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리의 오른손은 도끼날과도 같다. 상대의 모가지를 향해서 겨누어진 시퍼런 도끼날.
워낙 빠르기도 했지만 번개처럼 강하게 내려찍히는 모슬리의 오른손이
지금까지의 그를 존재하게 한 가장 큰 밑천이 아닐까.
장인 벌목꾼이 좋은 목재를 알아보고,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수차례의 단련된 도끼질을 하듯
모슬리를 그를 마주한 수많은 거목들을 도끼날 같은 오른손으로 꺾어왔다.
그래서 모슬리는 우리시대 최고의 벌목꾼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나무꾼이 도끼날 대신 돌덩이를 들고 벌목에 나섰다.
당연히 그의 도끼질은 무뎌질 수밖에 없었고 시원스럽게 꺽이는 나무들은 줄었다.
이전에는 몇 차례의 도끼질이면 넘어갔을 나무들이 그의 도끼질을 버티고 섰다.
그래도 그는 당대 최고의 벌목꾼이었기에, 대체로 지목한 나무들을 쓰러트리고야 말았지만
투박한 돌덩이에 목재들이 상해서 제값을 치르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했다. 모슬리도 이제 벌목꾼 일은 힘들겠다고......

오늘은 그랬던 모슬리가 다시 도끼를 잡은 날이다.
다른 설명은 필요없다. 복싱은 정직한 스포츠로, 눈에 보이는 게 정답이다.......

그래도 몇 마디 덧붙이자면....이번의 승부를 결정한 건 타이밍이 아닐지.......
마가리토가 스윙이 큰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무대포 슬러거는 아니다.
야구로 치자면 삼진이 많고 타율이 낮지만 장타율은 좋은, 흔히 말하는 공갈포는 아니라는 얘기....
마가리토는 생각보다 펀치를 훨씬 잘친다...리플레이에서 보여지는 마가리토의 펀치 궤적을 따라가보길....
일류복서의 그것 그대로이다.....궤적도, 폼도, 펀치 조합도....어느 것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면은 없다.....
사람들은 흔히 마가리토가 투박하다느니 다듬어지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의 약점을 잡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세련성과 다듬어진 그의 복싱에 마가리토의 약점이 있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결국 마가리토의 계산이 상대의 머릿속에서도 똑같이 나올 테니까.....
그리고 그걸 실행하느냐 못하냐는 클래스가 결정한다.
이게 바로 마가리토와 모슬리 사이의, 또 마가리토에게 패배한 복서들과 모슬리 사이의 \'급간\'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