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 전화를 걸었는데, 의외로 젊은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정 씨는 “묘지까지는 거리가 멀고, 다시 나오는 손님도 없어 추가요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상대방은 “정상 요금에다 1만원을 더 주겠다”고 대답했다．　

정 씨는 새벽 시간에 공원묘지로 여자를 태우러 간다는 게 여간 내키지 않았지만 손님이 없는 시간인데다 추가요금을 받을 욕심에 차를 몰았다．

20여분 후 공원묘지에 도착했지만 칠흑같이 어두운데다 공원묘지 사무실 건물에는 인기척도 없었다．　

조금 전 통화했던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정 씨는 갑자기 소름이 끼치고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정 씨는 “장난전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차를 몰아 공동묘지를 빠져 나왔다．

정 씨는 “당시 순간적으로 머리가 주뼛주뼛 서면서 혹시 ‘귀신에게 홀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에 공원묘지까지 허탕을 치고 온 정씨는 전날 마음 고생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그날 오후 김해중부경찰서에 새벽 통화한 사람을 업무방해혐의로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서 정 씨는 “새벽시간 공원묘지로 택시를 유인하는 장난전화를 건 사람을 처벌해 달라”면서 “순간적으로 난생 처음일 정도의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장을 토대로 사실확인에 들어갔는데, 출석요구를 받고 경찰로 나온 피고소인은 26살 여성이었다．　

그런데, 경찰의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실제로 당일 오전 3시24분쯤 김해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공원묘지에 도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당시 공원묘지에 있었기 때문에 장난 전화는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정 씨와는 서로 연락이 안돼 이같은 해프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여성은 경찰에서 “살면서 힘들때 가끔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공원묘지로 가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서 “그날도 할아버지 묘소에 있었고 당시 전화가 왔는지 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법적 책임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새벽시간대 그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얼마나 황당했겠느냐”며 씁쓸해 했다