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창한 봄날.
그러나 내 옆구리는 아직도 차가운 겨울을 잊지 못하고 허전하고 차갑기만한 하루.

언제나처럼 공강 시간을 이용해
오렌지를 사들고 일하는 곳 길 맞은편에 있는 세탁소를 향했다.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2년째 친하게 지내고 있다. 좋은 분들. 차를 많이 얻어 마심ㅋ
아저씨는 같은 헬스장에 다니고 아주머님은 재즈 댄스를 겸하는 다른 헬스장에 다니신다.

아저씨는 차를 새로 구입하는 문제로 자리를 비우시고 아주머님만 계셨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아주머님이 보자마자 왠 여자 사람 이야기를 하신다.

자신이 다니는 헬스장 댄스 강사를 하는 여자 사람 이야기다.
나이는 28살인데 생각도 깊고, 음식도 잘 하고, 몸매도 좋고 ( 댄스 강사니 당연하겠지. ㅡ_ㅡ;; ), 얼굴도 단정하고
요즘 보기 드문 아가씨라고 한다.
남자 친구가 없는데 바라는 남자가 속 안썩이고, 평범하고, 성실하고, 자기 잘 챙겨주면 능력이 좋지 않아도 된단다.

사진을 몇장 보여주셨는데 위에 바다 배경 사진의 모자 쓴 여자 옆에 있는
가운데 (오른쪽에서 세번째) 서있는 여자 사람이랑 몸매나 얼굴이 비슷하다.
사진이 없어서 비슷해 보이는 여자 사람 사진으로 올림. ㅡ_ㅡ;;

그 아가씨랑 나랑 이미지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한(영화 보기, 책 읽기, 음악 들으며 커피 마시기, 호수나 공원 산책하기) 것 같고
둘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다.

얘기를 들으면서도 난 속으로 \' 그래서 어쩌라구요. ㅡ0ㅡ;; \' 라고 중얼거리며 오렌지를 까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ㅡ_ㅡ;;

이정도 얘기까지 나왔는데도 제가 눈치 못챘으면 저 둔감한 것 맞죠.?  ㅠ.ㅠ  저 바보임.?

한번 만나 볼 생각 있느냐고 하신다.
나이차가 꽤 많지만 ( 어느정도인지 알면 늙은이라고 놀리며 돌 던질까봐 Pass.  +ㅡ_- ) 둘이 잘 맞을 것 같단다.

그래서 솔직히 고민을 좀 했다. 조금은 아니고 꽤 많이..?  ㅡ_ㅡ;;

고민은 한 이유는..
1.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가족 환경이 그닥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것에 의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을 듯 싶다.
2.
댄스 강사를 네곳 (헬스장 2곳, 댄스 학원 1곳, 유치원 무용선생 1곳) 뛴다는데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진 모르겠지만..
K7을 몰고 다닌단다.  허걱.  ㅡ_ㅡ;; 
난 준중형 차 사면서도 성능과 내구성 따지며 고민만 5개월째인데 (생활에 필요성 0%인 이유도 있지만)..
K5 도 아니고 K7 ... ???   ㅎㄷㄷㄷ;;
K7 모는 멋진녀 >>>>>>>>>   넘사벽   >>>>>>>>>>  5개월째 고민하며 차도 못사는 서민남
3.
위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몸매 A+, 얼굴 B+ 이상은 되는 듯 싶다.
난...??
몸도 얼굴도 평범한 서민이다ㅠ  슬픈 현실.
4.
사랑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건 말뿐이라는 것.
그것도 수준이 맞거나 눈에 콩깍지가 씌워야 가능하다는.?  그리고 얼마나 많은 멋진남들을 만나봤겠음.?
5.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술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ㅡ_ㅡ;;
술 끊고 12년간 알콜 한방울 잎에 넣지 않고 살았던 나보고 그런 여자 만나서 어쩌라고..  ㅡ_ㅡ^
또 술 좋아하고 댄스 강사 하는 여자 사람들은 남자들과 엄청나게(?) 많이 엮이고
그만큼 낮과 밤이 다른 생활을 많이하는 걸 보기도하고 듣기도 했기에..  ㅡ_ㅡ;;

이런 문제로 한 20여분간 대답을 회피하며 고민하다가 저 때문에 아주머니께서 욕먹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번 그 여자 사람 분에게 말씀해 보시라고 얘기 마치고 나왔지만..
왠지 뒤끝이 무척 찝찝하군요.

제가 내세울 수 있는건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하나도 없거든요.
성실함.?  건전함.?  친절함.?  이정도..
담배 피는게 유일한 나쁜 짓이라고 아주머니께서 넘 빈틈없이 깔끔하게 생할하는 남자라 여자들이 안꼬인다고..
말씀하실 정도의 생활을 하는 저같은 평범한 서민은..
어린 시절 6살 아래의 어린 소녀를 만나 11년간 사귀다 결혼을 앞두고..
그 소녀가 병에 걸려 헤어진다는 진부한 삼류 영화같은.. 연애를 단 한번밖에 못해봤던 저 같은 남자는..
그 소녀를 알고 저를 알던 사람들로부터 6년째 도망다니는 비겁한 저같은 남자는..
그래서 저에대해 아무도 모르는 이런 인터넷에서만 저런 과거의 진실을 말하는 저같은 겁쟁이는..
두렵습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게..

정말 누군가 제 옆에 있어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그래서 필요도 없는 차를 사려고 하지만..
두려움이 앞섭니다..

P.S  :: 차 이야기 하는 곳에 이런 얘기 써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저에대한 얘기를 쓰지 않으면 가슴이 먹먹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