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한지 어언 1년..

키 162. 여자인데 평균보다 약간 작을까, 그냥 평균일까 하는키.

운동시작할때 체중 54.

처음 체육관 찾아갔을때 약간 부끄러워서 소심하게 53이라고 적었다. 키는 163이라고 적었던가..

체지방 적는 란이 있었는데 모른다고 했다.

관장님이 (그때는 관장님인지도 몰랐지) 무슨 조그만 아령같은 것을 손으로 잡고 있으라고해서 잡고 있었다.

이제 놓아도 된다고 해서 놓으면서 이렇게 물었다. "이게 뭐하는 거에요?"

"체지방 재는 거에요."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세상에 이런 무서운 기계가 다 있다니.

그 당시 체지방은 21정도 나왔던듯. 여자 평균 체지방이 20~24인 것을 보면 평균에 속했다.

관장님은 나를 안쓰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셨다.

"아주 정상입니다. 요새 여자들 살빼려고 너무 안달들이어서.. 티비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 보고 다들 어휴..."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계에 눈이 달린게 아니잖아요..."

생각해보면 그때 참 배배꼬이긴 꼬였었나보다.

몇달 전부터는 52 전후로 유지가 되더니 요새는 50 전후로 유지가 된다. 조금 더운동을 하면 내가 원하는 48전후로 유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경험에 입각한 예측을 해본다...

음식조절도 병행했다. 이게 어쩔 수 없이 조절이 되었던 측면도 있는 것이.. 요새 계속 바빠서 약속이 있다거나 하지 않으면 저녁을 안 먹는 일이 많았다. 주말에 복싱경기 보면서 간단하게 맥주 한두캔 하거나 밤늦게 떡볶이를 사다먹는 여유는 있으나 평일에 주로 저녁을 못 먹는 것이 체중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듯 하다.

복싱을 하면서 여러 즐거운 일들이 생긴다. 피아노 배우는 것처럼 점점 더 어려운 것들을 정복해 나가는 느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 복싱경기를 보는 즐거움 등등... 그러나 나를 만족시키는 가장 큰 즐거움은 아무래도 변해가는 몸을 확인할 때이다.

어디가서 말랐다는 소리는 아직 못 듣지만... 1년전에 비해 확연히, 확실히 달라진 몸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냥 1년동안 재밌어서 쭉 해왔는데.. 뭔가 고통스러운 느낌이 즐거워서 쭉 해왔는데.. 나도 모르게 변해있다는게 재밌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