전 세계로 PPV가 팔려나가는 것은 종합에겐 아직 꿈 같은 일이다.  종합 최대의 단체인 UFC의 이벤트 하나가 복싱의 왠만한 스타 둘이 맞붙는 것과 가까스로 비슷한 수준에 왔다.  파퀴아오-호야와 같은 거물급 경기에는 아직 어림도 없을 것이다.

종합에는 복싱과 같은 감동이 없다 -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의 극한은 경합의 종목을 한 종목으로 좁혔을 때 나오는 법이다.  가티-워드 1차전과 같이 한계까지 가는 시합은 종합에선 나오기 힘들다.  그러기엔 변수가 너무 많고, 한 순간에 시합을 끝낼 수 있는 기술이 많다.  또 근력 및 근지구력, 순발력을 같이 써버리는 바람에 체력이 폭발적으로 소진되는 시합의 특성상 30분 이상 호각으로 \'한계\'를 넘는 모습을 보여주질 못한다.  알리 - 프레이저 1차전, 3차전과 같은 호각의 명승부이자 두 거장이 함께 쓰는 서사시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종합에는 한 쪽의 기세가 기울었을 때 당장 숨통을 물어뜯을 수 있는 기술이, 그리고 방법이 너무 많다.  쓰러진 상대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기에, 의지로 한계를 넘는 모습이 나오기 힘들다.  이래선 쓰러진 상대에게 곧장 뛰어들어가 파운딩이든 서브미션이든을 사용해 단박에 숨통을 끊어버리는 \'실전을 연상케하는 야만\'이 주는 원초적인 희열은 있을 지언정, 맞고 쓰러진 상대가 몇 번이고 일어나 결국에는 역전하는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복싱의 \'감동\'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모습에서 나온다.  이것은 다른 종목에 비해 복싱이 가지는 가장 큰 우위가 아닐까 싶다. 

안면과 보디에 강력한 주먹들이 화려한 괘적으로 들어가 꽂히는 격렬함.  주먹만으로 승부하는 정직하고 심플한 대결.  그리고 인간의 인내심과 의지력의 극한을 보여주기에 최적의 시간이 아닐까 싶은 3분 12 (옛날에는 15) 라운드.  4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명승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종합의 시장이 아무리 커져도 복싱이 그 위치를 잃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종합이 복싱의 위치까지 오기 위해 넘어야 하는 산들을 넘기 위해선 정말 천운이 필요하다고 본다.

때문에 복싱팬들도 종합을 바라볼 때 경계의 눈초리를 거둘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또는 실전성에 대한 컴플랙스를 가질 필요도 없다.

한때 위대했던 한국 복싱은 현재 쇠퇴하였지만, 그렇다고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종합이나 여자 복싱을 질시할 필요는 없다.  복싱 불모지이기 때문에 스타가 없고, 스타가 없기 때문에 인기가 없을 뿐이다.  한국 복싱이 부흥할 때까지는 그럼에도 주어지는 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수련생 인구가 극히 적은 종합팬들에 비하면 복싱팬들은 수련생 인구로 든든히 짜여져 있어 유행을 따라 쉽게 사라지지 않을 태니까.

한국 복싱을 살리는 길은 스타가 나오는 것이고, 난 개인적으로 그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현재의 복싱보다 더 열악한 지원과, 동양인 체격의 한계가 더욱 작용하였던 수영에서도 박태환이 나왔고, 빚지며 스케이트했던 김연아도 나왔다.  달랑 둘이 나왔다고 수영과 피겨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수영과 피겨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커졌다. 

복싱은 프로시합이기 때문에, 아마추어인 수영이나 피겨와는 달리 사람들의 관심이 곧 돈으로 연결되고, 돈은 곧 다음 세대를 키우는 포석이 된다.  박세리의 등장 이후 한국 여자 골프가 부흥했듯이.... .

초조하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자.

복싱의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가 나올 때까지.  그리고 그 최초의 주자는 묵묵히 수련하는 복싱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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