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해 핵폐기물 처분 이야기 - 그래도 동해 명태는 맛있더라 옛것뭉치

by Luthien 2011/03/29 19:53 whitebase.egloos.com/4555002 덧글수 : 21




1993년이라 저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만, 저위험 액체폐기물을 러시아가 동해에 직접 투기하다 아예 영상으로 찍혔던 전적이 있지요. 화들짝 놀란 일본과 한국은 바로 진상조사를 요청했고, 러시아는 195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오호츠크-바렌츠-동해에 액체/고체 폐기물을 투기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확인된 사실이 1979년에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제거한 뒤 밀봉해서 3000m 심도에 폐기했다는 것.
화들짝 놀란 일본은 폐기 지역의 정보와 폐기물 투기의 중단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폐기에 사용할 돈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일본의 원자력 폐기물 (특히 폐 원자력 잠수함) 시설 지원을 전제로 1996년에 (그 전까지는 그냥 버림) 원자력 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중단됩니다.
발표 당시만 해도 러시아가 설치한 방사능 차폐용 강철 케이스나 콘크리트 박스가 해수로 부식되면서 30년 이내에 대규모 방사능 누출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폐기 이후 30~40년이 지난 현대에도 특별한 누출 징후는 없습니다.
그리고 1998년에 러시아측에서 "사실 1971년에도 두 대 버렸는데..." 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발표했다고 없던 방사능이 생기진 않았지요.

사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동시기에 밝혀진 또 다른 사고인 1985년 (혹은 1986) 극동함대 에코 2 폭발 사고입니다.
모항에서 원자로 연료를 교체하던 에코 2 한 척이 폭발 사고를 일으켜 10명이 죽고 200~250명 (최소) 이 대규모 피폭을 당한 사건인데 (적어도 레벨 4-5) 당시에는 함의 전력 상실 자체가 기밀이었던데다 별다른 대책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인구밀집지대와 떨어진 격리시설에서 방치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25년이 지난 작년에 와서야 방사능 수위가 내려갔다는 판단 하에 다시 관련설비로 이관후 토막을 쳐서 원자로를 봉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동안은요? 허술한 격리시설에서 빗물과 바람으로 잘 세척되고 있었습니다.
해상과 완전히 격리된 곳도 아니었다니 이런 저런 것들이 바다로 잘 흘러들어갔을 겁니다.

1993년 이후 일련의 사고를 겪으면서 일본 (그리고 곁다리로 한국) 은 잠시 원자력 패닉에 빠졌습니다만, 이듬해까지 진행되었던 합동조사반의 조사 결과 방사능 검출량 자체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몇 달씩 우려먹을 만한 뉴스도 아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문제 없이 그냥저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별 문제가 없었지요. 방사능 방출량 자체는 (언론적 과장을 제외하0면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미나마타 병 처럼 지속적인 사회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 이 터졌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에 민감하다는 일본인들조차 비키니에서 15MT 급 수소폭탄이 터지고 후쿠류마루 호에서 피폭자가 나왔어도 이듬해부터 태평양산 참치를 회쳐 먹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쪽도 글렀고요.

결론 : 오늘 저녁밥상에 명태찜 생략된 건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 값이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