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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와 벤베누티의 경기 부심이었던 정영수는 영어 회화가 가능한 복싱인으로 육사(陸士) 복싱 사범을 맡고 있었다. 사진 제공=대한아마튜어복싱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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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세계 타이틀매치는 선수 주변의 심리전으로부터 시작된다. 따지고 보면 벤베누티 측에서 대전료 선불 요구로 압력을 가한 것도 그런 심리 전술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김기수 측을 괴롭혀 컨디션에 이상을 일으키려는 전술이었다고 봐야 한다.
심리전이 오가는 가운데 장안의 화제는 온통 벤베누티-김기수의 경기였다. 스포츠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예상한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한들 경기 도중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복싱 전문가들과 팬들의 예상은 중구난방이었지만 대체로 벤베누티의 우세였다. 벤베누티는 아마추어에서 120전 전승을 거뒀고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65전 전승이었으며 그 가운데 41승이 KO승이었다.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데 더해 키가 김기수보다 8cm나 컸다. 키가 크면 팔 길이가 길다.
벤베누티가 리치가 긴 이점을 활용하고 세계가 알아 주는 복싱 감각과 스피드를 더해 폭발적인 라이트 강타를 터뜨리면 김기수가 그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벤베누티의 손을 들어 주는 쪽의 견해였다.
김기수의 우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홈링의 이점을 들었다. 벤베누티의 펀치를 견뎌 내며 막상막하의 경기를 벌인다면 김기수의 판정승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두 선수는 모두 치고 빠지는 기교파 아웃복서였다.
아웃복서끼리 대결은 관중들은 보는 재미가 있지만 선수들끼리는 거북하며 김기수는 왼손잡이여서 벤베누티는 더욱 힘겨워 할 것이라고 국내 팬들은 내다봤다.
김기수는 사전에 입수한 벤베누티의 경기 필름을 분석하고 나서 그의 복싱이 비교적 단조롭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을 유효 적절하게 구사하면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지니게 된 것이다.
김기수는 세계 챔피언이 되는 작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어떻게 경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하느냐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벤베누티의 레프트 잽만 뚫고 유효 사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기수가 세운 작전 계획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경기의 고비는 7, 8라운드가 될 것이다. 3라운드까지는 벤베누티의 허점을 탐색하고 4라운드부터 강타로 승부를 건다.
8, 9라운드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고 뜻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KO승을 거둘 수 없다고 보고 그때까지 확보한 포인트를 지키기 위한 방어 위주의 경기로 전환해 판정승으로 끌고 가자.
이 계획은 실전에서 거의 들어맞았다. 1966년 6월 25일 장충체육관.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매치가 열린 그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다 그쳤다.
오픈 게임이 끝난 오후 8시께 7000여 명의 관중이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메웠다. 스포츠에 깊은 관심을 보인 박정희 대통령은 본부석 중앙에 앉아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기수는 오후 9시 3분 노란색 가운을 입고 미국인 트레이너 보비 리처드에 이끌려 청코너에 올라섰으며 그들보다 3분 늦게 검은 가운을 입은 벤베누티가 홍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주심은 주일 미 육군 군적의 니콜라스 포프, 부심은 한국의 정영수(鄭榮壽)와 이탈리아의 질라디였다.
포프는 김기수-벤베누티전에 앞서 도쿄에서 세계 밴텀큽 타이틀전인 파이팅 하라다-에델 조프레전을 맡아 본 WBA 공인 심판이었다. 정영수는 영어 회화가 가능한 복싱인으로 육사(陸士) 복싱 사범을 맡은 바 있는 양식을 갖춘 신사였다.
경기 개시의 공이 울렸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달리 벤베누티는 1라운드부터 강공으로 나왔다.
김기수가 보디블로를 넣으면 벤베누티는 레프트 잽을 앞세웠고 이어서 라이트로 몇 대의 약한 편치를 김기수의 얼굴에 터뜨렸다.
김기수는 2라운드에 들어서자 안면을 커버하면서 기회를 엿보다 좌우 더블 펀치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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